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 그리고 그냥 추운 겨울의 끄트머리(라고 믿고 싶네요.)
벌써 방학도 절반이 지나갔네요. (세월 참 빨라요.)
초등 이상의 아이 있는 집이면 돌밥 육아 돌밥 육아로 힘들 수도 있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저희는 다행히 한 놈은 돌봄에 가 있고 한 놈은 육아...라고 하기엔 에미 키를 훌쩍 넘는 장성한 중딩이라 돌밥은 맞지만 육아는 틀리긴 하네요. 허허....
몸이 편해서 그런지 하루가 다르게 몸무게 최고치를 경신중인 요즈음입니다.(적당히 추워야 산이라도 탈텐데 말이죠. 갈수록 얼굴이 옆으로 퍼져나가니 매일 보는 남편님도 당황해 할 정도....죠. 흑.)
큰 아이와 매일 매일을 도서관에 다니고 있다보니 앉아서 공부하고 점심 먹고 다시 앉아서 공부하고, 집에 와서 밥해서 챙겨 먹이고 나면 하루가 가는 단조로운 일상입니다.
프로휴직러라 오라고 하는 곳은 없지만 그래도 학교 가는 막둥이가 있다보니 학기중과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서 일상을 계속하고 있지요. 막둥이가 학교 가면 회사 출근하는 시간 즈음 휘리릭 준비하고 나와서 도서관에 가는 일상 말이죠.
도서관에서 각자의 공부를 할 땐 서로 방해받지 않는 위치에 않는 게 불문율입니다. 같이 가긴 해도 늘 자리는 떨어진 곳에 앉지요. 물론 에미인 저도, 굳이 아이가 엄마에게 감시당하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아이가 보이는 위치에 앉지 않습니다. (물론 본인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 같긴 합니다만.)
오히려 아이가 제 등이 보이는 위치에 앉는 것 같기도 하구요. 본의 아니게 아들에게 늘 감시 당하는 느낌...이랄까요? 헉....
예비 중3이라 뭐 고등학교 준비라도 할까 싶지만, 역시나 수학 말고는 하는 공부도 없는 것 같습니다. 수학은 꽤나 늦은 출발인데(4학년 때 문제집이라는 걸 처음 접했..죠.), 심지어 제 학년보다 더 아래 학년 수학으로 시작했는데 다행히 생각보다 빠르게 치고 올라왔습니다. 선행이라는 건, 아이 인생에 생각도 못 했는데 심지어 선행 이라는 걸 나가고 있네요. 게다가 도형은 머릿속에서 3D 시뮬레이션을 돌리면서 암산 신공까지 펼쳐냅니다. 뼛속부터 문학소녀, 문과 소녀로서 초등 도형부터 수포 인생을 시작한 에미로서는 그저 신기방기하네요.
듣자하니 중 3 시기 즈음 아이들 뇌가 폭발하는 시기라나요. 한참 머리가 잘 돌아가는 중2~3학년 시기라 더더욱 흡수력이 좋은 것 같기도 하구요. 물개박수를 치자니 못 따라가서 힘들어했던 라떼 생각에 자존심이 상해서 쳇. 하고 툭~ 한마디 던지는 철없는 에미입니다. 흐흐.
사실은요. 지금 큰 아이 걱정할 때가 아닙니다.
제 코가 석자거든요.
준비하고 있는 자격증 시험은 줄줄이 대기중인데, 근 15년도 넘게 머리를 방치(?)해서 그런지 따라주지 않는 머리에 당황스러워지기만 합니다.
분명 이 정도 수준이면 제가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면 그건 머리가 아직 굳기 전의 말랑말랑하던 라떼 시절의 과거인 거죠.
인정하고 싶지 않아 지끈거리는 머리를 싸매며 동영상 강의도 들어보았는데 그래도 이해가 안 되더라구요.(한 번도 배워보지 못했다고 굳게 믿는 논리 영역입니다.)
그래서 역으로 큰아이에게 도움을 구해보았죠.
지문 자체가 아이가 좋아하는 과학 지문이었거든요.
설마 풀겠어 하고 던진 문젠데 끙끙대면서도 결국 풀어버리더라구요. 심지어 이거 쉬운데? 라며 도서관에서 오는 내내 에미에게 왜 그런지를 귀가 따갑게 설명해줍니다. 안 해줘도 된다 해도 잘 들어보라며 점심 먹는 시간 내내 얘기해주는 바람에 기껏 먹은 점심마저 소화도 안 되고 말이죠.
에미의 자존심은 와르르 무너지고 맙니다. 흑.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에게, 옛날 지금의 저와 같은 자격증 준비 할 때 어떻게 공부했냐 물으니
라며 한 줌도 안 남은 자존심마져 구깃구깃 구겨버리는 남편님의 대못 한 방에 에미는 무너지고 맙니다.
우씨. 나도 하면 된다. 뭐!
라고 마음 속으로 외쳐보지만, 오랜 공백에 마음이 쓰라려오네요. 그래도..... 잘 할 수 있겠지요??
그 옛날 큰 아이가 그랬던 것처럼, 저도 백지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큰 아이가 모르는 건 에미가 으스대며 설명해주고요. 제가 모르는 건... 하는 수 없이 큰 아이의 잘난 척을 받아주면서 배울 수 밖에요.
힘들어도 큰 아이가 해낸 일이니 에미도 끝까지 완주할 수 있겠죠??
엄마와 아들의 공부, 오늘도 힘차게 시작합니다.
홧! 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