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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Sep 15. 2023

햇빛 전쟁

'기후위기 시대' 과학자들의 경고는 현실이 되고 있다.

내 아이들에게 아직 '인류 멸종'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

(생태 감수성이 민감한 큰 아이는 다윈의 진화론이며 생태계, 멸종 위기 생물들에 대해 꽤 많은 책들을 읽어서인지 어슴푸레하지만 가능성에 대한 인식은 하고 있는 것 같다. 설마 설마 하긴 하겠지만)


하지만, 나는 내 아이들 뒷 세대를 생각하지도 않는다.(너무 황당하고 충격적인가)


무시무시하지만, 기후위기로 인한 인류세의 대멸종 위기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는 최재천 박사님 이하 수많은 과학자들의 의견에 동의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중이다.


마음의 준비라고 해 봐야 별 거 없기는 하다.


1. 아이들을 같은 반 또래의 타인과 비교하거나 지나친 경쟁 속에 몰아넣지 않고,(미래 우리 아이가 살아갈 세대는 인구 절벽으로 대학 경쟁이 지금처럼 심하지 않을 거라는 예상을 한다. 틀릴 수도 있겠지만, 굳이 걱정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우리나라의 무조건적인 암기 교육을 따라갈 생각은 없으므로.)

2. 재난동화 등을 통해 사건이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간접적으로나마 겪어보게 하고,

3. 부모가 없어도 이들이 어떻게든 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집안일도 스스로 하게 하고,

(큰 아이는 부모와 계약서를 쓰고 집안일을 통해 용돈을 벌고 있다. 청소기를 밀고, 빨래도 갠다. 당연히 해야할 집안일을 용돈이라는 보상을 주는 것에 대한 반감은 있지만, 어차피 주어야 할 용돈이라서 간접 사회경험을 하게 하고 있다.)

4. 간단한 요리 정도는 스스로 할 수 있게 기회를 많이 주고 있다.

(라면 끓이기는 기본이고, 식빵, 카스테라, 모닝빵 만드는 건 유튜브를 보지 않고도 가능하다. 언제든 만들 수 있도록 기본 재료는 집에 늘 상비되어 있다. 다양하진 않아도 생존은 가능하겠지.)

5.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텃밭을 가꾸는 기회를 최대한 많이 주고 있고

6. 아이들의 생태 감수성을 높여서 먹을 거리를 구할 수 없는 위기 상황에서도 가까운 숲에서 먹을 거리를 구할 수 있도록 식용 가능 곤충이나 식용 가능 풀들을 구분할 수 있게 하는 정도?

(부디 노스트라다무스가 예견한 1999년 지구 멸망과 같은 헛소리라고 치부하지는 마시길...)


제6차 대멸종이라 불리우는 인류의 멸종은 우리의 행동 여하에 따라 시기의 차이는 있겠으나, 최재천 박사님은 그 시기가 100년보다 훨씬 덜 걸릴 것이라고 예측한다.

(호주나 캐나다의 대 화재, 지구촌 나라 이곳저곳서 발생하고 있는 홍수나 가뭄, 폭염 등. 기후 위기 경고등이 연이어 켜지는 걸 보면 과학자들의 예언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 같아 두려워진다.

100년이 아니라 20~30년 안에도 언제든 실현될 수 있는 심각한 위기이기에 더더욱 미래가 두려워지는 듯하다.)


햇빛 전쟁, 지상의 아이 지하의 아이, 로봇벌 알파 같은 디스토피아류 동화(혹은 소설)이 늘어나는 것도 이런 우려가 반영된 결과들이 아닐까.


루아는 아빠, 동생 모아와 함께 시골 깊숙한 곳에 있는 오두막집으로 이사온다.

짐은 딱 하나만, 집 주인의 허락을 받지 않고 들어가는 것이기에 많은 물건을 들고 갈 수도 없고, 아픈 동생 모아를 위해 화학 제품을 사용할 수도 없다.


식량은 주문해도 주문량보다 적게 들어오는 기후 위기의 시대.

녹아버린 영구동토층에서 쏟아져 나오는 온실가스. 아이들에게까지 깊게 스며들어버린 패스트 패션(?) 처럼 빠르게 유행하고 금방 버려지는 자원들로 지구는 급속도로 오염되어간다.

(영구동토층의 온실가스는 과학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동토층이 녹아버리는 순간, 그 곳에 갇혀있던 엄청난 양의 메탄 가스, 바이러스 등이 쏟아져 나오면서 인류의 통제 가능 범위를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이다. 최근 동토층에 오랜 기간 갇혀있었던 탄저균에 오염된 풀을 먹고 순록떼가 떼죽음을 당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 책은 오염 자체보다 기후 변화로 인해 오존층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 햇빛의 유해 자외선이 지구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발생하는 문제에 초점을 두었다.


유해 자외선으로 인해 사람들에게는 알 수 없는 피부 반점이 번지고, 그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하는데도 정부는 혼란을 우려해서 이 사실을 은폐하려는 상황.


루아가 이사한 이 곳도 어른들도 아이들도 각자도생해야 하는 삶이 이어진다.

(왜 늘 재난 상황에 국가는 없는 걸까.)


아직 상황 파악이 덜 된 햇빛 단지의 금빛 스니커즈는 아버지가 지어낸 집이라며 햇빛 단지 아파트의 최첨단 시설을 자랑하기 바쁘다. 하지만 루아는 햇빛 단지 그 어느 곳에도 식물 한 그루 자라지 않는다는 걸 이상히 여긴다.


식물조차 자랄 수 없는 강한 자외선.


햇빛 단지 사람들은 자신들이 자연 재해를 언제든지 최신 기술로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아니, 비단 햇빛 단지 사람만 그런 걸까.

금빛 스니커즈로 대표되는 대다수의 일반인들이 그렇게 믿고 지금을 살아가는 건 아닐까.


오늘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나오는 앤 해서웨이처럼 ★카페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컵에 담긴 커피 한 잔을 시원하게 쪽쪽 들이고는 '오늘도 우아하게 문화 즐기고 있다.'고 착각하면서 말이지...


하지만, 대다수의 일반인이 눈앞의 위기를 미처 파악하지 못하는 중에도 일부 사람들은 눈앞의 위기를 인식하고 이상한 사람, 유령, 미치광이 취급을 받으면서도 어떻게든 살아갈 방도를 마련하려고 애를 쓴다.


햇빛의 강한 자외선으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이상한 사람 취급당하면서도 행동으로 보여주는 할아버지(과학자).

동생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헌신적인 의사 아빠.

그리고 도시의 화려한 삶을 포기하고 시골로 내려와서 투덜거리면서도, 햇빛의 위험성을 깨달으며 금빛 스니커즈의 화려한 생활을 부러워하기보다, 생존을 위해 아이들의 놀림을 받는 두꺼운 망토도 마다하지 않고 삶을 향한 강한 열망을 뻗어내는 루아.


이야기를 이 리뷰에서 다 펼쳐낼 필요는 없지만,

이 책을 통해 알게된 건

재난이 발생했을 때 정작 나라는 국민을 지켜주지 않았다는 것과

생존을 위해서는 인간만을 위한 화려한 생활이 아니라 자연에 최대한 근접한 삶의 방식을 지켜내야 한다는 것,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미래의 위기를 인식한 데 대해 용기있게 자신의 생각을 펼쳐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재난이 발생했을 땐 당황하지 말고 생존 방법을 모색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아이들 대로 강한 자외선 속에서도 싹을 틔우는 식물을 찾아내기 위해 생각을 모으고, 과학자인 할아버지는 그 생각을 아이들의 유치한 생각이라고 치부하지 않고 연구해서 결국 자외선 속에서도 싹을 틔우는 식물을 찾아낸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 식물이 기후 위기 속 변화무쌍한 날씨 상황에서도 잘 커나갈 수 있도록 희망의 싹을 틔우려 애를 쓴다.


그렇게 생명은 가늘지만 끈질기게 살아낼 것이라는 희망을, 이 책은 우리에게 주고 있다.

햇빛과의 전쟁에서 사람들은 겸손해졌다. 할아버지 말처럼 이겨 나가기 위해 함께 힘을 모으는 일도 많아졌다. 앞으로 얼마나 긴 시간을 깜깜한 땅 속에서 예전 같은 햇빛을 기다려야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작별 인사 때 이겨 낼 수 있다는 희망을 절대 버리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중략)

일 년 전만 해도 단 한 번도 햇빛이 위험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위험한 것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고, 우리가 알지 못하고, 알 수 없는 것들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중략)

녹고 있는 영구동토층, 기상이변, 세균과 바이러스, 방사능 오염까지 여러 기사 내용이 스크랩되어 있었다. 인류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공격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다. 그 전쟁에서 우리는 어떤 무기를 준비해야 할까.
루아는 땅 속 생활을 통해 배운 게 있다.

편리하고 풍족한 것에 욕심을 내지 않을수록, 지킬 수 있는 것이 더 많아진다는 것을.
                                                                                                                 -186~187p-  


첨언)

디스토피아 세계를 그린 책을 읽을 때 주의할 점은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세계를 바라보지 않도록 중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토록 비관적이고 우울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데 살아서 무엇하나.' 가 아니라 예정된 미래이지만 그 미래의 모습을 늦추기 위해서 당장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할 지에 초점을 맞춰보면 어떨까. 디스토피아 소설은 우리에게 좌절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비관적인 미래가 오지 않도록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경고를 잊은 채 흥청망청 살아가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임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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