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숨결, 오월의 밥상

공릉천에서 만난 다정한 계절

by 올리브

누구에게나 마음이 지치는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괜찮다고 말해주는
하루의 시작이 필요합니다.

햇살 한 줌, 바람 한 줄기
조용히 피어난 풀 한 포기에도
우리를 위로하는 힘이 숨어 있습니다.

이른 아침, 공릉천을 걷는 길 위에서
작고 선한 위로를 마주합니다.
삶이 참 고맙다고
속삭여주는 5월의 마지막 아침입니다.



오월의 마지막 아침, 공릉천을 걷다


햇살이 동산 너머로 조심스럽게 얼굴을 내밉니다.
하루를 여는 첫 빛이 나뭇잎 끝에 머물고
바람은 이마를 쓸어주는 손길처럼 다정합니다.
이른 아침의 공릉천은 조용하지만
생명의 소리들이 가득합니다.

보라와 파랑이 살며시 물든 수레국화가
길 가장자리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보랏빛은 말랑하고, 파란빛은 깊습니다.
두 빛이 섞인 꽃잎은
누군가의 마음을 오래 들여다본 듯한 눈빛을 닮았습니다.

논둑 아래, 이제 막 심긴 모가
여린 잎을 펴고 조심스레 바람을 맞습니다.
아직은 작고 앳된 모습이지만
이 햇살, 이 바람을 먹고
곧 무럭무럭 자라나겠지요.

밭에서는 양파와 마늘이 흙 속에서
속삭이듯 웅성입니다.
“이제 좀 꺼내줘.”
겹겹이 속을 키워온 마음들이
제 모습을 드러내려 합니다.

고추는 가지런히 줄을 지어 자라고
텃밭 끝 아욱은 부드러운 결을 따라 자라납니다.
쌀뜨물에 된장 풀어 끓이면

시원한 국 한 그릇이 되겠지요.
비 오는 날, 김치 하나 얹어 먹으면 더할 나위 없을

순박한 맛을 품고 있는 잎입니다.

쌈 채소들은 물방울 머금은 채
잎을 넓게 펼치고 있습니다.
쌈장 한 젓가락, 밥 한 숟갈
정성껏 올려 한입 가득 넣고 싶은 마음입니다.
고수는 가늘고 하늘하늘한 잎을 흔들며
저마다 향기를 뿜어냅니다.
누구 하나 눈에 띄려 하지 않아도
모두가 주인공인 아침입니다.

이 풍경을 따라 걷습니다.
자연이 차려준 밥상 같은 길,
계절이 가만히 말을 거는 순간을
조용히 지나갑니다.

한 걸음마다 마음이 채워지고
하루를 푸르름으로 물들입니다.

오월의 아침,
바람이 불어오고 꽃이 피어나듯
내 마음에 작고 선한 위로 하나 피어납니다.

괜찮다는 말 대신
따뜻한 밥 한 끼가 되어주는
자연의 마음을 천천히 배웁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