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투병을 시작으로 지나갔던 불행의 한가운데에 다시 던져졌다고 생각했었다. 아빠의 암 판정을 알리는 오빠의 전화 한 통으로 시작돼 세상의 모든 불행과 슬픔이 다가와 나를 함락시키듯 손쓸 새도 없이 천지가 뒤바뀌는 기분이었고 피가 거꾸로 솟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그때 마침 오랜 연애가 끝이 났고, 사정이 어려워져 좁은 집으로 이사를 했고, 함부로 사용했었던 나의 몸도 고장이 났다. 아빠의 투병만으로도 큰일이기에 집에는 말하지 못하고 혼자서 견디는 일들이 많았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및 낮을 드러내며 나를 찌르기도 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의사 한 명 만을 신처럼 바라보며 생을 갈망하는 것을 보고 감당할 수 없는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고 30년을 보아온 가족들이 낯설기도 했다. 불행의 한가운데에 서서 불행이 너무 뜨거워 발만 동동 구르기도 하고, 마음을 다 죽여서 너무 차가워져 버린 감정에 손도 못 대고 방치하기도 했다.
외로워서, 너무 외로워서 글을 썼다. 오래된 일기장에게 미안할 정도로 화풀이를 했다. 외롭다고, 무섭다고, 살고 싶다고, 그만 살고 싶다고, 아프다고, 슬프다고,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마치 쓰레기를 버리듯 마구 써댔다. 그렇게 또 한 번 태풍의 눈 속에서 빠져나와 어떻게든 다시 살아보려고 하고 있는 지금, 나를 마주 보기 위해 지나간 일기장을 펼쳐보았다. 울고 싶으면 꿈에서 울었던 내가 이제야 참 안쓰러웠다. 그래서 다시 글을 썼다. 이번에는 외롭지 않기 위해 글을 썼다.
거칠게 널브러져 있던 오래된 감정들을 주워 담아 먼지를 털고, 깨끗이 씻어 햇빛에 말린다. 여기저기 모난 곳을 다듬기도 하고 이것저것 꾸며보기도 한다. 그렇게 한장 두장 엮어서 책이라는 것을 만들어 본다. 그렇게 태어난 글들은 부끄럽지만 책이라는 이름이 되어 누군가에게 읽힐 테다. 누군가들의 눈에, 마음에, 머리에 나에게서 태어난 글자들이 스쳐 지나가기도 잠시 머무르기도 할 테다.
나는 감히 바람을 가져본다.
꿈속에서 울고 있을 당신의 마음에 닿기를
소리 내어 울지 못하는 그 마음에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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