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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lo Earth Mar 03. 2022

'건강한 놀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

이 시대 아이들의 놀이를 고민하다.

아이가 친구들과 나갔다.

고맙고도 고마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짠하다.

일단 나가기는 했지만, 놀 거리가 마땅치않기 때문이다.

늘 나가봐야 아이들이 하는 놀이란 매번 똑같다.

얼음땡 아니면 술래잡기, 게임기로 게임하거나,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같이 보거나.

어릴 때나 나이가 들어서나 할 수 있는 놀이란 너무도 한정되어있었다.


그것 말고 이 시대 초딩들이 할 수 있는 놀이가 뭐가 있을까.

어렸을 때부터 우리가 하던 고무줄놀이, 사방치기, 말뚝박기는 사라진 지 오래된 듯 했다.

공기놀이도 교실에서는 곧잘 하는 것 같은데, 막상 친구들끼리 밖에서 할 수 있는 놀이라고 하기엔 조금 부족하다.

로봇에 대한 공감대가 있지 않는 한 로봇 조종을 하며 놀기도, 드론을 조종하며 놀기도 불가능하다.

놀거리가 없어진 아이들.

시골에 갔을 땐, 나무 한 도막으로도 알아서 놀던 큰 아이지만, 도시 한복판에서는 뭘 가지고 놀아야할까.

두시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안들어오는 걸 보면 뭔가 놀기는 노는 것 같은데, 어른들 중 아무도 아이들에게 제대로 노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이가 없으니 어디선가 쭈그리고 앉아 유튜브나 보고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휴직하기 전까지 내가 회사에서 하던 업무도 이러한 고민의 연속이었다.

아동, 청소년 관련 업무를 하는 나에겐 늘, 우리 시대 아이들에게 필요한 놀이가 무엇일까 고민이었다. 동별로 축구클럽을 조성해서 움직일 기회가 없는 아이들에게 마음껏 뛸 수 있는 기회를 활성화해주고 싶었는데, 사업개요를 윗사람에게 올렸을 땐 그 자리에서 바로 거절당했다. 오히려 윗사람은 그것 말고 e-스포츠를 활성화하라며 게임대회 어찌고 하는 바람에 엉뚱하게도 내 신념에 맞지 않는 게임 대회 예산을 짜느라 생소한 용어들과 싸우며 고생만 하고 결국 다른 과로 소관사업이 이관되어버렸다. 문화관광부 장관 배 대회까지 있을 정도로 워낙 활성화된 e-스포츠 산업이지만, 아이들은 뛰어놀면서 배워야 한다는 나의 고리타분한 신념과는 너무도 동떨어져있었다. 어쩌면 나는, 이시대 아이들과 맞지 않는 조선시대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한 꼰대엄마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아이들은 자연에서 뛰어놀며 커야한다는 연주의 교육을 신봉하는 이상주의자다.



도시 아이들에게 놀이란 어떤 것이 있을까.

청소년들에게는 농구, PC방이 있다면, 초등학생들의 놀이란 무엇이 있을까.

늘 회사에서도 고민하던 문제를 지금도 해결하지 못했다.

청소년만의 문화가 없어 그러한 문화를 만들어주려고 어른들이 애써 보지만, 어른들조차 제대로 놀아본 기억이 없기에 청소년들에게 전수해줄 만한 놀이가 많지않은 게 현실이다. 그러니 건강한 청소년 문화가 형성되지 못하고 아이돌에게만 열광한다거나, PC방에 박혀 게임을 하는 등의 제한적인 놀이문화가 전부다.

땀흘려서 할 수 있는 놀이도 거의 없거니와, 주변에 마음껏 뛰어놀 만한 넓은 공간도 많지 않다.

더더군다나 청소년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 만들어가는 문화도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나와 같이 일하던 청소년수련관 관계자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른들조차 제대로 놀아본 기억이 없거니와, 요즘 청소년은 학원으로 도느라 자신만의 문화를 만들어갈 여유가 없다보니, 청소년들이 직접 참여하도록 판을 깔아줘도 놀이 문화 경험치가 높지 않아 자체적인 문화적 흐름을 만들어 나가기가 쉽지는 않은 듯하다.



요즘 아이들에겐 유튜브 크리에이터나 아이돌이 장래 희망사항 1~2위를 차지한다고 한다. 다양한 직업이 있지만, 아이들이 접할 수 있는 직업군은 많지 않은 듯하다. 그래도 직업교육이니 뭐니 해서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직업교육이 도입된 듯 하나 여전히 부족한 듯 하다.


아이들을 깔깔깔 웃게 하면서도 창의력을 향상시키고, 지적 호기심을 채워줄 수 있으면서 미래 직업 선택에도 도움을 줄 수 있고 아이들이 다같이 즐길 수 있는 건강한 놀이는 뭘까.

스마트폰과 친근한 아들, 남자인 남편은 날 비웃지만 딸, 엄마인 나로서는 화면만 보는 비인간적인 게임보다 더 재미있는 놀이가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믿고 있는 천상 이상주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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