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이를 둔 부모님들 모두 건강하신가요?
시험이 끝났습니다.
시험이 끝나면 홀가분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은가 봅니다.
억지로 억지로 부모주도로 끌려 오던 아이가 멈춰버렸거든요.
시험 공부는 싫고, 책은 좋은데 책이 인생 공부 전부를 대신해줄 수는 없고 말이죠.
시험 중간 즈음, 아이를 질질 끌고 가려던 저는 멈칫했답니다. 아무리 봐도 질질 끌고가는 게 맞나 싶기도 하구요. 언젠가는 주도권을 줄 수 밖에 없는데 너무 늦느니 차라리 지금 주자 싶은 생각도 들었구요.
게다가 회사일은 잘 안 풀리고, 큰 아이도 작은 아이도 저를 좀 봐달라 하니 에미는 몸이 둘이 아니라 고되기만 합니다.
결국 큰 아이에게는 공부 주도권을 완전히 넘겨주고 형아의 시험기간동안 본인 의도와 달리 엄마와의 시간을 뺏겨 속으로 맘이 상했을 작은 아이와의 시간을 되찾아주기로 합니다.
시험은 끝났고, 결과는 나와봐야 알겠지만, 지난 시험보다는 어려웠던지 아니면 공부 독립의 결과인지는 모르겠으나 결국 우상향하던 성적이 하향 곡선으로 돌아서고야 말았습니다.
중학교 시험 성적표는 특수고, 자사고 들어갈 거 아닌 이상은 예쁜 쓰레기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요.
예쁜 쓰레기 까지는 아니어도 중학 생활은 자신의 공부 정체성을 테스트해보는 기간으로 삼아도 무방하다는 생각은 듭니다.
시험 결과와 상관없이 이제 시험도 끝났으니 신나게 라이딩도 하면서 즐길줄 알았는데 뜻밖의 복병을 만났습니다. 장마는 시작도 못 하고 끝나버렸고, 일찌감치 찾아온 반갑잖은 폭염과 함께, 옆에서 아이들을 잘 챙겨주던 남편이 갑작스레 해외로 출장을 가버리게 된 거죠.
뜻밖의 독박육아모드.
전혀 예상치 못한 난감한 상황에 회사도 인사이동으로 복잡복잡하다보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시험도 끝나고 집에서 신나게 놀기만 하던 큰아이가 갑자기 하루종일 마음이 불편했던 에미의 레이더망에 걸려들었습니다.
하루종일 놀다가 책을 읽고 있던 큰 아이.
청소기로 본인 방 좀 밀고 오라는 에미의 말에 발끈하네요.
에미의 말투가 또 문제였을까요?
아니면 그냥 청소해야하는 그 상황이 싫었던 걸까요.
극P 성향이라 정리벽은 없는 아이.
일년에 두 어번 있을까 말까 한 청소기 미는 날은
결국 오늘도 아니었던가 봅니다.
낮은 어조로 줄줄줄 논리적으로 공세를 펴던 에미의 말이 못마땅한 큰 아이가 입을 닫아버리고,
결국 엄마와 아들의 냉전으로 끝이 나고야 마네요.
(큰아이는 화를 내지는 않지만 논리적으로 줄줄줄 끝없이 말로 설득하려하는 엄마의 말투를 제일 질색합니다. 아이를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을 거라는 건 엄마의 착각임을 알면서도 왜 저는 이 방법만을 고수하는 걸까요?원칙주의자 극TJ 성향의 에미가 극 SP성향, 그것도 사춘기 무조건 반항기의 한가운데에 있는 중2 청소년에게 말이죠. 헐)
아이들이 잠들고도 잠 못 이루던 시각.
결국 유튜브 속 강연을 들으며 마음을 다잡습니다.
다시 토닥토닥 마음을 잡고 아이를 이해하기로 말이죠.
다음날 오후가 되자 겉으로는 다시 풀린 분위기지만, 어쩐지 어색하긴 합니다.
휴. 그냥 맘을 접을까봅니다.
아이 온몸에 난 진드기 물린 것 같은 흔적들은 그냥 못 본 척해야 하는 걸까요.
사춘기 한 가운데..
깨지지만 않으면 다행일 것 처럼 조심스러운 유리알같은 청소년기 아이를 키우는 에미의 넋두리였습니다.
중2 아이를 둔 부모님들, 모두 건강하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