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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Mar 11. 2022

중고마켓을 이용하다

중고마켓에 있는 물건은 당연히 중고다.

 아이가 5학년 승급을 앞두니 마음만 바빠진다.

다행히 한국사에 전혀 관심 없던 아이도 엄마가 세계사를 1회독하고 도서관에서 줄창 한국사 책만 빌려다 놓았더니 미끼를 덥석 물어서 지금은 용선생 한국사 책을 곧잘 읽는다.(다행히 5학년 2학기 전 한국사에 아주 무지한 아이는 안 될 듯 하다. 휴우~)

용선생 한국사를 읽자니 도서관에서 빌리기가 어쩜 이리 하늘의 별따기인지.

구립 도서관에 있는 용선생 한국사는 인기 없는 몇 편을 제외하고 모조리 대출중에 예약까지 걸려있다.

세상 모든 엄마들이 아이의 5학년 2학기를 위해 도서관으로 몰린 느낌이랄까...(그놈의 5학년 2학기가 뭔지.)

해서 작은 아이 지하철 투어 때마다 중고 야채(!)마켓에서 여기저기 동네 인증을 받아가며 한국사 책을 뒤지다시피 했는데 저렴하고 상태 좋은 책은 이미 거래 완료된 지 오래.

결국 한달을 그렇게 핸드폰과 씨름하다시피 시간을 소모하고 포기하려던 즈음.. 알림이 떠서 보니 많이 멀지 않은 곳에서 한국사 책이 저렴하게 떠 있었다.

부랴부랴 약속을 잡아놓고 혹시나 해서 깨끗한지를 물어보았다.

(연식은 찾다보니 거의 옛날본이라 포기했다.)

잠시 뜸을 들이다가 깨끗하다는 채팅 알림을 받고 바로 구매결정을 하고 다음날 물건을 받으러 갔다.

겉으로 매우 깨끗해보이기에 감사히 받아들고 송금을 해준 후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살펴보니 이게 웬걸, 시리즈 중에서 서너권의 상태가 정말 최악이었다. 깨끗하다고 했던 말과 다르게 찢긴 곳도 있었을 뿐더러 낙서만 안되어 있을 뿐 세권의 책 모두 물에 젖어 우글거리고 있었다. 그것도 책 거의 대부분이 우글거려 딱 봐도 상태가 안좋다는 게 눈에 보였을 법한데도 깨끗하다는 말로 일축해버린 판매자에게 화가 났다.

그래서 중고거래 처음으로 판매자에게 항의를 하고 일부 환불을 받아 돌아왔는데, 여전히 책을 산 게 후회가 되기는 한다. (개정판 새 책을 살걸 그랬나 싶기도 한데, 용선생 내용 자체가 아주 자세한 건 아니고 흥미 위주로 되어 있어 오래 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 중고로 산 것이긴 하다.)


여지껏 중고로 책을 여러번 샀지만, 한 번은 아예 비닐 째 새책이었고, 한 번은 정말 깨끗하게 봐서 흠을 찾을 수 없는 정도의 최상급, 그 외의 경우에 낙서가 된 경우는 있었지만 저렴히 샀기에 그냥 그러려니 한 적도 있긴 했지만 이번처럼 상태가 안좋았던 적도 없었던 듯하다.

꽤나 공들였던 구매였기에 속상하기도 많이 속상했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중고는 중고다.

중고를 사면서 새 책이 올 거라고 기대하진 말자.

저렴하게 사서 마음껏 가지고 놀게 하는 게 중고 책의 역할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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