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아들만 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llo Earth Apr 18. 2024

8살 초딩의 하루 수학

초등 수학은 넘 어려워

우리집 8살 아이는 수학을 좋아합니다.

정확히는 숫자를 좋아하지요.

형아의 꿈이 동물 구조사, 생태 연구원이라면,

숫자가 흥미의 전부인 작은 아이에겐 아는 직업이라곤 학자 붙는 직업이 전부인지라 꿈이 수학자라는 아이입니다.


그런데 수학 문제집을 풀다보니 참 어렵습니다.

천 자리 정도까지는 암산으로 풀던 아이가, 여러가지 덧셈이라며 나온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네요.

1. 23+47=23+7+40=30+40
2. 29+15=29+10+5=39+5

으로 이어지는 사고의 흐름인데,

머릿속에선 신나게 했을 계산방식인데도

어떤 때는 십의 자리끼리 먼저 더하고

어떤 때는 앞의 수의 일의 자리를 0으로 맞추고 나머지 수를 더하는지 혼란스러워합니다.

1학년 문제집과의 격차가 커서인지, 아니면 스스로 생각하던 자유로운 방식으로만 계산을 하다가, 처음으로 수식이라는 걸 접해서 혼란스러운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여러가지 덧셈 방법이 한꺼번에 나오는 것도 혼란스러운데,

주판알 튕기는 법도 추가되니 아이 머릿속은 금세 뒤죽박죽이 되고 맙니다.


쉽게 할 줄 알았던 엄마도 당황스럽지만, 수학의 어려움을 처음 깨달은 아이도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던 듯 합니다.


이 단원을 풀기 며칠 전 세로셈을 처음 시작할 땐 세로셈 자체를 처음 봐서인지 올림 계산에 어려움을 느꼈더랬는데요.

이제는 가로셈이 어렵다며 세로셈만 하겠다는 아이에 엄마는 그저 웃고 맙니다.

(사실, 2학년 선행 문제집을 아이 스스로 본인이 원할 때에만 꺼내 풀고 있다보니 어려운 게 당연하기도 하고, 지금 서둘러 풀어야 할 문제도 아니다보니 딱히 그걸로 아이에게 혼내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그저 " 아직 어려울 수 있어. 다음에 풀어보면 생각날 수 있으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 라고 말해주면 아이도 두말없이 " 오늘은 여기까지!"를 외치고 순순히 문제집을 덮곤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형아가 숙제하느라 바쁠 때면 저도 하겠다며 부담 없이 문제집을 꺼내드는 편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아이가 뭔가 아쉬웠는지 세로셈이 재밌다며 저에게 문제를 내달라네요.

제가 일부러 아이에게 무시무시한 목소리로

"에?그럼 엄마는 진~~~짜 어려운 문제 낼 건데?괜찮겠어요?"

그러자 아이가 환한 미소로 대답합니다.

"어.어. 어!!엄마 진짜 좋아요. 엄~~청 어려운 걸로 내주셔야 돼요?"


결국 스케치북에 천자리수 덧셈부터 한 문제 내고, 아이가 풀기를 반복하더니, 결국 천 조를 지나 1경까지 가버리네요. 허허...

천 단위에서 시작한 덧셈이 어느새 조를 넘어갑니다. 같은 날 아이는 1경을 넘는 계산식을 풀고는 엄마가 스톱을 외치니 그제야 만족해서는 잠이 들었답니다.


나중에 퇴근하고 돌아온 아빠에게  아이가 큰 소리로 수를 읽으니 남편의 말이 가관입니다.


"ㅇㅇ야, ㅇㅇ가 나중에 이만큼 돈 벌어오는 거야? 오... 우리집 부~~자 되겠네!!"


(으음... 진짜 1경이 우리집에 있으면 세계 1위 부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생각만 해도 기분은 좋네요. 그게 짐바브웨 달러가 아니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하하하.)


매거진의 이전글 '섬세한' 8세 아이와 소통하는 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