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리브 Aug 08. 2023

참회와 속죄의 성당

내게 소중한 그녀와 성당 데이트


불교 신자이신 어머니 덕분에 절에 가끔 갔었다. 내 마음 편하고 싶어 심학산 약천사로 새벽기도를 다닌 적도 있었지만, 누군가 “종교가 있으세요?” 물어오면 나는 “무교예요” 한다.      

10월 산티아고를 향하기 전, 마을에 있는 민족화해센터-참회와 속죄의 성당에 꼭 한번 가봐야지 생각하고 있었다. 가톨릭 신자인 윈디 언니는 그곳에서 매주 미사를 드리고 있었기에, 언니라면 내 부탁을 흔쾌히 들어줄 것 같았다. 언니에게 언제든 편한 날에 함께 가보고 싶다고 메시지를 보냈고 돌아오는 일요일 아침 6시 30분에 만나기로 했다.      

헤이리 마을에서 10번 게이트로 걸어 나오면 길 건너 경기미래캠퍼스 후문이다. 길을 건너지 않고 우측으로 곧장 내려가면 헤이리 사거리다. 길을 건너 마주 보이는 건물이 참회와 속죄의 성당이다. 참회와 속죄의 성당은 통일의 장, 화합과 평화의 장, 전통 계승의 장이라는 목적을 갖고 건립이 추진되었다. 과거 전쟁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한반도에 전쟁이 아닌 진정한 평화가 함께하기를 기도할 수 있도록 세워진 성당이다. 그래서 이곳은 전국각지 가톨릭 신자들이 많이 찾는 성지이기도 하다.     

 중복을 지나 더위가 절정인 요사이 이른 아침은 새벽부터 폭폭 찐다. 먼저 도착한 언니가 웃으며 날 반긴다. 

“7시부터 미사 시작하니까 편하게 사진 찍어도 돼요.”

 정면 좌측부터 참회와 속죄의 성당, 평화의 문(봉안당), 민족화해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좌측 성당 앞 성모상은 한복을 입고 쪽머리에 예수님을 안고 있는 모습이고, 평화의 문 앞 예수님상은 두 팔을 벌려 어서 오라고 인사해 주시는 것 같은 모습이다. 성당 밖에서 내가 어색하지 않게 먼저 안내해 준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여 기도하면 돼요. 나 따라서하면 되니까 걱정하지 말고 들어와요.” 어설프고 어색하지만, 언니 모습을 따라 기도한다. 오늘 처음 온 성당에서 무언가 바라는 기도를 하면 안 될 것 같아 그저 감사합니다. 하며 고개를 숙인다. 조용하고 엄숙한 가운데 편안함이 느껴진다.

기도문을 따라 읽고 찬송을 따라 부르며 함께 미사를 드리는 시간, 신부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 본다. 노자도덕경의 보물 3가지 자애, 검소, 겸손 이야기를 해주신다. 자애는 용기를 동반하며 사랑하기 때문에 한 발짝 나설 수 있는 어머니의 사랑 같은 것이고, 검소하면 내 삶에 여유가 생기고 남에게 더 베풀 수 있다고 하신다. 겸손은 회개하고 성실히 벌어서 아낌없이 나누면 된다고 한다. 언제나 이런 마음으로 누군가와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지 생각해 본다. 1시간 남짓 새벽 미사가 끝났다. 나오면서 고개를 숙이고 다시 한번 기도하고 성당 밖을 나섰다.

성당에서 올려다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파랗다. 모든 것이 평화롭다. 

“올리브야, 함께 미사 하니 정말 좋았어, 평화의 인사 나눌 때 행복했어. 좋은 날 보내.” 

언제나 먼저 메시지 보내주고 손잡아 주는 언니, 오늘도 그녀 덕분에 맘이 따뜻해진다. 

난 지금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 고마워요. 윈디언니     

이전 07화 살래살래 살래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