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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YES24 어린이독후감대회

꾸준한 독서와 글쓰기, 대회 성공 경험은 덤!

by Hello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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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품명 : YES24 장려상-상장과 명패

문자가 떴다.

택배를 시킨 적이 없는데 무슨 일일까 보니, 어머나!

생각지도 못했는데 장려상이란다.

(발표가 난 지 한 달도 훨씬 넘었는데 발표날 당선 문자가 없었던지라 당연히 안 됐으려니 했었다.)

큰 아이가 글쓰기에 소질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에 의외라고 생각하면서도 뿌듯했다.

작년 1월부터 약 2년 좀 못 되는 기간동안 꾸준히 진행해온 독서육아의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는 것 같아서였다.


독서는 그 효과가 학원을 다닌다거나, 문제집을 꾸준히 풀었다거나 하는 것만큼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성과를 바라고 책을 읽고자 한다면 금방 지치게 마련이다.

많은 부모들이 그렇겠지만, 나 또한 독서 육아를 하면서 주변에서

"00는 00영어학원에 다니는데 영어를 술술 말한대!"라든지,

"00는 수학학원에 꾸준히 보냈더니 그래도 수학은 좀 하더라고..."

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귀가 솔깃해지기도 한다.

친정엄마와 전화통화할 때마다

"00는 영어 학원 보내서 영어 책을 줄줄 읽는다는데 너는 애들 만날 놀리기만 하고 공부를 안시켜서 어떻하려고 그러니!"

라고 타박하는 말을 듣곤 하는데, 그 때마다 엄마한테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학업 쪽으로는 눈에 띌 만한 성과를 보이는 것 같지 않아 속으로만 애를 태우곤 했다.

과연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인가.

아이를 위한답시고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귀가 얇은 편은 아닌데다 내 신념이 워낙 강한 까닭에 독서육아에 대한 나만의 원칙*을 믿고 밀어부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본의 아니게 마루타 마냥 내 실험대상이 된 큰 아이, 다행히 책을 싫어하던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되어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붙잡고 읽고는 있으나 아직까지 뚜렷하게 학습상으로 어떤 효과가 있는지는 수치화된 결과를 받아본 바가 없어 모르다보니 가끔 주변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나면 싱숭생숭해지며 혼란스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듯하다.


* 독서 육아의 원칙
1. 권수는 굳이 세지 않는다. 인터넷 상에 떠도는 천 권 읽기같은 것에 집착하지 않는다.
2. 읽은 책에 스티커 붙여주기나 뒤집어놓기 같은 건 진행하지 않는다. 독서편식(?)이라는 건 당연히 있어야 하며, 아이가 좋아하는 책은 몇 십 번이라도 반복해서 읽는 게 옳다는 생각 때문이다.
3. 아이가 스스로 정한 규칙인 일주일에 두 번 일기 쓰기 숙제에서 쓸 거리가 없으면, 책에서 읽은 내용 중 쓰고 싶은 내용을 골라 아는 걸 최대한 써보도록 한다.
(형식이나 시작과 끝맺음에 대한 규칙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아는 지식을 모조리 써서 1페이지 이상을 채우기만 하면 된다. 생각보다 꽤 어렵다.)

위 원칙대로 아이를 키우면서도, 아이가 학습에 곤란을 느낄 때면 과연 이게 맞는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특히, 수학은 책만으로는 어찌 안되는 한계가 느껴져 문제집을 풀면서 짜증스러워하는 큰 아이를 볼 때면, '학원을 보내면 해결되는 걸 아이가 너무 어려운 길을 가도록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곤혹스럽다.

수포자인 엄마를 둔 탓에 아이가 어려워하는 문제를 속 시원하게 알려줄 수도 없는데, 수학에 관한 책은 너무도 딱딱한데다 읽는다 쳐도 큰 아이는 이야기만 읽으며 깔깔댈 뿐, 막상 책이 전달하려고 하는 수학 원리를 이해하려는 노력 따위는 당연히 없다.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아이가 있긴 한걸까??)


그래도 다행히, 큰 아이는 수학이 아닌 다른 과목들은 책만으로도 교과 수업을 따라가는 데는 문제가 없어보였다. 과학과 역사(5-2 사회)는 거의 날아다니는 수준이고, 국어는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수업이 재미있다고 했다.(물론, 온책읽기를 안해서 아쉽다는 이야기는 늘 하지만...)


다만, 학원처럼 정기적으로 '시험'을 보지 않다보니, 내 아이가 객관적으로 어떤 수준인지 당췌 알 길은 없다. 그저, 아이가 '음. 그냥 잘 따라가고 있는 것 같아."라는 반 허세 섞인 말만 믿을 수밖에...

그런 상황에서 가끔 한 번 도전해보는 이런 대회에서 상장이라도 받아오면(참가상일지언정) 마치 내 교육 방법이 인정을 받은 것 같아 뿌듯해진다. 고난하기만 한 긴 육아의 길. 매일매일 출근하는 길은 고단하지만 그 고생의 보상으로 성과급을 받은 것 같은 보람도 느낀다. 괜스리 우쭐해지며 나 잘했지? 라며 동네방네 내 교육방법을 알리고 싶은 섣부른 자부심은 덤이다. (그래도 소심해서 자랑은 못하지만...)


최근에 책읽기를 지루해하는 독서슬럼프가 오기는 했지만,

다행히 이번 독후감 대회에서의 당선(엄마의 솔직한 의견은 그냥 참가상 정도의 의미지만...)으로 아이는 자신감을 얻었는지, 한동안 소홀했던 글쓰기도 스스로 하고 책도 적극적으로 찾아 읽기 시작했다.


책 육아에서 엄마의 역할은 아이가 꾸준히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재미있는 책들을 많이 쏟아부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더욱 중요한 것은 독서슬럼프 시기가 왔을 때, 대회 참가 등을 통해 적절히 자극을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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