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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뻥쟁이글쟁이 Feb 27. 2024

그레그레 장그레 아님 주의!

소심쟁이, 까탈쟁이, 앙탈쟁이

28마리 바글바글 대가족 틈새에서  작은 몸 하나 편히 쉴 공간도 없이  이 구석 ,저 구석 숨어만 지내던

 그레 공주님.

성격은 또 얼마나  도도하고 까칠하게요.

옆에 누가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가까이 오지 말라옹

낭냥펀치 날리다 못해 하아악은 기본, 냥님들끼리  어울리는 건 상상도 못 할 노릇이었다.

음 그레를 마주했던 날,  앙증맞은 체구에  짧은 팔,다리.  유난히 또랑또랑한 것이  장화 신은 고양이에 나오는  주인공 페로  같았다.

두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커다란 녹색 눈망울을 깜박이 필살의 애교로 무장한 고양이 검객  페로!

왜 이름이 그레에오,?  물으니 그레이 색이라 그레라 지었다는 어처구니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비싼 품종묘들만 쏙 쏙 골라 미쳐서 수집하듯 사들이더니  이름은 고따구로 성의 없게  지을 수가 있을까 싶었다.

미생의 수습사원  장그레도 아니고, 그레이 색이라 그레라니. 더군다나 요래 어여쁜 공주냥을...

간혹 한 번씩 갈 때마다  그레얼굴 보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운 상황이었다.

늘상 숨어있다 보니 안아보는 건  꿈 도 못 꿀 일이었고 발톱은 뾰족 뾰족, 작은 움직임에도  담요나 패드등이 줄줄이 사탕처럼  엉겨 붙어 따라왔다.

 어울리질 못하니 밥 먹는 시간에도  늘  구석에 숨어  망만 보느라 제한급식의 특급 피해자였다.

유달리 예민한 아이를 붙잡아 반 강제로 윽박질러가며 발톱을 깎던 날 드디어 사달이 나고 말았다.

 주인의 양팔과 얼굴에  4차선을 그리는가 싶더니 피가 뚝 뚝 뚝..연 이어 들리는  신경질적인 반응에

 냅다 튀어  더 깊이 숨어버렸다;

그 후로  깍쟁이 그레를 영접하려면 방 안 구석구석을 이 잡듯 뒤더 깊숙이 숨어서 눈만 빼꼼 내밀었다. 

아니나 다를까, 곁에 오지도 않고 너무 사납다는 이유를 대며 데려가 줬으면 하길래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냉큼 모시고 나왔다.

쫓아낼 궁리 하는 눈치가  보인다 싶으면 어느 순간 부터인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구조해 오는 나름대로의  규칙이 생겨버렸다.

죽이든 살리든 지가 알아서 한다더니,

끝까지 다  책임질 거라는  뻥이나 치지 말던지..

못된 여편네 같으니라구!



무엇이 그리도 무섭고 두려운지 항상 경계태세 

오분대기조였던  그레는 멋진 4차선의  흔적 남기고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

유독 예민한 아이들은 외동으로 가  1:1 듬뿍 사랑받으며  지내도 모차랄 판국에  이쁜 게 죄라고

어쩌다  호더 님의 눈에 띄어  대가족 틈바구니에  방치된 가여운 신세였다.

마음을 열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조차도 , 따뜻한

손 길조차도 안 주면서  다가와 애교냥 해 주기만  바라는 욕심이 불러온  참사였다.

볼 때마다 숨어 지내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켠이 늘 짠~했던 그레는  쥔님에게 상처를 안긴 죄목으로  

쫓겨나는 동시에  우리 집 3호 냥님이 되었다.

처음부터  어디 입양 보낼 마음이 전혀 없었기에  바로  집으로 들이는데  망설임의  망  자도 없었다.

이제나 저제나 내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처럼

어서옵쇼...지옥탈출을 환영합니다!

그래 그래,  우리 그레  쫓겨나길  천만다행이여 !

 버핏  제제에 이어 꽃 향기 가득한 꽃길만 가자꾸나!


 살던 공간이 그리운 건지 속이 없는 건지 그레는  오는 내내  오만가지 소리를  다 내며 울어제꼈다.

아이고 그레야,  넌 그 지옥에 미련이 남은 거니?

에웅 애애옹,이야옹..웅애 웅애..

무슨 냥이가 냐옹소린 한 번도 안 내고 주로 웅애 웅애

하며 어찌나 시끄럽게 우는지 바로 중성화 예약을 했다.

워낙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녀석이 케이지에서 꺼내지도 못하고 있는데 냥님계의 상명하달인지

제제가  잡아먹을 태세로 긴 팔을 뻗어가며 에 힘을 잔뜩 주고는  성질을 부렸다;

1호는 신경도 안 쓰고  시큰둥 하니  거들떠도 안 보는데

왜 2호 니가 난리냐 이눔아,  버핏이 시켰냐..

세 놈을 상대로 농담을 하  그레를 꺼내 주고 어느 순간 잠이 들았는데 웅애웅애 웅애...잠결에 발악하듯 우는  소리가 들렸다. 낯설어 그러나, 언놈이 애 잡는 건가 싶어 나가 보니 고 작은 몸으로  구르다시피  바닥을  뒹굴며  악을 악을 써대고 있었다 .

성묘가 되도록  중성화에 신경도 안 써준 탓에  저러나 보다 싶어 조금만 참자,  날 밝으면 병원가자...얼르고 달래주며  잠이 들만하면  더 크게 울어재꼈다.

 정말 발정 난 암컷고양 특유의 째지게  우는  소리로  간격도 점 점 좁아졌다.

화가 잔뜩 난 사람 애기 우는소리에다  날카로운 괴성

어우러져  은 톤으로 쥐어짜는  소리에  도저히 잠 들 상황이 아니었다.

다 잠든 시간에  어찌나 시끄러운지 민원도 들어올 것 같았고 이래저래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꼭두새벽에  강제로 기상해 날이 밝기만을 기다리는 신세라니, 아니...병원 문 열기만을  기다리는 신세였다

울다 지쳤는지 쇼파밑으로 기어들어가  손도 안 닿는

맨 구석에 짱 박혀 있길래  꺼내기 위한 사투를

 벌여야만 했다.

구슬려도 보고  사정도 해 보았으나 택도 없는 소리 말라옹  하듯이 점 점 더 구석진 곳으로  숨어들었다. 케이지에 잡아넣어야 시간 맞춰   병원도 갈 텐데  늦을까 봐  조바심도 나고 , 애먹이는 거에  화도 났던 터라 오기가 생겼다.

그래,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 보자...ㅣ

고 작은 생명체를 상대로  긴 막대걸레를 이용해

소파밑을 마구 휘적거렸다.

후미진 곳으로 더 숨으며  눈에 불을 켜고는  하아아악

대는  통에  그레도, 나도  기진맥진 상태였다.

결국은 소파를 들어내 는 수고를 하며

9시도 안 되어 병원 앞에  죽치고 기다리는데  그날따라 일찍 나오신 원장님이 어찌나 반갑던지 .

의례적인 설명을 듣고 마취를 하고 나니 3초도 안돼서 우리  그레가 깨까닥.. 그 와중에도 짤막짤막한 게  너무 귀여워 사진 한 장 남기고 잠깐 볼일 보러 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병원번호가 뜨는 걸 보며

순간적으로 싸~한 기분이 들어  전화를 받으니  역시나였다 .불길한 것은 딱 맞추는  황당한 시츄에이션이라니 , 청계천 다리 밑에 거적때기라도 깔고 무허가  간판을 하나 달아볼까 그런 생각을

잠시 하는데  개복을 하니 양쪽  난소가 부풀 대로  부풀어 터지기  일보 직전이라고 했다.

 난소암도 의심되니 조직검사도 받아야 하고  국내에선 검사가 뭐 어떻다더라,  미국까지 검사 보내서 결과는 한 달 정도 걸릴 거란 말씀 끝에  밑줄  쫙~가장 중요한 것을 강조하셨다, 

양쪽 난소를 떼내느라  한 쪽당  얼마며  추가비용이 얼마라는  꼼히 설명하는 쎈스를 발휘하셨다.

에고  슨상님요, 애가 암이니  어쩌니 하는 상황에  

수술부터 잘 마무리하시지 배 갈라놓고 통화가 요래 길다니요.. 하이고  참말!

구조하는 아이마다  수시로 드나드는 단골 병원이다 보니 심하고 신의 손 원장님을 믿는 상황이었다;

아파서 밤 새 울었을 거라고,

 살려달라는 신호를 보낸 거라고..

 구조해오지 않았으면 뱃속에서 터진 채로 복막염이 되어  어느 구석에 가 혼자 죽어있어도  하나도 안 이상할 거라는 얘기를 덧붙였다.

중성화하는 동시에 양쪽 난소도 다 제거하고  집으로 모셔오니 넥카라를 벗어던지기 위한  몸부림을 쳤다.

까칠한 성격대로  굴떼굴 구르며  웅애소리 내지르는 동시에  나 화났다옹..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삼일이 지나니 아픈 게 덜 한지 맘껏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도망도 덜 다녔다.

소파에 앉아 티브이를 보던  어느 날  저녁,

갑자기 사뿐히 나비처럼  날아와 옆에 앉은 그레가  맑은 눈으로  눈을 맞추더니  발음도 정확하게  음매? 하고 부는 소리가 들렸다.

음매..라는 그 한마디가 어찌나  또렷하고 선명하게

들리던지   내가 니 엄마로 보이니? 말은 그리 하면서도

너무 이뻐 끌어안고 이마를 벼댔다. 

싫어서, 불편해서 내는 소리가 아닌,

엄마 살려서 고마워요..;하는 것 같아 코끝이 찡 했다. 그래,  내가 그. 구석에서 우리 그레 꺼내다 살려줬지.

다른 녀석들과는 다르게  거액의 병원비 잡아드신 몸이라 그런지 더 애틋하고 기특한 우리 집 공주님 되시겠다.

커다란 캣 휠도 혼자 잘 타는 우리 그레는 아무도

안 봐주면 절대 운전을 하지 않았다.

음매...하고 를 때  오,  그래. 우리 그레 열심히 타..

라는 한마디만 해 주면 그  응원에 힘입어  숏다리로

한 바퀴씩 거뜬히 돌고 돌아  날으는 원더우먼 냥님으로 변신을 했다.

연속으로 몇 바퀴씩 탈 때 발바닥을 만져보면

소방차를 불러야 할 정도로 후끈거렸다.

쭈쭈  해 주면  더 잘하려는  듯 기고만장해서는

에에에에에엥~~노래까지 부르며 세상 제일 흥겨운

냥님이란 걸  증명했다.

한다, 잘 한다  해주면  더 잘  하는  멋쟁이, 깍쟁이

낭만고양이 그레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정확히 꿰뚫는

유식한 냥이었다.

왜 이러냥, 이래 봬도 @대 나온 냥님이다옹!

깜찍 발랄한 우리 그레 위해서 학사모라도 하나 장만해줘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처음 와 숨고 애먹이던 그레는 어디로 갔는지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니며 에에에에엥... 목청 높여 즐거운 나의 집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

잘때는 머리맡에 누워 꾹꾹이를 하느라 머리를 온통 쥐어 뜯어 미친년 산발 꼬라지를 만들기 일쑤였다.

안마기에 앉아 있노라면 냉큼  뛰어올라와  폭 안겨 있는 것도 즐기는 동시에 맘이 변하면 엥, 하고 왔던 길

  미련없이 바이바이 되돌아 가는 터프냥님이었다.

신이 날때 내는 에에에엥 소리와  빈정상했을때 내는

엥. 소리도 다르고 , 좋을때의 음매?  와  싫을때의

꾸륵 소리가 확실한 어여쁜 나의 공주님.

츄르를 줄 때면  그깢게 뭐라고 쉴새없이  흥에 겨워 수다떠는 모습을 보며  데려오길 참 잘구나,

그래, 여기가 니들 지상 낙원이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애들이 우리 집에만 오면 다 또라이가 되고 이상해져 ~~하는  사람 새끼들  말처럼 또라이라도 좋으니  

내 품에 있는 동안은 무조건  건강하고 즐겁게만 지내다오. 새벽 댓바람  눈 뜨는 순간부터 잠깐 사이에

스므번도 더  넘게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고된 시다바리 집사이지  그래도 괜찮.

수도 없이 대걸레 끼고 밀어대도 괜찮아.

검정옷에 털 뿜뿜 묻어나도 괜찮아.

자고 나면 온 집안 초토화 상태 라도 괜찮아.

그냥 다 괜찮아, 괜찮아!


조직 검사  결과는 다행히 양성.

에잇 사람 검사 몇배나 하는 머니만 날렸다옹.

그래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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