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에 시달리다
한국에 혼자 와서 어찌 사나 싶었는데,
얼마나 씩씩하고 과감하게 내가 살 터전을 마련했는지 모른다. 뭐든 닥치면 하게 되어 있다고…
한국에 도착한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공항에서 나는 부동산으로 향했다. 회사 근처 원룸을 알아보고, 그다음 날 바로 계약.
벨기에에서 가져온 짐을 엄마 집에 풀지도 않고 그대로 다시 계약한 원룸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바로 출근!
혼자 어찌 사나 걱정했던 나에겐, 걱정할 틈을 줄 여유가 없었다. 회사에 돌아가니, 육아휴직을 간 선임의 일을 받아야 했기에 정신없이 일이 다시 시작되었다. 처음엔 일정한 시간에 가서 일을 하는 것이 뿌듯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도 돈을 번다”라는 생각에 기뻤다. 나도 무언가 생산적인 걸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사실, 나도 사회의 구성원이 된 듯한 생각에 즐거웠다. 돈도 꽤 나쁘지 않은 이 직장이 괜찮다 생각이 들었다.
일상을 되찾아 간다는 즐거움이 가득했던 줄만 알았던 내가 악몽에 시달렸다.
다른 걸 해서 이 정도 이상의 돈을 버는 게 과연 쉬울까?라는 생각과 함께 내 꿈이 조금씩 사라질 것이 두려웠던 것일까? 그리고 이미 승진에 밀리고 뒤쳐져버린 회사 생활에서 나는 알게 모르게 자존심이 상한 게 지워지지 않은 것일까?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만은 아니라는 내 마음속의 경고가 꿈으로 나왔다. 나도 모르던 내 마음속의 무언가가 나를 자극했다. 우선은 나를 잘 다독이고, 희망은 있다고… 위로해 본다. 내일도 월요일이 시작되지만, 쫓김만 있고 설렘이 없다는 사실이 조금은 슬프다.
한국에 와서 첫 출근할 때 놀란 것이, 사람들이 모두 회색빛의 느낌이었단 것이다. 그리고 왜들 다들 급해 보이는지… 하지만 이제는 왜 그들의 얼굴이 회색이었는지, 왜들 그리 바쁘고 효율성 높은 편리한 삶이 필요했는지 알게 되었다.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그 바쁨과 치열함이 하나하나의 색깔을 옅어지게 만들고 회색이 되게 한 게 아닐까? 내게도 그 회색빛이 찾아올 것만 같아 두렵지만, 적어도 색깔 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은 마음을 담아 월요일을 앞둔 이 시점에 한 자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