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고싶은 나비

by Plum




이별은 언제 익숙해지는 거야?




여전히 슬픔을 참지 못하는 시간은 종종 찾아온다.

잠들지 못하는 하얀 밤에도 태양이 온 세상을 밝혀 숨을 곳이 없는 빨간 낮에도 여전히 예상치 못할 때에 찾아와 나를 시험한다. 그 가을의 막바지에 아빠와의 이별은 입술이 부르트도록 깨물어 눈물을 참을 만큼 너무나 아팠지만 어쩌면 기나긴 나의 슬픔의 종지부라고 생각했다. 아주 오래도록 토해내지 못한 내 눈물에 내가 잠식당해 그런 괘씸한 생각도 했더랬다.



길고 긴 생을 다 담기엔 너무도 작은 나무상자에 당신을 담고 당신을 부모님의 곁에 머물게 하고 그렇게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왔고 그렇게 다시 봄이 왔다.



그 겨울의 한 복판에서 친구에게 물었다.


“ 다들 너무 대단한 것 같아. 이 그리움을 안고 어떻게 살아? 대체 이 그리움을 안고 어떻게 살아갈 수가 있어? 나는 자꾸 자신이 없어. 이게 어른이 되는 거야? 이별은 언제 익숙함의 영역에 들어설 수 있는 거야? 얼마나 더 어른이 되어야 하는 거야? 너는 대체 어떻게 참았어? 나는 정말로 모르겠어. 내가 정말로 괜찮을 수 있을지.”



깊은 눈이 된 네가 말했다. 그냥 그렇게 사는 거라고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거라고 다들 그냥 그렇게 묻고 살아가다 어느 날 참지 못하는 순간이 찾아오면 누군가에게 기대서 울고 또다시 내일을 살아가는 거라고 내가 다시 물었다. 내가 아빠의 나이가 되면 괜찮을까? 내가 살아온 만큼의 시간을 더 건너면 그땐 좀 괜찮겠지? 그땐 나도 담담한 어른이 되겠지?



울지도 웃지도 않는 얼굴로 네가 말했다.



글쎄. 우리 엄마는 아직도 엄마 생각하면 눈가가 빨개지던데”



우리는 그냥 웃어버렸다.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없어서 그냥 웃고 말았다. ​엄마도 엄마가 아직도 보고싶고 아빠도 아빠가 보고싶었을테다. 나는 한번도 본 적없는 그들을, 그들은 평생 그리워했을테다. 내가 기대하는 이별에 담담한 어른은 세상에 없다.



​기억이 마치 나비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잡으려면 잡히지 않고 억지로 잡으면 너무 쉽게 다치고 마는 혹은 있으나 없으나 그만인 호접지몽. 나비.



요즘 들어 아빠가 자주 보고 싶다



보고 싶다란 말보단 생각이 많이 난다 라는 표현이 더 정확한 것 같다. 나비처럼 날아갔던 기억들이 봄이 오자 다시 날아들었다. 이젠 더 이상 참지 않고 흘리는 눈물에서 향기라도 나는 걸까 하는 멍청하고도 자기애 충만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요즘 들어 나비가 너무 많이, 자주 찾아와 머리가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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