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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 courage Jul 21. 2023

아이 머리 쓰다듬기

작은 습관

처음 아이가 나에게 왔을 때 눈 깜박임조차 사랑스러워 종일 안고 만지고 쓰다듬었다. 아이가 학교에 갈 무렵까진  항상 손을 잡고 걸었고 자기 전엔 사랑을 속삭였다. 대답처럼 들려오는 아이의 사랑 고백에 온몸이 사랑으로 가득 찼다. 내 목숨을 수차례 내어놓아도 아깝지 않을 절대적인 사랑을 만난 것이다. 


아이가 자기 세상을 만들고 나아가자 나에게선 멀어졌다. 한동안 상실감이 컸지만 나의 사랑은 여전했고 아이 또한 그러리라 믿고 있다. 지극히 나를 위해 그렇다고 확신하고 있다. 드문 드문 이어지던 사랑의 대화와 손짓은 점점 뜸해졌고 그 사이 아이는 나보다 더 커졌다. 오랜 세월 함께 한 부부처럼 사랑 고백을 하자니 손가락이 오그라든다. 안아보려니 어색하다. 여전히 나의 절대적 사랑인데..


출근 준비를 하고 방에서 나오니 아이가 식탁에 앉아 있다. 아직 절반은 잠 속에 있는 듯 눈이 게슴츠레하다. 어떻게 잤길래 머리가 '미로의 모빌' 같을까? 놀라울 따름이다. 그럼에도 나의 가슴엔 사랑이 피어나 넘칠 듯 찰랑거린다. 나의 절대 사랑! 슬그머니 다가가 아이 머리를 쓰다듬어 본다. 비몽사몽 하여 그런지 순순히 손길을 받고 있다. 그렇다. 이때다. 바로! 잠과 현실의 중간쯤에 있는 바로 이때, 어색함과 오글거림을 깨닫기도 전에 아이 머리를 쓰다듬어 줘야겠다.  매일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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