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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um Jul 26. 2021

몸과 마음이, 지금 여기에



불안을 완화시키는 움직임


 

  몸과 마음은 나를 구성하는 가장 큰 요소지만 희한하게도 항상 그 둘은 따로 다닌다. 보통 마음이 종잡을 수 없는 미운 짓을 많이 한다. 한참 뒤처져 혼자 과거에 살거나 저먼 미래로 혼자 훌쩍 떠나 버려 꼬리도 잡을 수 없게 해 버린다. 20대 내내 마음만 그렇게 혼자 따로 놀았었는데 서른의 문턱에서 지병이 생기고 그간의 스트레스와 과로가 가끔은 몸마저 따로 놀게 했다. 둘이 함께 하지 않는 삶은 매일이 불안의 연속이었다. 지금 즐거워도 어딘가 불안하고 내일 즐거울 거면 오늘이 빨리 증발해버리길 바랬다. 시간이 무한하다는 착각을 하며 하루하루를 과거와 미래속에서 살았다. 몇해전 우연히 채식을 시작하고  또 운동을 시작했다. 채식은 가벼운 몸을 만들어 주는 데에 효과적이었고 운동은 정신을 맑게 만들어주는 데에 효과적이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쌓여 벌써 4년째 거의 매일 운동을 하고 있다.



 4년째 운동을 하면서 느낀 것은 운동은 평생 가는 친구라는것과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진리의 말이었다. 몸의 건강뿐 아니라 정신, 즉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은 운동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 우선 몸이 건강해야 그 어떤 것이든 할 수가 있었다. 일도 연애도 취미도 심지어 다정함과 인내심까지 모두 나의 건강에서 나오는 것들이었다. 일을 많이 했던 20대에는 그저 죽도록 몸을 혹사시키며 몸을 마구잡이로 써댔다. 매일 피곤하고 매일 어딘가 격양되어있었다. 딴생각도 자주 했다. 인생의 끝맺음이나 자기혐오 같이 거의 좋지 않은 생각들이었다. 물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일들이 너무 많아서였지만 그렇게 일을 하는 의미도 삶의 의미도 잃어갔다.






 불운과 불안의 고리를 끊어야겠다고 깨달은 큰 이유 중 하나는 연애, 그놈의 연애는 정말이지 체력이 필수다. 나는 활동적인걸 좋아하는 편이고 집에 있는다고 해도 하루 종일 누워있는걸 힘들어한다. 하지만 전에 만났던 사람은 움직이는걸 그리 좋아하지 않았고 일이 무척 바빴다. 둘 다 호르몬이 비정상적으로 날뛰었던 연애초에는 문제 될 것 없이 데이트를 했으나 안정기에 들어서는 부쩍 집에서 하는 데이트가 늘어가고 매일 피곤에 쪄들어 편의점을 갈 때도 차키를 잡는 그 사람을 보며 속이 답답했다. 매일 피곤하다고 하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하는 것도 참 피곤한 일이었다. 나가긴 싫어하고 뭐라도 해야 하니 둘이 하루 종일 영화를 틀어놓고 앉아있으면 어느 날은 내 시간이 아깝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도파민이나 엔도르핀, 엔도카나비노이드 같이 운동을 하면 나온다는 좋은 호르몬들에 의한 작용들을 실제 경험한 , 나는 더욱이 좋은 습관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선 실제로 불안감이 많이 줄었다. 불안감을 느끼는 가장  이유는 어딘가 불안정하기 때문인데 보통 지금은 알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많다.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지금의 나를 방치하는 일인 것이다. 유사품으로는 어쩔수 없는 과거에 대한 후회가 있다. 예민하고 생각이 많은 사람들의 특징  하나인데 운동을 하는 동안만큼은 정신이 여기 있지 않으면 다치기 때문에 한두 시간이라도 정신을 집중하고 몸을 움직인다. 그렇게 운동이 끝나고 나면  미래의 걱정보다는 지금 당장   있는 일을 찾게 된다. 작은 일이라도 좋다. 설거지나 책상 정리, 화분 돌보기  운동으로 얻게  작은 성취는  다른 작은 성취감을 불러온다. 그렇게 작은 성취감들이 모이면 자신감이 된다. 생각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또 다른 일들을 계속해서 찾아 나아가게 된다.



  또 느꼈던 가장 큰 변화중 하나는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였다. 전에는 어딘가 항상 뾰족한 사람이었고 기계적인 미소만 지어서 일을 했었다. 매일 피곤하니 오늘 하루도 빨리 끝내고 집에 가서 눕고 싶은 마음이 자주 들었었다. 할 일은 열심히 했지만 그 이상으로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으로서의 매력은 찾기 어려운 것이다. 프리랜서다보니 일회성 만남이 많고 일이 끝나면 다신 안보는 경우가 많다.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겠지만 나를 대신할 대체인력은 세상에 많다. 실력이나 페이같은것들이 비슷하다면 인간적으로 함께 일할 때 좋은 사람과 일을 하고 싶은 게 당연한 이치였다. 그 간단한 일을 어릴 땐 몰랐고 운동을 시작한 후 들은 이야기들로 깨닫게 되었다.



 “솔직히 선생님 말고도 거래하는 다른 분들도 있는데 저는 선생님이 오시는 게 제일 맘이 편하더라고요. 항상 표정도 밝고 말투도 좋고.. 그래서 가능하면 선생님한테 연락을 드려요.”






 내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피드백을 예상치 못하게 듣고 나니 쑥스러움과 함께 작은 자기애도 함께 피어올랐다.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에 대한 격려를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아주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의 어딘지 모르게 더 예뻐지고 건강해 보인다는 칭찬이나 자주 웃게되어 미소가 예쁘다는 칭찬들은 나를 더 건강하게 만들었다.



 요즘엔 새로운 운동을 시작했다. 집에서 하는 운동들만 하다가 더 오래 애정을 가지고 할 운동을 찾던 중 검도가 눈에 들어왔다. 실은 어릴 적 동경의 마음이 있었던 운동이다. 아직 어설프지만 거울 속 나를 보며 목검을 신중히 휘두른다. 더 바른 자세와 바른마음으로 스스로에게 도전하며 나의 몸과 마음이 지금 여기에 있다 라는 말을 온몸으로 실감한다. 그렇게 오늘도 정신통일을 몸과 마음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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