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까미노’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맘에 품은 사람들의 모임이다. 운동 인증 커뮤니티로 전국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60여 명이 함께하고 있다. 산티아고를 걷는 그날을 위해 매일 운동하고 함께 응원한다.
이곳에서 세연님과 병환님을 만났다. 세연님은 파주와 가까운 일산에, 병환님의 나의 고향 구미에 사신다. 까마귀도 내 땅 까마귀라면 반갑다고 솔직히 더 친근하고 마음이 간다.
6월에 계획했던 한양 도성길 걷기는 10월 함께 산티아고로 출발하는 동행자, 병환님과 날짜를 맞추었다. 태풍 카눈이 지나간 다음 날이라 파주는 아침에도 여전히 비가 내렸다. 구미 날씨는 어떤지, 예정대로 진행하면 될지 카톡을 주고받았다. 구미는 아주 맑다고 한다. 오늘 말고 다른 날짜를 잡기 어려울 것 같으니 비가 와도 예정대로 진행하자는 메시지를 받았다. 우리는 저녁 5시 30분, 한성대 입구 5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했다.
오후가 되자 다행히 파주에도 비가 잦아들었다. 난 역시 날씨 요정이야, 들뜬 마음으로 가게 물고기자리를 나섰다. 오후 3시 30분,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를 타고 서울을 나갈 때면 소풍 가는 기분이다. 자유로를 달리는 버스 안에서 한강을 보고 있노라니 ‘나 이제 자유다!!’ 환호하며 자유를 만끽해 본다. 딸아이가 집에 오는 금요일 저녁이니 식사만 준비하면 아빠를 부탁할 수 있어 마음이 한결 가볍다.
세연님과도 오늘 일정을 한 번 더 확인했다. 세연님은 행복 호르몬 도파민, 감정을 그리는 화가이자 세 아이의 엄마다. 뛰는 걸 즐기는 러너이자 드럼을 치며 스트레스를 날릴 줄 아는 낭만가이며 어디로 튈 줄 모르는 높은 텐션의 소유자이다. 역시나, 양재에서 아트페어를 진행하고 있어 바쁘게 움직이는 중이라면서 기다려 달라, 신신당부한다.
한성대 5번 출구, 드디어 반가운 얼굴과 만났다. 병환님은 행복한 나를 찾기 위해 걷기 시작한 세 아이의 아빠다. ‘스페인 하숙보다 더 리얼한 산티아고’의 저자이기도 하다. 나도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도 갈 수 있어!’ 결심할 수 있었다. 비행기 티켓팅까지 용기 낼 수 있게 힘을 준, 나의 소중한 친구이기도 하다. 오늘은 그 걸음에 아내가 동행하니 더 바랄 게 뭐가 있을까? 괜히 부러움 한 숟가락 추가된다. 그의 아내 은아님은 작은 키지만 다부진 몸매다. 그녀가 바로 언니라고 불러주니 나는 그만 무장해제 되어 버린다. 함께 저녁을 먹고 카페에서 세연님을 기다렸다.
나와 은아님은 더운 날이지만 “그래도 커피는 따뜻한 아메리카노지”했고, 병환님은 달달구리 음료를 주문했다. 세연님이 붙여준 ‘베이비’라는 별명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웃음이 났다. 그리고 케이크 한 조각까지, 우린 살이 찔 수밖에 없다며 오래된 친구처럼 깔깔거렸다.
“서울은 같은 별다방인데 커피 맛도 부드럽네예” 은아님의 입속에서 나온 고향 사투리가 정겹다. 그리운 엄마까지 생각나게 하는 그녀의 소박함이 나를 자꾸 미소 짓게 한다.
커피를 한 모금 넘겼을 때, 세연님이 숨 가쁘게 카페 문을 열었다. 아트페어가 주말까지 이어져 같이 걷기 힘들 것 같단다. 얼굴이라도 보고 싶어 한걸음에 달려와 준 그녀의 마음이 너무 이뻤다. 우릴 보자마자 “나두 걷고 싶다. 히잉!” 말이 끝나자마자 모습을 스캔한 나는 “운동화도 신었겠다 못 걸을 게 뭐야. 다 돌긴 힘들겠지만 한 코스 어때요? 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