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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um Jul 20. 2021

김귀인 씨를 찾아서



 혹시, 사주 좋아하세요?



 사주와 타로의 가장 큰 공통점은 비과학적이라는 것과 때론 희망적이라는 것인데, 나는 보통 희망에 희망을 걸고 사주나 타로를 자주 보는 편이다. 맹신을 하는 것은 아니고 나쁜 이야기를 들으면 피해 가고 좋은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 좋아하고 그것이 정말 이루어지는 것을 기대하고 노력한다. 긍정성 편향을 자기 효능감 높이기로 사용하는 것이다. 특히 요즘은 유튜브로도 타로를 볼 수 있고 제네럴 리딩으로 보다 보니 특히나 긍정의 말들을 자주 해줘서 '나는 될놈될'의 자기 암시를 얻기가 쉽다. 그리고 그냥 영적인 이야기들을 재밌어 한다. 매번 매일 매시간 달라지는 타로에 비해 사주는 언제 보아도 변하지가 않는다. 태어난 날과 시가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20살에 보았던 사주나 서른 살에 보았던 사주나 말해주는 내용이 거의 같아 이제 사주는 자주 보지 않는 편인데 내가 항상 궁금했던 건 내 인생의 귀인에 대해서다. 언제 누구에게 보아도 아직은 만나지 못한 귀인의 존재가 나와 항상 미스터리였다. 왜냐면 나는 다른 어떤 복 보다 특히 인복이 없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연애, 선배, 선생님, 친구 등 나에게 크게 긍정의 힘을 준 적은 없고 나를 갉아먹은 적은 많았다. 심지어 프리랜서인 나에게 아랫사람이 귀인이라고 하는데 나는 막내고 아랫사람이나 아는 동생이 없었다.




 그러던 중 작년 내가 인지할 수 있는 시기에 처음으로 대망의 대운이 들었다. 대운은 10년의 1번 운이 크게 바뀌는 시기라고 한다. 그동안의 10년이 참 피곤했어서 맹신을 안 한다고는 하지만 어딘가 기대하는 마음은 궁색하게도 있었다. 믿기 싫어도 대운이 들 때 나타나는 증조들이 있었고 나는 응? 하고 의문하다 어! 하고 신기해했다. 나를 죽이기 전에 도망가야겠다고 생각했던 집에서 이사를 해서 지금은 집에 있을 때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되었고 주위의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이 새로운 사람들로 바뀐다거나, 집에 화초가 잘 자란다거나 새로 태어난 기분이 드는 등 크고 작은 공통점들을 보고 꽤나 신기해했다.



 이렇게 사주가 운의 흐름을 바꾸는데 꽤 타당성이 있다면 나의 귀인도 어딘가에 존재하겠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내가 생각한 귀인은 그런 거였다. 프리랜서인 나에게 매달 고정의 일을 주는 사람이 생기거나 당시 하던 유튜브가 알려지기 시작한다거나 하는 일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아직도 일어나지는 않았다. 앞으로의 일은 아직 기대하고 있지만 말이다. 여전히 귀인을 만나지 못한 채로 한 해가 또 흘렀고 드디어 나의 귀인을 찾게 되었다.


 

 우연히 알게 된 동생이 생겼다. 중간에 아는 사람 없이 뜬금없는 인연으로 알게 되었고 만난 지 하루 만에 7시간을 떠들었다. 말이 너무나 잘 통했고 서로 어떤 말을 하던 깊은 공감이 가능했다. 우리는 5살 차이가 나고 안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몇 년은 알아온 것처럼 서로를 알 것 같았고, 오래된 친구처럼 가끔은 말을 하고 있지 않아도 편하다. 요즘도 종종 집으로 놀러 와 함께 저녁을 먹고 이야기를 한다. 나는 좋은 친구가 생겼다고 생각했고 자주 보지 않아도 오래 볼 수 있는 친구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그날도 우리 집에서 잘 먹고 잘 놀다가 헤어졌다. 친구에게서 집에 도착한 후에 메시지가 왔다. 평소처럼 집에 잘 도착했다며 오늘도 즐거웠다고 이야기를 하고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 언니랑 있으면 건강한 음식을 먹고 건강한 영향을 받는 것 같아서 좋아요”



 아, 이 친구가 내 귀인이구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말 그대로 귀한 사람. 함께 있으면 즐겁고 좋은 이야기를 나누고 또 좋은 평가를 아끼지 않고 해 줘서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에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게 노력하는 원동력을 주는 사람이었다. 나에게 일을 주거나 생각지도 못하게 운명을 바꿔주는 사람만이 귀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곁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귀인이 되었다. 15년째 곁을 지켜주는 친구들도 자주 함께 일을 하는 사람들도 귀인을 맞이할 준비를 했던 나 자신도 모두 귀인이 되었다.





 근래에 부쩍 대운이라며 귀인과 행운을 쫒느라 했던 행동들이 결국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게 만들고 있었다. 운이 들어와야 하니 자주 미뤄서 했던 청소를 매일 더 깨끗이 하고 직업상 새로운 사람을 항상 만나는데 귀인이 누구일지 모르니 만나는 사람들에게 모두 더 친절하게 대했다. 창피하지만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땐 나는 이미 집을 항상 깨끗이 하고 인연을 소중히 하고 더 친절하게 사는 것이 익숙해졌다. 이미 더 나은 내가 된 것이다



 그렇게 생각이 드니 귀인이 왔을 때 내가 그 사람과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야 그 사람을 내 곁에 머물게 할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마치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오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던 나의 어리석음에 창피해졌고 둘을 알게 해 준 친구에게 고마워졌다. 이제는 귀인을 찾기보단 내가 누군가에게 귀인이 되기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김귀인 씨는 여기에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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