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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들만 둘

봄이니까 한강 라이딩4

이번엔 동쪽으로 달려보자!

by Hello Earth

오랜만에 쉬는 날입니다.

지난주에는 월화수목금금금월화였거든요.

어마어마했던 며칠 동안의 새벽출근 야근, 주말근무로 인해 체력이 바닥이라 집에 오면 하루종일 못 먹은 밥 먹고 잠들기 일쑤였지요.

남들은 쉬는 선거일에도 새벽부터 출근하다보니 몸은 천근만근입니다. 그래도 어찌저찌 큰 산은 하나 넘었고 작은 산 하나만 넘으면 이제 평탄한 길(?)만 가면 되지 않을까.....(아닐 수도 있지만요. 흑)

그렇게 큰 산 하나 넘고 처음으로 맞는 휴일입니다.

역시 출근 안해도 되는 휴일이라 좋네요.

몸은 여전히 무거운데 마음은 어디론가 자꾸 가라 합니다.

제가 엄청나게 바쁜 시간을 보내는 사이 큰 아이에게도 시험 기간이 찾아왔지만....음. 에미가 없는 기간, 그까이거 대충대충....

어미의 부재 기간, 늘어난 건 아빠의 잔소리더라고요. 다시금 잔소리가 시작되는 남편의 입을 막고, 하하하..어색하게 아들을 향해 웃어줍니다.

허허허....헛...흑.


잔소리는 실패했지만, 가까스로 한문(한자) 시험 준비는 개미 콧물만큼이나마 하도록 하고, 오늘도 바깥 라이딩입니다.(오늘 할 공부를 끝내야 간다는 건 꽤 잘 먹히는 협박(?)이지요.)


어디로 갈까 잠시 고민해봅니다.

지난번 난지 한강공원에서 캐치볼을 하는 것도 좋았는데 마침 여의도 샛강에는 오디가 한창일 듯하니 가는 길에 들러볼까 싶기도 했거든요.

하지만 남편이 갑자기 제안을 합니다.


올림픽공원으로 가즈아~~~


친정 근처라 여차하면 찾아뵐 계산까지 한 남편의 배려에 뭉클해집니다.

얼음 듬뿍에 과일을 싸고 물까지 싸면 준비 끝!!

따릉이를 하나씩 잡아 타고 익숙하게 한 줄로 한강을 달리기 시작합니다.


뜨거운 뙤약볕이 한강을 달구다보니 얼마 달리지도 않았는데 땀이 줄줄 흐릅니다. 그래도 두 아이 모두 지친 기색 하나 없이 페달을 힘차게 밟지요.


따릉이 가족권이 이런 여유로운 시간까지도 선물해주네요. 주차 부담도 없애고, 탄소 중립 실천하고, 어린이도 즐길 수 있으면서 반납도 편하니 차를 가지고 가지 않고도 요기조기 다닐 수 있어 이동거리가 쭉쭉 늘어납니다.


지금의 서울시장님은 무지 마음에 안 들지만, 가족권을 부활시킨 서울시 자전거 담당자와 팀장님께는 무한 감사를 보냅니다.


뜨거운 뙤약볕을 피해 잠실대교 아래서 잠시 쉬면서 과일을 흡입하고는 급경사의 오르막을 힘겹게 올라갑니다.

급경사의 오르막 끝에는 강변북로 옆길로 이어지는데요.

막히는 길에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차량들을 뒤로 하고 달리다보면 어느새 잠실철교 위 자전거도로와 연결되는 길이 나옵니다. 이런 길도 있었나?의아했는데 지하철로만 연결된 잠실 철교 옆에 자전거도로와 보행로가 연결되어 있어 이동이 편하더라구요. 송파구 주민의 강 저편 이동도 가능하고,

자전거로 편하게 다리 위를 건널 수 있어서 좋구요.

집 앞 한강다리는 자전거도로가 다리와 연결되지 않아서 일단 육교 위까지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야 하니 경사 때문에 위험하기도 하구요.

올라간다 하더랃. 워낙 보행로가 좁아서 자전거를 끌고 가면 떨어질 것 같아 덜덜 떨렸는데, 여기는 그저 자전거도로 위를 달리기만 했는데도 다리 위와 편하게 연결되니 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요... 게다가 다리를 건너고도 보행교가 잘 연결되어 있어 한강으로도,

잠실나루역으로도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답니다.

보행교를 마련해준 공무원들께 엄지 척!

강변 테크노마트를 바라보며 널찍한 자전거도로를 달리다보면 어느새 다리 위에 올라와있습니다.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라이더만이 느끼는 편리함!!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 바로 보이는 따릉이와 넓게 펼쳐진 상가들. 와. 이곳이 잠실의 편리함이었네요. 부럽긴 합니다. 아주 쪼끔요.


자전거를 반납하고 다시 대여한 후(따릉이 2시간이 거의 다 되었거든요.) 한강길이 아닌 도로변을 따라 갑니다.

처음엔 한강길이 안 나와서 당황했는데요.

웬걸요. 송파 둘레길로 이어진 더 좋고, 그늘도 진 훌륭한 길이 나오더라구요.

역시!!

헤매면서도 더 좋은 곳을 만나고,

어딜 가도 그저 신기한 새로운 풍경들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

헤매는 것조차 여행의 즐거움과 기대감으로 만들어버리는 것.

그것이 바로 자동차여행이 아닌 두 바퀴 자전거 라이딩만묘미가 아닐까요?

나무그늘로 이어진 송파둘레길을 달리다보면 잠실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누에 먹이인 뽕나무들이 즐비합니다. 대부분은 높아서 못 따먹지만 요롷게 간혹가다가 심보는 경우도 있죠.

둘레길을 달리다보니 뽕나무가 즐비합니다.

무심히 지나치는 사람들과 달리 못 지나가고 다닥다닥 붙어서 신나게 따먹는 저희 아이들.

약도 치고 매연도 맞았으련만...

장성 때의 추억 때문인지 그냥 지나치질 못하고 악착같이 몇 개라도 따먹고 나서야 다시 길을 떠납니다.


그렇게 성내천으로 이어지는 길을 달리다보니 어느새 올림픽공원. 잘 만들어진 자전거길 덕분에 편하게 공원에 입성했네요.


콘서트로 막혀버린 중앙잔디밭을 지나 평화의 광장으로 가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쪽쪽 빨아먹고 한성백제박물관으로 향합니다.

가져온 돗자리를 펴고 나면, 이젠 라이딩의 시간은 끝이 나고 캐치볼의 시간.


아차차.

책 한 권 챙긴 줄 알았는데,

도시락에 밀려 책이 빠졌나봅니다. 심심해진 엄마가 그늘 속 돗자리에 누워 잠든 동안 세 남자들은 뙤약볕에서 캐치볼을 즐깁니다.


어느새 저녁.

때마침 박물관 행사로 태권도와 국악 공연이 있어 마무리까지 완벽했던 라이딩입니다.


아이들이 씻는 동안 자연스레 식탁에 펼쳐진 책을 읽는 엄마. 씻고 난 아이들도 슬그머니 책 한 권씩 챙겨와 한참동안을 책을 읽고 나서야 잠자리에 듭니다.

(엄마는 분쟁 관련 책을, 큰 아이는 트럼프가 대통령되면 운동화 가격이...블라블라 책을. 작은 아이는 오늘도 바둑 책입니다. )


피곤한 일상이 계속되다보니 작은 아이의 잠자리독서를 안한지 오래지만 이렇게라도 각자의 독서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험 성적은 오늘도 멀어지겠지만,

아이들의 정신 건강과 체력은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되었겠죠?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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