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니라 타인을 위한 수식어였고, 좋은 사람으로 남느라 잃어버린 나
나는 종종 “넌 참 좋은 사람이야”라는 말을 들었다.
그럴 때마다 웃으며 “아니에요”라고 대답했지만,
속마음은 늘 조금 복잡했다.
좋은 사람이라는 건,
언뜻 들으면 칭찬 같지만
어쩐지 ‘편리한 사람’의 다른 말 같았다.
좋은 사람의 조건
내가 알기로 ‘좋은 사람’이라 불리는 조건은 이렇다.
부탁을 거절하지 않는다.
기분 나쁜 티를 잘 안 낸다.
상대의 잘못을 금방 잊어준다.
불편한 이야기는 먼저 꺼내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마음은 뒤로 미룬다.
그 말이 왜 피곤했을까
‘좋은 사람’이 된다는 건 결국
타인의 편안함을 위해
내 시간을, 내 감정을, 내 한계를
조용히 깎아내리는 일이었다.
좋은 사람이라는 말은 칭찬이었지만,
그 말 뒤에는 항상
“그러니까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해줘”라는
무언의 부탁이 붙어 있었다.
좋은 사람 대신, 편한 사람
나는 어느 순간부터
좋은 사람으로 불리기보다
그저 ‘편한 사람’으로 쓰이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 말이 달갑지 않았던 이유는,
좋음이 나를 위하는 방향이 아니라
나를 소모하는 방향으로만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것보다
내게 좋은 사람이 곁에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를 편하게만 쓰는 사람 말고,
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사람.
나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 말고,
나를 고맙게 여겨주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