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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Mar 12. 2022

친구들 대화에 못 낀다는 것

제목을 쓰면서도 한숨이 푹푹 나온다.

내 아이는 그랬다.

언젠가부터 동생 취급에 친구들 대화에 못 끼기 시작한 게 6살 즈음이었나?

기억에 8살때 제일 심했다가 그 뒤론 내가 아이 친구들을 못 본지 오래라 잊어버리고 지금에 이르렀다.

어린이집 친구들이랑 오랜만에 만났을 땐 친구들은 트럼프니 시진핑이니 열띤 토론하는데 뉴스도 티비도 안보는 내아이는 멀뚱거리며 대화에 껴보려고 한 마디씩 던져보지만 매번 친구들 토론에 묻혀 허공으로 흘러나갔다.

나도 도와주려고 해보았지만 기회를 주어도 내 아이는 주제에 맞지 않게 다른 화제를 올리니 친구들에게 번번히 씹(?)혀버렸다.

하아… 내 아이 지식이 이리 얕았던가. 또래 아이들 지식 수준이 높으면 얼마나 높겠나마는 아이들은 엄마 아빠 혹은 주변인들에게 들은 잡탕지식을 마치 제 지식인마냥 뽐내면서도 제법 진지한 태도로 토론에 토론을 거듭하고 그 사이에 낀 아이는 벙 쪄서 창밖만 바라보았더랬다.



이번에도 그랬다.

휴직하고 처음으로 큰애 동네 친구였던 아이 함께 진료소에 가게 되었다. 한번도 아이 친구와 아이를 데리고 어딜 간 적은 없었는데, 더군다나 내 자의로는 더더욱… 그날은 단톡방에 엄마들 대화를 보니 아이들끼리도 같이 검사받으러 가는 분위기었는데 아이 학년 전체가 검사대상이었기에 아이를 기다리다 때마침 마주친 아이 친구에게 같이 갈 것인지 먼저 제안해서 같이 가게 되었다.(나도 꽤나 소극적인 사람인데 무슨 바람인지 모르겠다.)


해서 아이와 아이친구를 데리고 진료소로 가게 되었는데 버스를 타니 아이친구는 쉴새도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놓았다. 대개 학원 관한 이야기라 큰애는 미처 낄 여지도 없었거니와 친구는 아이가 덧붙이는 말에 대꾸하지 않고 잠시 말을 멈추다 다시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무래도 학원에 다니지 않는 큰 애가 친구들과 대화할 때도 저러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아이가 낄 수 있는 화제가 없었다.



진료소 대기하거나 버스를 기다리는 등 아이들과 대화할 시간이 많았는데 둘 사이의 공통화제는 거의 없어보였다..게임도 안하고 티비도 안보고 일본 애니메이션도 안보는 큰 아이가 귀멸의 칼날 같은 일본 애니를 알 턱은 없었으니까…



속으로 갈등이 생겼다.

아니 갈등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아이에게 어느 범위까지 열어주어야할지 다시 안개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랄까...

아이가 친하다는 반 아이처럼  종이접는 능력도 없고, 아이들을 사로잡는 화려한 말솜씨도, 친구들을 잘 챙기는 배려심도 없는 아이…

아직 세상 물정도 모르는 정말 순진무구한 아이인지라 티비와 유튜브 등을 통해 세상사에 밝은 또래들과는 이야기가 통할 리 없는데 그렇다고 티비를 집에 일부러 들여놓을 수도 없고 유튜브를 마음껏 보라고 열어줄 수도 없는 노릇인데…

정작 큰 아이 본인은 불편한 거 하나 없는 태평함이니 그냥 놔두어도 되는지 헷갈린다.

이럴땐 엄마도 처음이라 참 난감하다.


후일담) 1년이 흘렀습니다. 지금 우리는 농촌에서 유학중이구요. 친구들과 서먹하던 큰 아이는 이 곳에 와서 핸드폰 같은 매체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 곤충을 매개로 새 친구들과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서울에선 튀어서 걱정이라던 아이들이 이 곳에서 잘 지내는 걸 보면서 엄마들끼리 얘기하곤 합니다. 서울에선 아이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미처 발산할 길이 없어서라고...특히 남자아이들.


혹시 이 글에 공감을 갖고 읽은 부모님이 계시다면 내 아이를 위해 과감히 환경을 바꿔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내 아이가 좋아할 만한 환경으로요... 아이의 어린시절은…풍요로워야 합니다. 물질 말고 경험적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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