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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Mar 03. 2022

속상함에 관하여

열정의 끝에는 속상함이 온다.

큰 아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진다.

어느새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며 서러움에 훌쩍이는 큰 아이.

본인의 계획에 따라 일주일에 두 번 두 장씩 수학 문제집을 풀고 있는 큰 아이는 요즘 낮잠을 종종 자서 그런지 낮잠 잘 시간(?)이 지나 온 몸이 수학문제를 거부하고 있건마는 그래도 빨리 숙제를 끝내고 사랑하는 톱사 산책을 시키겠다는 의지 하나로 버티더니 참았던 눈물 한 방울에 마음이 무너져내렸다.

두 장 중 한 장은 다 맞아서 다행이라며 안도하더니, 두번째 장을 채점하는데 서너 문제를 제외하고는 다 틀려버린 것.

끝까지 참고 풀었건만, 결과가 안 좋아서인지 속상했던 모양이다.

결국 훌쩍대던 큰 아이는 틀린 답을 고치지 못하고 안방에 누워버렸다.

"그래, 낮잠 좀 자고 기분 풀어라."


그런데 10분이 채 지났을까, 큰 아이가 멋쩍은 표정으로 다시 나왔다.

회복탄력성이 꽤나 높아진 듯한 큰 아이가 대견했던 나.

"그래, 톱사 먼저 산책 시키고 와서 다시 풀어보자. 열정이 있으니 울기도 하는 거야. 열정이 없으면 울지도 않는데 말이지. 열심히 하고 있다는 증거니까 너무 속상해 말자."

한껏 위로해주고 밖으로 내보냈다.

큰 아이는 밖에 나가 톱사 사육장을 한동안 정리하며 마음을 다스리는 듯 했다.

미리 언질을 주어, 마침 퇴근하던 아빠도 한껏 오버하며 아이에게 관심을 표해주었다.

그렇게 다시 평온을 찾은 우리집.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둘째가 울음이 터진다. (넌 또 왜그러니...)

난생 처음 레고를 선물로 받아 할아버지댁에서 첫 번째로 다 조립하고 분해하더니, 다시 열정을 불태우며 조립하던 작은 아이, 갑자기 뭔가가 꼬여버렸나보다.

5살이지만 꽤나 어려워보이는 복잡한 레고를 혼자서 설명서 보고 잘 하는 아이였는데 설명서 몇 장을 떼어먹고 너무 앞서나갔는지 블럭 결합이 어려워 끙끙대다 울음을 터트린 것이다.

큰 아이는 자기가 불과 몇 시간 전에 울었던 것은 기억도 안나는지, 동생 왜 저러냐며 의아해한다.

"너랑 똑같은거지. 열정을 불태웠는데 생각보다 잘 안풀리니 속상해서 그런거야."

다행히, 아빠의 격려 속에 작은 아이는 다시 분해해서 설명서 앞장부터 차분히 다시 하면서 웃음을 되찾았지만 같은 날 두 형제의 울음을 보며 깨달은 건, 열정 끝에는 속상함이 온다는 것.


하지만 속상함을 잘 이겨내면 언젠가는 그 열정이 "성취"라는 뿌듯함으로 다가올 날이 있으리니...

두 아이의 속상함을 달래려 온 가족이 모두 좋아하는 한*설렁탕에서 따끈한 설렁탕 한 그릇에, 두 아이는 속상함을 저 멀리 날려버렸다.


#큰아이특양지설렁탕#사리2개#엄마 밥 반그릇 뺏어서 추가#몸무게 1킬로 쪘겠지?#배둥둥#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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