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베이킹을 좋아하는 자취생이다. 작년 생일 선물로 받은 에어플라이기를 오븐 대신 사용해서 다양한 제과제빵을 만들고 있다.
초기에는 내가 만들고 싶은 것 위주로 만들었다. 하지만 친구들에게 만든 제과들을 나눠주면서 리퀘스트를 모집했다가 어려워 보인 카스텔라를 주문받았다. 나는 일본에서 왔지만 카스텔라가 유명한 나가사키 출신은 아니다.
어릴 적 학교에서 갔다 오면 카스텔라를 먹었다. 우유와 같이 먹는 조합은 아주 좋고 단맛이 강한 갈색 부분을 먹는 게 특히 맛있어서 좋았다.
다시 그 맛을 맛보기에 이번엔 직접 만들어 먹으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하고는 유튜브로 나가사키식 카스텔라 만들기를 검색하고 따라 만들어봤다.
나가사키 카스텔라는 식감이 살아 있는 조각 설탕을 위에 올린 카스텔라로 부드러운 식감에 자극을 주는 카스텔라 종류 중 하나다.
먼저 재료를 나란히 나열해 두고 차례차례 계량을 한 뒤 레시피 순서대로 재료를 섞었다 붓었다를 반복했다.
반죽이 완성되면 그걸 160도에 1시간 구워준다.
완성된 카스텔라가 마침 부드러운 파운드케이크 같다. 보기엔 맛있어 보이지만 맛은 어떤가 하고 겉 부분을 제거하고 나온 부분을 먹었더니 단맛과 계란과 우유가 섞인 카스텔라 특유의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대성공이다!'
그때 이후로 몇 번 카스텔라를 구웠다.
미국으로 귀국하는 친구를 위해 구웠다.
군대 가는 친구에게 구웠다.
소개팅남에게 구웠다.
소개팅남과는 그 이후로 잘 안되고 말았다...
'잠깐. 이건 이별의 카스텔라자나?!'
나는 문뜩 그런 생각을 했다. 알고 보니 이별할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있었다. 우연이 우연을 불렀는지 항상 나의 카스텔라를 먹는 사람은 나에게 떠나가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징크스가 생겼다.
그 후 당분간 카스텔라를 굽지 않았다.
하지만 친구가 맛보고 싶어 했다.
카스텔라 소문을 듣고 찾아온 모양이다.
"나는 너랑 떨어지기 싫어, 근데 네가 만든 카스텔라는 먹고 싶어!"
잠시 머뭇되다가 나는 알았다고 하며 다시 카스텔라를 굽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성공적으로 구워졌다. 달콤한 향이 방안을 가득 채웠다. 카스텔라는 구워졌을 때 큐브 식빵 틀을 사용하던 나는 카스텔라 중간 부분이 노란색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겉 부분을 잘라야 했다.
나는 친구에게 겉 부분을 줬다. 그러면 그녀는 완성되지 않은 [이별의 카스텔라]를 맛보는 것이 되며 징크스에 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는 순식간에 그걸 먹어치웠다.
다음은 누구를 위해 구울까.
다음 손님은 누가 될까.
그런 상상을 하며 이별은 슬픈 일이지만 카스텔라를 굽고 그걸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들을 보면 몹시 기쁘다.
[레시피]
* 10 cm×10cm 식빵 틀 사용 시
* 틀에 베이킹 시트를 깔아놓고 꿀과 물엿을 전자레인지에 돌려놓기
재료
노른자 4개
흰자 2개
갈색 설탕 (노른자용 30g, 흰자용 7.5 g)
꿀 15g
물엿 70g
강력밀가루 45g
일본간장 2.5g (작은 스푼 1/2 보다 살짝 적은 양)
미림 2.5g (작은 스푼 1/2 보다 살짝 적은 양)
만드는 방법
1. 흰자에 설탕 7.5그램을 넣어 살짝 섞어주기
2. 노른자에 설탕 30그램을 넣어 똑같이 섞어주기
3. 예열하고 액체형태로 된 꿀과 물엿을 2에 넣어 섞기
4. 3에 간장과 미림을 넣어 또 섞어주기
5. 1과 4를 넣어 섞어주기 이때 흰자를 2~3번 나눠서 넣어주는 것이 포인트!
6. 강력밀가루를 5에 넣어 섞어주기
7. 5분간 전등 핸드 믹서기로 섞어주고 5분 쉬 고를 2번 반복하기
8. 마지막에 살짝 섞고 틀에 반 이상 반죽을 넣어주기.
9. 살짝 위부터 떨어트리면서 안에 있는 공기를 빼주기.
10. 160도 60분 구워주기. (식빵 틀 뚜껑은 안 씁니다)
11. 겉 부분이 밤처럼 갈색으로 되면 틀의 열을 시킨 후 틀에서 빼준다.
12. 베이킹 종이를 뜯고 아직 따듯한 상태의 카스텔라를 렙에 감싸고 1~2일 온실에 방치한다. (더 맛있게 먹기 위한 방법입니다)
13. 모양을 내기 위해 겉 부분을 잘라 내면 완성
(식빵 틀의 뚜껑을 닫고 구울 경우 사진에서 보이는 납작한 윗부분이 완성되지만 식감은 부드럽지 않았어요. 그러나 틀 뚜껑을 안 덥고 구우면 부드러운 식감을 즐길 수 있지만 모양은 예쁘게 나오기 힘들었습니다.
사진에는 자라메(ザラメ) 설탕을 밑부분에 깔았지만 원하시는 분은 틀에 반죽을 넣기 전에 밑 부분에 깔고 구우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