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그녀의 세월 밖에서 그녀의 한 삶을 지켜보고 있다가
빨래를 걷듯 목숨줄을 휙 걷어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삶이란 것은.
p38 <나의 아름다운 날들 중 '봄날 오후, 과부 셋', 정지아, 은행나무>
책을 읽다 발견한 한문장에 "빨래 끝"이라고 외치던 어느 세제 광고가 떠올랐다.
푸른하늘 아래, 끝없이 펄럭이는 빨래들.
불어오는 바람에 나부끼는 물결이 환자들의 위태로운 목숨같아 눈이 시렸다.
출근을 하니 내가 바로 그 아래 서있다.
언제 날아갈지, 누가 걷어갈지 모르지만 나는 나의 일을 해야겠다.
가까이 있는 빨래부터 빨래집게로 단단히 집어보자.
가운을 입고 청진기를 목에 걸고 회진을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