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진 마음 나를 다독이는 계절
바람이 달라졌다.
햇살은 부드러운데, 마음은 이유 없이 허전했다.
괜찮다고 넘겨왔지만
몸과 마음은 조용히, 분명하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무심히 지나쳤던 나를 다시 들여다보았다.
이리저리 흩어졌던 고민을 초록 바람에 널어두었다.
한동안 잠이 부족했다.
몸은 천근만근, 눈꺼풀은 늘 무거웠다.
마음을 조금 고쳐먹었다.
조금 더 자 보기로
늦잠은 싫으니 아침 여섯 시로 타협했다.
한 시간 더해진 수면
그 한 시간이 참 포근하게 다가왔다.
눈의 피로가 줄고
머리 아픈 날도 눈에 띄게 줄었다.
“몸 좀 아껴 써.”
친정엄마의 걱정 섞인 말 한마디
“엄마, 잠 좀 자.”
딸아이가 다정하게 건넨 그 한마디가
이제야 마음에 닿는다.
그 한마디 눌러 담으며
조금씩 나를 돌보고 있다.
갱년기는 조용하게 시작되었다.
등줄기엔 예고 없이 땀이 흐르고
얼굴은 갑자기 달아올랐다.
가슴이 쿵 내려앉기도 했고
작은 일에도 눈물이 고였다.
밤잠은 얕고
관절은 자주 삐걱거리고
별것 아닌 일에 쉽게 지쳤다.
예민해진 마음은 자꾸만 안으로 말려들었다.
엄마 얼굴이 떠올랐다.
말없이 견뎌내던 엄마의 얼굴이 아련했다.
그 마음 다 안다고 쉽게 말했던 엄마를
조금, 아주 조금 알 수 있었다.
조금씩 나도 담담해져 보자.
초여름의 바람이 살랑 불어온다.
미지근한 물 한 잔을 마시고
햇살 드는 창가에 마음을 널어둔다.
바람에 잘 마르기를
햇살에 다시 따뜻해지기를
나에게 조용히 말을 건넨다.
괜찮아, 이만하면 잘하고 있어.
이 계절이 지나면
더 고운 내가 피어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