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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 Aug 01. 2023

나의 불수사도북 도전_2

몸이 기억하고 있을 거야

기초대사량이 높은 탓에 남들보다 왕성한 소화력을 보여주는 나는 집 밖만 나오면 늘 배가 고프다. 산 두 개를 넘었으니 꼬르륵꼬르륵 정말 배가 많이 고팠다. 근데 이상하게 밥이 넘어가질 않는다. 출발 전 마음은 내일 저녁 6시까지 산에서 논다. 하는 맘으로 편하게 도전했는데 이제는 함께하는 도전자들이 나 때문에 힘들지 않을까? 하는 고민 앞에 서 있다.      

억지 가면을 쓰고서라도 도전하고 싶은 맘이 더 컸다. 산 두 개 넘으려고 한 도전이 아니었으니 힘들어도 도전해야지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았다. “오산님 저 함께 사패산으로 함께 가고 싶어요” “그럼 올리브님 이쪽으로 오세요.” 재정비를 위해 가방에 넣어온 응급 봉투에서 파스를 건넨다. 발바닥에 파스를 붙이고 일어나니 관절에 스프레이 파스를 뿌려준다. 한두 번 돌봐온 솜씨가 아니다. 응급 봉투 안에는 이것저것 세심함이 가득 담겨있다.      

밥도 먹었고, 물 보충도 했고, 아픈 발바닥도 해결되었고, 지금부터가 다시 도전 시작이다. 함께 시작은 했으나 이때부터는 ‘50km 이내의 거리를 24시간 안에 완주한다.’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스무고개의 규칙에 따라 도전자 5명은 기존 페이스를 유지하며 먼저 앞서기로 하고, 나는 대장님과 함께 조금 빠른 길로 나의 페이스를 맞추어 가는 것으로 결정하고 가벼운 맘으로 발걸음을 내디딘다.    

새벽 2시 30분 도심을 벗어나 사패산으로 향한다. 사패산 정상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늦지 않게 그렇다고 오버페이스로 걸어서도 안 되는 산행을 다시 시작한다. 대장님께서 “보폭은 절대 크면 안 돼요. 내가 디딘 발걸음을 똑같이 밟고 오세요. 그럼 훨씬 수월할 겁니다.” 대장님의 걷는 보폭에 나의 발걸음을 맞추어 걸어간다. 

앞서간 5명의 도전자는 사패산에서 일출을 보고 있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잠깐 쉬고 있는데 아쉬워 말라며 치마바위에서 사진 몇 장을 담아주는 대장님 그저 감사할 뿐이다. 그렇게 능선을 따라 도봉산으로 향한다. 

사패산도 도봉산도 정상 석과 마주하지 못하고 대장님과 능선을 타고 우이동으로 내려온다. 내려오는 길도 만만치가 않다. 등산화가 크지 않은데 신발 끈이 느슨하게 묶인 건지 발가락이 너무 아팠다. 대장님께서 신발 끈을 조절하고 단단하게 리본을 매주시며 “힘들지요? 처음엔 다 그래요. 천천히 근력을 쌓다 보면 다 할 수 있으니 너무 속상해 말아요” 우이동으로 내려오는 길 이곳에서 중탈 하는 도전자들이 많다고 하는 이유를 몸소 체험하며 길고 지루한 길을 내려온다.  

오전 9시 다행히 5명 도전자를 식당에서 다시 만났다. 아침을 먹고 북한산으로 갈 준비를 마친 오산님이 날 보자마자 엄지를 들어 올리며, “올리브님 처음 도전에 불수사도 종주도 대단한 거예요. 정말 고생하셨어요.”라고 용기를 준다. 북한산으로 가는 도전자에게 파이팅을 외치며 보내고 대장님과 함께 쇠고기국밥으로 허기진 배를 달랜다. 대장님도 식사를 마치고 먼저 간 도전자들을 따라 북한산으로 향한다.     


스틱 잡는 법, 가방 메는 법, 걷는 보폭도 자세히 배우며 초보등린이가 한 뼘 성장했던 날이다.

28km 4만 보를 걸었다. 나의 불수사도북 도전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스무고개 멋진 대원들과 캐나다 친구 라일리까지 모두 함께여서 많이 배우고 힘이 났던 불수사도북 첫 도전! 이날의 걸음을 몸이 기억하고 있으니 체력 길러 다시 도전해야겠다.    


 * 스무고개 

‘조금 더 멀리 가며’ ‘조금 더 많이 보고’ ‘더 많은 즐거움’을 벗들과 함께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종주 산행 능력을 만들고 유지해 가는 종주 산행 전문 산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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