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 난지한강공원까지 20km를 달리다.
화창한 일요일입니다.
워낙 바쁜 시즌이라 주말 중 하루는 회사를 나가고 있기도 하구요. 주중에도 1분 1초를 다투며 강도 높은 업무에 시달리다보니 하루쯤은 쉬고 싶기도 할 법 한데요.
희한하게도 집에 있으면 좀이 쑤시고
화창한 날씨일수록 더더욱 집에 있기 아깝다는 생각만 들더라구요. 허리도 아파서 며칠째 구부정하게 다니고 있는데도 말이죠.
(허리 아파도 자전거 타는데는 문제가 없다는 게 함정입니다. 허허...)
어제 차를 타고 달리면서 서울함 공원을 지나갔을 때 남편한테 이 길을 라이딩해서 와도 좋겠다며 무심코 말했었는데요.
남편이 그걸 기억하고는 오늘의 목적지를 서울함공원으로 정해버리네요. 헉....
그렇게 오늘도 한강을 달리게 되었답니다.
지난주엔 우중충한 하늘이었는데요.
오늘은 햇볕이 쨍쨍. 습기 하나 없는 건조한 날씨.
여기저기 공사중이기도 하고 다리 위 강변북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이 뿌려대는 매연과 먼지들로 시야가 뿌얘지기도 합니다.
부랴부랴 가방에서 썬크림을 꺼내 부지런히 발라준 후 출발. 큰 아이는 저 멀리 휙 가버리고 그 뒤를 남편 작은아이 그리고 마지막이 엄마입니다.
남쪽 잠원 한강공원을 따라가면 뙤약볕을 지나 그늘도 제법 있는데요.
북쪽으로 이어지는 길은 좁기도 하고, 여기저기 움푹 패인 곳도 있어서 속으로 덜덜 떨리기도 하더라구요.(포트홀이 아닌 싱크홀 아닌가 싶어서 말이죠.)
게다가 곳곳이 공사중인데요.
갑자기 좁아지는 길에 속도를 줄이지 않고 쌩 달려오던 초등 형아와 작은 아이가 거의 부딪칠 뻔한 아찔한 일도 있었답니다.
그래도 공사중인 구간만 지나고나면 망원으로 향하는 길 곳곳에 한강 공원이 길게 이어집니다.
(강 건너쪽은 오히려 공원이 사라지고 긴 다리 구간이 있는 곳이죠.)
서울함 인근에서 자전거를 반납하고는 다시 한강의 편의점으로 향합니다. 날씨가 날씨인지라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는데요. 서둘러 자리를 잡고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서 입에 물었습니다. 그런데 강한 햇빛에도 응달에서는 강바람이 다소 차갑게 느껴지더라고요.
서늘해진 날씨에 주섬주섬 긴팔옷을 꺼내 입었답니다.
서울함공원이 목적지였으니 이 근처에서 놀아도 될 것 같은데 다들 생각보다 금방이라 아쉬웠나봅니다.
조금 더 가면 난지공원이 나온다 하니 환호하는 아이들.
자전거를 다시 빌리러 가려는데 웬 카트처럼 보이는 해치카가 눈에 띄네요. 대기중인 기사님께 여쭤보니 난지캠핑장까지 운영하는 무료 셔틀이라고 하십니다.
결국 자전거를 빌리려다 급히 계획을 바꾸어 해치카에 올라탑니다.
20여분에 한 대라 출발을 기다리는 동안 꽤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봅니다. 하지만 1회 탑승 인원은 고작 10명. 좁디좁은 카트 버스라 다들 돌아서네요. 일찍 타서 기다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트는 망원을 출발해서 거울분수에서 한 번 그다음엔 또 다른 정류장에서 한 번... 이렇게 순환하며 곳곳에 사람들을 태워주고 내려주고 있었습니다. 자전거길을 달리는 카트차라니. 자전거를 타고 달렸으면 좁디좁은 자전거길...초딩 데리고 카트차와 마주쳤으면 힘들 뻔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잔디밭이 넓게 펼처진 곳에 자리를 잡고 캐치볼을 하다보니 아차. 화장실이 꽤나 멀더라구요. 편의점도 없고.
라이더들에게 제일 필요한 편의점과 화장실이 없다는 건...치명적인 약점이랄까요.
하는 수 없이 돗자리를 깔고 캐치볼을 하다가 주섬주섬 다시 주워담아 걸어갑니다.
걸어걸어 야구장을 지나 강변북로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난지 한강공원 언덕 위까지 가서야 따릉이를 만납니다.
난지 한강공원 언덕빼기에 위치한 따릉이 주차장에는 어린 아이들의 접근성이 떨어져서인지 새싹따릉이는 거의 전멸이네요. 그래도 세 대 중에 그나마 상태가 제일 나은 것으로 골라 타고 출발합니다.
시원하게 뻗은 내리막길이지만 곳곳이 불법주차 차량들로 막혀있어 브레이크를 잡고 조심조심 내려갑니다.
언덕 아래로 내려가면 난지 열병합 발전소 앞쪽으로 넓게 펼쳐진 잔디밭이 보입니다. 캐치볼 하기는 딱 좋은 시원시원하게 넓은 잔디밭.
익숙하게 글러브와 공을 꺼내 던지는 남편과 두 아이를 뒤로 하고 먹을거리를 사오는 것은 엄마의 몫이지요.
따릉이를 타면 5분도 채 걸리지 않는 가까운 거리에
하나로마트가 있어 주섬주섬 먹을 거리를 챙겨옵니다.
라이딩할 때만 맛볼 수 있는 라면과 과자파티.
게다가 하나로마트라서 블루베리도 딸려오니 아이들이 환호하네요. 그렇게 배둥둥 하고 다시 캐치볼을 하다보니 집을 출발한지 어느새 6시간이 흘러갑니다.
집에 갈 땐 지하철 역까지만 자전거를 빌려타고 지하철로 돌아오는 길.
지친 아빠와 달리 아직 쌩쌩한 두 아이들이네요.
(최근에 읽은 불량한 자전거여행 1~4 얘기를 하면서 하루에 100km를 달려야 하는 라이딩 여행을 얘기해주니 큰 아이가 흥분합니다. 자신 있다는 듯이 말이죠.
그래서 말해줬죠. 불량한 자전거 여행1~4 를 읽고 얘기하라고 말이죠. 하하하.
다음주에는 어디로 떠나게 될 지 궁금해집니다.
(풀 야근 예정이니 집에서 헤...하면서 넋놓고 자고 있을지도 모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