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에서 만난 강북오산님께 6월의 첫날 이번 달에 불수사도북 함께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DM을 보내놓고 걱정 반 설렘 반, 한 달여를 보냈다. 드디어 6월 넷째 주 토요일이 왔다.
6월 24일 저녁 8시 상계역 1번 출구에서 만난 7명이 6월 불수사도북 도전자들이다.
낮 온도 32도를 찍은, 이른 된더위가 시작된 날이었다. 더위가 밤이 되어도 쉽게 누그러들지 않았다. 불암산 공원에서 헤드랜턴에 불을 밝히고 스틱을 꺼내어 맞추고 등산화 끈을 정리하며 본격적인 산행 준비가 시작되었다. 불암산까지 쉬지 않고 가겠다는 대장님의 말씀에 나 어떡하지? 초반 산행이 어려운 기질이라 뒷걸음쳐 도망가고 싶은 마음도 잠시 일었다. 걸음 시작부터 오산님은 분주하게 나의 상태를 살폈다. 포도당, 마그네슘, 소금 그리고 2리터 물까지 나의 입속으로 쉼 없이 들어가며 산행 1시간 30분 만에 불암산(508m) 정상에 도착했다. “5분만 쉬고 수락산으로 출발합니다.”
서울의 야경을 제대로 즐길 새도 없이 수락산(637m)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헤드랜턴 불빛에 여름벌레들이 모이고 땀으로 이미 옷은 흠뻑 젖었다. 그나마 가끔 불어주는 산바람이 한 걸음 한 걸음 나의 걸음에 힘을 보탰다.
2019년부터 대장님은 매월 넷째 주 토요일 저녁이면 불수사도북을 도전하고 계셨다. 아무리 요즘 환갑은 청춘이라지만 절로 탄성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처음 만난 분들과의 새로운 도전, 게다가 나는 초보 등린이! 내가 과연 얼마나 잘 따라갈 수 있을까? 이날 따라 가게에 손님이 많아 쉬지도 못하고 부랴부랴 집을 나섰다. ‘낮잠을 좀 잤어야 하는데….’ 불안한 마음이 점점 커져만 갔다.
수락산 정상에 도착하니 밤 11시. 나의 산행이 궁금했던 딸에게 카톡이 왔다.
‘엄마 언제든 힘들면 무리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와. 다음에 또다시 도전해요, 그때도 내가 아빠 봐줄게. 무리하지 말아요.’ 딸아이의 메시지에 코끝이 찡해졌다. 아픈 아빠 덕분에 너무 일찍 어른이 된 딸을 생각하면 늘 고맙고 미안하다.
수락산에서 내려와 도심으로 내려오는 길, 오산님이 나에게 물었다.
“올리브님, 컨디션 어떤 것 같아요? 힘들면 여기까지만 해도 되고 다음에 이어서 도전해도 되요. 저희는 매달 도전하고 있으니 무리할 필요 없어요”
“그럼 식사하면서 생각해보고 결정할게요. 사실 발바닥이 좀 아프긴 해요”
“뒤에서 보니까 걸음걸이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무거워 보이세요. 컨디션이 안 좋으면 무리할 필요 없어요. 오래오래 산에 다녀야 하니까 몸이 원하는 대로 해야 해요. 결정하고 얘기해 주세요.”
야식을 먹으며 다음 산행 준비를 위한 방앗간에 도착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 신발과 양말을 벗고 호텔 실내화로 갈아신었다. 지친 발을 쉬게 해 주기 위해서란다. 오산님이 나에게 선물이라며 호텔 실내화 한 켤레를 건네주었다. 우와 이게 내공이구나! 짧은 휴식 시간에 필요한 볼일을 보며 발도 쉬게 할 수 있으니, 이거야말로 경험에서 우러난 아이디어, 일석이조 일타쌍피가 아닌가. 그나저나 오늘의 종주를 끝까지 갈지 말지, 내 몸과 타협해야 한다.
내 앞에 놓인 김치찌개 한 뚝배기와 밥 한 공기가 모래시계, 이걸 다 먹으면 결정해야 한다. 나 어떡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