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릉이야 가족권으로 달려라 달려~~
바람은 거세지만 화창한 연휴입니다.
어제 하루 양가 부모님을 찾아뵙느라 심심하게 있어야 했던 두 아들들을 위해 오늘은 바깥으로 나와봅니다.(시가와 외가 모두에 두 아이의 또래가 없기도 하구요. 성별도 다르고 터울이 있다보니 사촌지간이지만 어울리기가 좀 어려운 관계입니다. 그러다보니 다같이 모이면 어른들은 좋은데 아이들은 심심해하는 편이죠.)
가족권 따릉이가 생기니 굳이 자전거를 끌고 나가지 않아도 되어 꽤나 편리해졌습니다. 그전엔 따릉이를 두 대밖에 못 빌리다보니 두 아이들은 각자의 자전거를 끌고 나와야 해서 힘들어도 결국 다시 자전거로 돌아가야 했거든요. 하지만, 따릉이는 반납하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고, 자전거 주차와 분실의 부담도 없으니 기동성이 훨씬 좋아집니다.
당연히 이동 반경도 늘어나지요.
이게 다 초딩 작은 아이가 새싹 따릉이를 탈 수 있을 정도로 큰 덕분입니다. 물론 단체권이 없어진 불편함을 가족권으로 채워주신 관계자님들 덕분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늘 가던 체육공원 방향이 아닌 한강공원을 향합니다. 1차 목표는 잠원 한강공원.
불과 1년 전 밤 8시에 라이딩을 나갔다가 잠원한강공원에서 예상보다 오래 지체하는 바람에 늦어져서 초디자전거 라이딩 인생 첫 졸음운전을 했던 기억이 있기도 했죠.
그 뒤로는 그 쪽 방향으로는 아예 시도조차 안하려고 해서 애를 먹었는데요.
따릉이로 한껏 가벼워지니 작은 아이도 다시 용기가 생겼나봅니다. 아주 씩씩하게 따라나서주었죠.
자전거가 가벼워지니 한 두 번만 가볍게 쉬면서 잠수교를 지나 빠르게 잠원 한강공원으로 진입합니다. 한강라면을 먹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아 따릉이도 한 번 교체해주었더니 시간이 여유로워지네요.
한강공원 내 편의점에 모처럼 자리잡고 라면을 먹습니다. 컵라면은 몇 번 먹었지만 온 가족이 한강라면으로 먹는 건 처음인 듯도 하네요.
꽃가루가 엄청나게 날려서 고생은 했지만, 라이딩하면서 먹는 라면과 삼각김밥 맛은 그야말로 꿀맛입니다.
아이만 즐겁고 어른은 시시하면 오래 못놀텐데요.
(저에게는 키즈카페나 놀이터 데리고 다닐 때가 그랬던 것 같네요. 늘 비슷한 패턴의 키카는 아이를 감독하는 보호자 입장이기도 하고, 즐길 여유 없이 아이들끼리 서로 부딪힐세라 계속 지켜봐야 하니 상당히 피곤한 일이었지요.)
라면을 먹고 선택의 시간.
집으로 돌아갈까, 아니면 좀더 가볼까 고민하다가 작은 아이의 동의를 얻어 더 가보기로 합니다.
2차 목표는 여의도 63빌딩.
작년까지만 해도 큰아이와 남편 둘이서만 가능했던 라이딩이었는데, 신기하게도 1년이 지나니 작은 아이도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바람이 꽤나 거세서 춥게도 느껴졌는데요.
그래도 씩씩하게 바람을 헤치며 발판을 부지런히 밟다보니 어느새 여의도 목표지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동작역을 지날 즈음부터는 난도가 조금 올라가다보니 숨이 헉헉 차면서 힘들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작은 아이 말에 따르면 스틸 자전거보다 새싹 따릉이가 훨씬 가벼워서 힘들어도 할 만 했다고 하네요.
그렇게 장장 17킬로미터가 넘는 길을 달리고 달리다보니 어느새 목표지점. 하지만 편의점이 있던 63빌딩 별관은 공사중이라 들어갈 수 없었죠.
하는 수 없이 기왕이면 국회의사당 쪽 방향으로 더 달려가보기로 합니다.
이제는 한강길이 아닌 도로를 따라 달리는 길.
여의도 번화가 쪽으로 향하는 자전거길을 따라가보니 그 유명한 '더 현대몰'이 보입니다.
따릉이를 반납하고 들어가자니 번쩍거리는 내부 쇼핑몰 모습에 놀라는 작은 아이에게 백화점이라고 말해주니 작은 아이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제게 묻더라구요.
"엄마, 백화점이면 책을 파는 곳이지요?"
라고 말이죠....하하하.(에미가 백화점을 안좋아하니 근 3~4년 이상을 백화점 근처에도 못 가본 아이들에게 못내 미안해지긴 하네요. 아들들아 미안하구나.)
백화점이 낯선 아이들이라 어찌저찌 뭐가 있나 구경 조금 하다 어색해져서 지하철역으로 향합니다.
백화점에서 연결되어 있다기에 따라가는데 한참동안을 무빙워크로 이동하고 또 이동하고 지칠 즈음이 되어서야 여의도역이 나타납니다.
그렇게 지하철로 돌아오고 보니 오늘도 4시간이 넘게 걸렸네요.
어제도 새벽 한 시가 다 되어서야 작은 아이가 잠드는 바람에 밤새도록 깊이 못 자서 피곤했는데, 오늘은 아이가 푹 잠들 수 있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드디어 내일 기나긴 연휴 끝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간입니다.
재충전했으니 내일부터 다시 학생의 본분으로, 직장인의 본분으로 돌아가야겠죠?
그래도 3일만 버티면 다시 주말이니 힘을 내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