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우리를 바보로 만든다
'종이'책을 반드시 '구입'해서 읽어야 하는 이유
인간의 뇌는 사용하는 도구에 따라 다르게 변화한다. 내비게이션을 쓰지 않던 시절, 택시기사의 뇌 부분 중에 공간과 기억 능력과 관련된 해마 뒷부분이 넓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해마 앞부분의 물리적인 크기가 줄어들었으며 당연히 앞쪽 해마와 관련된 다른 능력은 줄어들었다. 이처럼 인간의 뇌는 사용하는 도구에 따라 뇌 배선을 바꾼다. 이것을 뇌의 가소성이라고 한다. 뇌의 가장 강력한 능력은 유연성이며, 이 적응력이 인류를 지구상 최강의 포식자로 만들었지만 다시 인류를 바보로 만들고 있다.
간단한 논리다. 도구는 습관을 만든다. 습관은 뇌의 배선을 변경시킨다. 결국 잘못 만든 습관이 뇌의 배선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결론이다. 현대의 우리는 정보를 너무 쉽게 얻는다. 정보를 쉽게 얻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쉬운 정보만을 탐하게 되는 것이 큰 문제다. 인터넷이라는 도구가 뇌의 배선을 바꿨고 쉬운 것을 구분하고 빠르게 처리하는 능력을 강화한 대신, 복잡한 것을 분별하고 연계하는 깊은 사고력을 저하시킨 것이다.
베스트셀러 섹터에 쉬운 책들이 즐비하다. 책이라기보다 웹페이지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참을성을 잃은 현대인들을 위한 요약과 네모난 상자 그리고 그림이 가득하다. 인터넷에 익숙해진 소비자를 잡기 위해 책이 변하고 있다. 쉽지 않으면 읽히지 않는다. 자본주의 하에 경쟁력을 잃은 어려운 책들은 더 이상 살아남기가 어려운 것이다. 심지어 사람들은 이렇게 되뇐다. "그런 두꺼운 책은 읽을 엄두조차 안나. 나는 못 읽어" 일종의 가스 라이팅처럼, 스스로를 특정 상황에 가둔다.
그렇다면 휴대폰이나 e-book, 혹은 컴퓨터로 책을 읽는 것은 어떨까? 나는 종이책을 반드시 '구입해서'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영화관에 가면 왜 집에서 보는 것보다 집중이 잘 될까? 영화 관람의 행위는 일종의 의식이다. 말끔한 옷을 차려입고 몰입의 각오를 다지는 리츄얼(의식) 말이다. 휴대폰으로 글을 읽는다면, 여러 가지 산만한 상황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중간중간 울리는 카톡 효과음뿐만 아니라 읽다가 궁금해진 정보를 찾기 위해 구글이나 네이버에 들어가면서 보게 되는 인스타그램 아이콘 등 온갖 상황에 노출된다. 아마 공부를 하다가 관련 내용을 검색하기 위해 노트북을 사용했는데, 다른 것들을 보다가 시간을 날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스크린을 통한 글 읽기는 시각 기관만 사용한다. 하지만 종이로 된 책을 구입해서 읽는다는 것은 일종의 의식 행위다. 책을 읽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다진다. 누워서 읽지 않고 바른 자세로 책상에 앉아 마음 가짐을 정돈한다. 밑줄을 그을 수도 있고 포스트잇을 붙일 수도 있다. 마음의 정돈과 다양한 감각기관을 사용한 책 읽기는 강력한 '몰입'을 만들어 내며 이러한 도구 사용과 습관은 뇌의 배선을 깊은 사고력이 가능한 형태로 만든다.
안타까운 것은 이 글이 정말 필요한 사람에겐 읽히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들은 이미 이 글을 읽을 능력을 잃었다. 책 한, 두 페이지 분량의 이 짧은 글조차 읽을 수 없는 그들은 이미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쉬운 것만을 원하는 뇌의 배선은 계속해서 강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