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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현 Nov 17. 2022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기까지

실패가 익숙해지려면 몇 번 실패하면 될까? 확실한 건 어릴 때는 실패가 무엇인지 조차 몰랐다는 것이다. 엄마 손가락을 쥐거나 두 다리로 걷다가 넘어지거나 구구단을 외우다 틀리는 등, 무수한 실패 속에서 격려를 받으며 컸다. 2~7단을 외우다 7x3까지 답을 맞혔고 그 뒤에 7x4를 틀렸을지라도 우리는 대단하다는 소리를 들으며 컸다. 다행히도 우리 집은 실패에 관대했기에 중학교 시험을 망치고 온 날도 '잘 본 시험은 무엇인지'에 대해 축하를 받았다. 그러다 보니 고등학교 때는 야간자율학습에 참여하지 않는 도전이나 보충 수업을 듣지 않고 4시에 하교를 하는 등 여러 가지 도전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성적 실패를 겪기도 했지만ㅎㅎ)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주변에서 오히려 더 호들갑을 떨었던 거 같다. 마치 그렇게 하면 인생이 망하는 것처럼 얘기하는 사람이 꽤 있었는데, 32살이 되어보니 그러한 도전을 해서 잃은 것도 심지어 거기서 얻은 통찰도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닌 거 같다. 여기서 핵심은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을 그 당시에 알고 있냐 모르고 있냐는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선택을 하는 당시엔 어떤 선택이든 잘못 선택하면 큰일이 나는 것처럼 느낀다. 심지어 밥을 먹으며 볼 유튜브 콘텐츠를 고르는데도 목숨이 걸린 것처럼 심혈을 기울이기도 한다. 흔히들 얘기하는 결정장애는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과장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이 나왔다. 그 해결책은 현재 상황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내 또래 친구들이 늘 가슴속에 품고 있는 고민 중 하나는 '퇴사할까?'다. "이대로 10년을 더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퇴사'라는 단어에 이른다. 아마도 결혼하지 않은 30대가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 아닐까 싶다.


29살에 퇴사를 결정했을 때 주변 반응은 17살에 야간자율학습을 그만뒀던 당시 친구들의 반응과 똑같았다. "너 정말 큰일 날 수도 있어!" 나는 그때 깨달았다. 41살에 보면 지금 이 퇴사도 아무것도 아니겠구나. 퇴사를 해서 당연히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실패에 대한 결과를 너무 과장하는 버릇이 있다. 실패를 하면 정말 많이 잃을까?


퇴사 후 실패를 해서 잃는 것(6개월 이후 실패 시)

1) 모았던 돈 천만 원(근데 생각해보니 회사를 다녔어도 쓸 돈인데..?)

2) 회사를 다니면 벌 수 있었던 돈 ( = 자유와 교환했으니 사실상 잃은 게 아님)

3) 명함 / 명예 / 연애 (핀잔, 잔소리, 비웃음, 괄시)

4) 사치품 (자동차, 집에 대한 대출 신용, 비싼 음식)


퇴사 후 실패로 잃는다고 착각하는 것

1) 다시 취직할 수 있는 기회(영원히 취직할 수 없다고 생각함)

2) 연애, 결혼 기회(명예, 집, 자동차를 포기하며 영원히 연애, 결혼할 수 없다고 생각함)


정리하고 나니 더 큰 목표를 위해 충분히 포기할만한 목록들이다. 다이어트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포기하거나 수능을 위해 유튜브를 끊고 잠을 줄여가며 공부하는 것이랑 크게 다른 것이 아니다. 아니, 더 나은 목표를 위해선 당연히 포기해야만 하는 것들이다. 퇴사를 앞두고 하는 선택이 마치 인생을 걸고 하는 도박인 것처럼 느꼈던 것은 완전한 착각이었다. 실패했을 때 잃는 것은 많지 않다. 아니 서순이 지 않다. 목표를 위해 이미 포기했던 것이지 실패를 해서 잃은 것이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통찰이 나온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법은 무엇인가 성공하기 위해선 미리 포기해야하는 것들을 먼저 선택하는 것이다. 그것은 실패를 통해 잃는 것이 아니라 성공을 위해 주입시켰던 내 연료였을 뿐이다. 잃기 전에 미리 버리자. 그것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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