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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Aug 23. 2023

돈이 많으면 좋을 것 같아

우리 아이들은 의사가 되면 좋겠어.

우리집은 남편이 생활비를 관리한다.

생활비 카드에 돈을 넣어두면 나는 쓰기만 하면 되니 편리하고, 없으면 돈 넣어달라고 남편에게 말하면 그만이니 돈에 관해선 신경쓸 필요가 없달까. 

외벌이인데다 신의 직장은 아닌 평범한 직장인이라 낙낙한 살림은 아니지만, 부족하다 하면 따박따박 어떻게든 생활비를 넣어주었기에 십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돈 걱정, 빚 걱정은 안 하고 살았던 것 같다.


아이들 옷이나 책들은 거의 물려받았고, 식비와 주거비(관리비 등), 세금 등을 제외하면 딱히 쓸 일도 없다. 교육비도 두 아이 합해 봐야 월 20만원 채 안되고(큰 아이 방과후수업인 바둑, 작은 아이 줄넘기), 옷 좋아하는 부부도 아니니 일 년에 옷 사봐야 한 두번? 그마저도 회당 4~5만원을 넘진 않으니 옷값도 거의 안 나간다. 빚도 없고, 양가 부모님도 자립이 가능하셔서 보조해드릴 일도 없으니 그럭저럭 외벌이라도 살 만 했다.


그런데 올해 유난히 큰 돈 나갈 일이 많아졌다.

10년 좀 넘으니 차가 이리저리 말썽이라 100만원이 훌쩍 넘는 수리비에 자질구레한 부품 교환까지 해야 했고,

집도 15년이 넘어가니 여기저기 말썽이라 보일러도 바꾸고, 렌지 후드 모터도 교환하느라 목돈이 들어갔다.

게다가 초6인 큰 아이와 남편이 처음으로 해외여행하느라 또 목돈이 들었으니... 작년까지 아이 둘 키우면서도 굳이 목돈이 필요없었던 우리 부부에게는 호주 여행을 제하곤 생각도 못한 목돈이 들어간 셈이다.

게다가 큰 아이가 작년 하반기에 교정을 시작했는데 작년에 1차로 250만원이 나가고 올해 또 2차를 나간다며 250을 내라고 했다.

가뜩이나 한 가지 교정을 하면 다른 이들이 틀어져버리고, 또 그 이를 교정하자니 다른 부분이 틀어지니 교정하길 잘 한 건지조차 의심스러운데 결국 2차도 해야한다는 치과 선생님.

게다가 2차는 치과 올 때마다 5만원의 비용을 내야된다며..엥.? 그럼 초기 250은 왜 내는겨??


주변 의사 남편을 둔 분을 보면, 아이 사립초에 비싼 과외 시키면서도 억대를 호가하는 차에 백화점 쇼핑을 즐기면서 여유롭게 살던데....

우리 집은 옷도 10년 넘게 입고, 빚도 없고, 심지어 교육비마저 거의 줄여서 바닥인데 오히려 살림살이가 궁색해져가는 느낌이랄까.


아쉬우면 니가 공부해서 의사해!


라는 말을 들을지도 모르겠지만, 교정 비용 치고는 지나치게 높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매 달 돈을 내야한다면 왜 굳이 일시불로 250을 또 내는 거지?? 라는 의문이 들면서 보험은 왜 또 안되는거야!라는 생각에 화도 조금 났다.)


날로 먹는 건 아니겠지마는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듯한 교정비를 출장가있는 남편에게 전화해서 긴급하게 생활비 카드에 돈 채우고 결제하고 있자니 한숨이 나왔다.


자발적이면서도 어쩔 수 없이 3년차 휴직을 맞이했지만, 이렇게 큰 돈이 여러 차례 나가고 나니,

순식간에(?) 250만원을 채워넣는 치과 의사가 못내 부러워진다. (교정 효과는 커녕 여기 저기 치아 라인이 더 엉망이 되어가는 것 같은데...지지리 못나보이나?)


교정기를 찬 아이가 이가 아프다고 설렁탕 먹으면 나을 것 같으니 설렁탕 사달라고 투덜거린다.

살짝 짜증이 나서  "돈 없어!"라고 퉁박을 주고 나니 내 상황이 더 처량해진다.

(가뜩이나 이도 아팠을텐데 엄마한테 쿠사리 먹고 마음까지 아팠믈 아들아 미안하다. 엄마가 요새 여유가 없어서인가봐.)


용돈 벌이밖에 안 되는 짠내 가득한 공무원 직종이지만, 그래도 둘이 버는 게 나았을까.

휴직으로 돈이 아쉬워지니 차라리 복직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요즘 MZ세대는 최저 임금도 안되는 공무원 월급에 실망하고, 월급에 비해 과한 책임과 업무량에 지쳐 공직을 떠난다던데... 나 또한 국민에게 믿음을 상실한데다 참 보람 없는 쓰잘데없이 과중한 업무에 월급도 박봉인 지금의 공직 생활엔 회의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하지만, 초심에 박봉을 생각했던 건 아니었으니...쳇~)


하도 요즘 의사 열풍이라 왜들 그러나 했는데 치과 의사, 피부과 의사가 되기 위해 왜 그리들 안달하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의사의 꽃은 치과와 피부과라고 어딘가에서 주워들은 지식이다. 아님 말고.)


내 자식들이 치과 의사가 되어 나와 내 남편의 미래 임플란트를 책임져주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나마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며....


에잇. 출장 간 남편 돌아오면 맥주에 오염수 방류 전의 먹태나 하나 뜯어야겠다.

(뜬금없지만 모두들..소금은 사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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