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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Mar 12. 2022

(책)반납 독촉에 관하여…

도서관 에피소드

"카톡~카톡"

코로나 시대, 휴직중인지라 딱히 문자나 카톡이 올 사람은 남편 정도가 다인 나에게 우르르 카톡이 온다.

대개 반갑지 않은 광고 문자이거나, 바로 반납하라고 독촉하는 도서관 문자일 가능성이 높다.

도서관 카톡이나 문자의 특징은 카톡이 한 번 오지 않고 "카톡,카톡" 두 번 이상 울린다는 것.

가족 명의로 책을 빌리다보니 반납 문자도 인 당 1건씩, 도서관 5군데를 다니다보면 어느 날은 6개 이상의 문자가 다다다닥 찍히기도 한다.


은행에 빚 진 건 없는 나에게 유일하게 "연체"문자를 날리는 곳도 도서관이다.

챙긴다고 챙기건만, 가끔 여행이나 주말 외출 등으로 미처 반납기간을 챙기지 못해 연체 문자가 날라오곤 한다. 마치 은행 빛 독촉받는 사람 마냥 연체 문자 한 번 받는 날은 마음이 불편해 안절부절 못하게 된다.


연초, 책을 안 읽는 아들 덕에 거의 매일 도서관을 몇 군데씩 돌던 시절, 하루에 세 군데도 돌다 보니 반납 문자는 꼭 하루에 맞춰서 쏟아지곤 했다. 책을 거실, 베란다(그 당시엔 베란다도 서재였다.), 차 등 여기저기 풀어넣다 보니 가끔 숨어버리는 책들이 있곤 했는데, 반납 독촉을 받고는 부랴부랴 반납할 책을 정리하다가 한 두권씩 빠져서 온 집안 구석구석을 뒤지는 날이면 책 한 권 찾다가 진이 빠져서 도서관을 포기하고 싶기도 했다. 평생 은행 빚 한 번(딱 한 번 집 때문에 한 달 빛 진 적은 있지만) 진 적 없는 나는 책 반납 독촉은 정말이지 거의 이 생활을 1년 가까이 하는 지금까지도 적응이 되지를 않는다. 반납일까지 책을 미처 찾지 못해 반납일을 놓칠 뻔하다가도 겨우겨우 찾게 되면 남편과 아이들을 모두 대동하고 밤에 드라이브를 가는 길에 반납하기도 하지만, 딱 한 번, 반납일이 꼬박 지나도록 아예 책을 찾지 못해 중고서점에서 책을 사다 준 적도 있다.

결국 그 책은 몇 달이 지나 집을 청소하다가 미술도구를 넣어두었던 비닐봉투에서 발견되었는데, 베란다를 정리하면서 미술도구와 함께 책들을 잠시 비닐봉투에 넣어두고 깜박한 듯했다.


한 번은 책을 40권 가량을 한꺼번에 반납함에 넣고 반납이 된 줄 알고 있었는데, 며칠 후 연체 표시가 되어 당황한 적도 있었다. 웬일인가 싶어 도서관에 전화해보니 다행히 도서관에 잘 들어왔는데 타 도서관을 통해 반납되다보니 미처 체크가 안 되었단다. (휴우...)

어떤 날은 무인 반납기로 대출한 책과 일반 도서관에서 빌린 책 모두를 무인 반납기로 반납하고는 다시 무인 대출 요청을 했는데 연체가 되었다기에 도서관에 전화해보니 도서관 책은 무인반납기로 반납하면 안된다고 했다. 분명 무인반납기로 반납되었다는 알림음을 들었다고 했더니 시스템을 막지 않아서 그렇다나.

여튼 내 덕분인지 나 때문인지, 그 이후로 무인대출기는 도서관 대출 책 반납 시 반납이 안된다는 안내멘트까지 추가되었다고 했다.


또 한 번은 A라는 구립도서관 반납함에 책을 반납하고, B라는 교육청도서관 반납함에도 책을 반납했는데 다음날 담당자가 반납처리를 하다보니 B도서관 책이 섞여있었던 것. A도서관에서는 B도서관에 전화를 하고 B도서관에서 나에게 전화를 주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안 나는 다시 A도서관으로 가서 책을 받아 B 도서관에 반납한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그 이후 책을 반납하는 날은 몸도 바쁘고 마음도 긴장이 됐다.

두 개 구의 구립도서관과 한 군데의 교육청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는데, A 구립도서관은 해당 도서관 책만 반납이 가능하지만, B구립도서관은 같은 구 내 구립도서관 책 모두를 반납할 수 있어 무척이나 편리했다.

마침 작은 아이 어린이집에서 준 커다란 에코가방이 있는데 에코가방 한 가득 책을 넣으면 대략 30권 정도.

도서관별 반납일이 겹치는 날은 에코가방에 섞여도 되는 B구립도서관"들"의 책을 가득가득 쌓아서 어깨에 짊어지고, 꼭 구분해서 반납해야 하는 도서관의 20권 정도를 손에 들고 차에 거의 쏟아부을 듯 담아 다닌 적도 있다. 그렇게 하면 에코백에 있는 책들은 반납은 한 군데에서 한꺼번에 하고, 대출은 각각의 도서관에서 하면 되니 도서관이 섞여도 되어 부담이 덜하다.


불과 한 달 전까지도 문화의 날 "두배로데이"엔 도서관 3군데씩 들러 책을 가득가득 빌려왔기에 빌려온 책들만 100권을 꼬박 넘어간 적도 있었다. 빌릴 때는 이것저것 신나게 빌리는데, 반납일 즈음 우르르르 스마트폰에 찍히는 반납 독촉을 받을 때는 왜 이리 마음이 불편한지. 지나친 쇼핑은 중독이 되면 위험하다는데 지나친 책 쇼핑도 자제해야 되는 걸까 싶기도 하다. 읽는 책은 1/5이 채 안되는 날도 허다한데 말이다.


이 생활을 10개월 넘게 하고 있지만 여전히 집에는 도서관에서 빌려와 늘어놓은 책들이 거실을 발 디딜 틈도 없이 가득 채우고 있다. 이젠 습관이 되어 두 아이는 요리조리 책 사이를 피해다니는 걸 불편해하지는 않는 눈치다. 하지만, 도서관으로부터 독촉 받는 나는.... 조금씩 이것들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도서관 책읽기의 슬럼프가 온 것인지.

스스로 도서관을 가는 아이가 있어 예전만큼 책을 많이 빌려오지도 않건마는 여전히 책 반납 요청 문자는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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