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걸음이 되는 순간
세계 배낭 여행자들의 안식처 : Pai
나홀로 여행을 처음 떠났던 5년 전, 나는 고민 중이었다. 입대 전 마지막 여행이 될 수 있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세계지도에 다트를 던져 꽂히는 곳으로 갈지, 조금은 아는 곳이어서 편안한 곳으로 갈지. 취미로 땅 보러 다는 사람 마냥 서점의 여행 코너를 기웃 거리며 어디 괜찮은 곳이 있나 찝적거렸다. 그러던 와중에 ‘세계 배낭여행자들의 안식처 빠이 : 태국에서 가장 이름다운 마을’이라는 제목을 만났다.
대학을 입학한 이후로는 매 방학 마다 배낭을 들쳐메고 여행을 다녔다. 그래서인지 세계 여행자들의 안식처가 어떤 곳일지 몹시 궁금했고, 입대를 하게 된다면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 혹은 안식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책장을 넘기게 했다.
그렇게 책 한 권으로 나는 공항에 도착하기 전부터 ‘빠이’를 여행했다. 인천에서 방콕 돈므앙 국제 공항에 도착하고 방콕에서 치앙마이로, 치앙마이에서 미니버스를 타고 세 시간 굽이 굽이 산골짜기로 들어가면 마치 어릴 적 했던 게임 스톤에이지에 나오는 쟈쟈마을처럼 자연 속에서 마주치는 모두가 친구인 것 같은 작고 아담한 마을을 만나게 된다.
나는 스쿠터 하나를 빌려 마을 곳곳을 더듬었다. 발걸음을 멈추는 풍경과 생각에서는 발걸음을 멈췄다. 홀로 하는 여행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챙겨온 캘리그래피 펜을 꺼내들어 소중한 것에 대해 노래했다. 지도에 나오지 않은 길을 가고, 태사랑이라는 태국 여행 전문 사이트의 추천 목록에 없는 카페를 찾아갔다. 으레 마음에 꼭 맞는 카페를 만나면 홀로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큰데 워낙 사람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힙하면서 마음씨 좋은 주인장이 운영을 하고 있어서 태사랑에 소개 글을 올리기도 했다.
낮에는 스쿠터를 타고, 밤에는 걸었다. 해뜰녘 숙소의 창문을 열면 내가 누워있는 곳은 거대한 자연 속 해먹이 되었고, 해질녘 윤라이 전망대에서 보는 석양과 능선 아래 걸친 구름은 두 눈을 뜨고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게 만들었다.
오늘은 '멈추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라는
5년 전의 문장이 나를 탁 치고 간다.
어쩌면 빠이가 세계 배낭여행자들의 안식처인 이유는 빠이 어느 카페에 'Do nothing in Pai'라고 적힌 것처럼 쉼표와 마디가 되는 공간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