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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 courage Oct 23. 2023

군고구마와 달이

제법 멀리까지 산책을 갔다가 유난히 맛있는 고구마를 파는 가게에 들렀다. 노릇노릇 구워질 고구마를 생각하니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군고구마를 먹을 때 우리가족의 고민은 '달이의 눈빛 공격을 어떻게 견디느냐'이다. 달이는 엄청나게 고구마를 좋아하는데 예전에 잘 모르고 너무 많이 줬다가 토하기도 했고 겨울동안 고구마를 너무 많이 먹어 과체중이 된 적도 있다. 수의사 선생님은 달이 관절이 좋지 않다고 체중유지에 각별히 신경쓰라고 주의도 주셨다.

고구마를 깨끗이 씻어 에어프라이어에 넣고 30분을 돌렸다. 아직 냄새도 안 나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달이가 에프 아래 얌전히 앉아 기다리고 있다. 눈도 한번 안 깜빡거리고 에프만 하염없이 바라보는 달이를 보니 너무 귀여워 웃음이 났다. 그 사이 방정리를 하고 나와보니 달이는 여전히 그 자세 그대로 대기 중이다.

드디어 군고구마가 다 구워졌다! 온 집에 달큰한 냄새가 가득하다. 온가족이 식탁에 둘러 앉자 달이는 눈빛 공격에 가장 취약한 내 자리 아래에 다소곶이 앉아 울멍울멍 눈빛으로 올려다 본다. 차라리 달라고 짓거나 낑낑거리기라도 하면 "기다려"하고 말해라도 보는데, 아무소리도 안하고 그저 바라보기만 하니 "흑" 너무 귀여워서 심장이 아프다. 결국 공격에 무너져 조금씩 떼어 주다보니 나보다 달이가 더 많이 먹고 말았다. 남편은 도저히 미안해서 안 되겠다며 베란다에 나가서 먹었고 아이들은 달이와 눈을 안 마주치려고 천장을 보며 먹었다.


군고구마 먹는 우리 가족 모습이 너무 이상하지만 또 아주 행복하기도 했다. 

달이야, 아무래도 너 내일부턴 다이어트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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