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나를 인정하기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읽고 든 생각

by 에밀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MBTI가 뭐야?“라는 질문이 오가는 것 같아요. 그런데 사람들 이야기를 듣다 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을 찾을 수가 있습니다. 자신의 MBTI를 소개할 때, “나는 ISTP이긴 한데… E랑 I가 반반이라…”, “T이긴 한데 F도 있어요.“처럼 부연 설명을 덧붙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설명한 적이 많은 것 같아요.



생각해 보면, 왜 우리는 MBTI를 딱 한 가지 유형으로 정의하지 못하는 걸까요? 사람은 한쪽으로만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고, 다양한 면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니 어쩌면 당연한 결론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생각을 하던 중,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읽다가, 작가가 자신의 의존적인 성향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부분을 보게 되었습니다. 연인에게 의지를 많이 하지만, 그때마다 답답한 마음이 들고 의존하고 싶지 않다고 느낀다는 이야기였어요. 그 문장을 읽으며 ’나도 의존적인 사람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게 되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저는 혼자서도 시간을 잘 보내는 편입니다. 주말에 계획 없이 하루를 보내도 괜찮았고, 카페를 혼자 가는 것도 좋아합니다. 늘 누군가와 함께해야만 안심이 되는 타입은 아니기에, 스스로를 자립적인 사람이라고 여겼던 것 같아요. 하지만 문득 외롭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어요. 생각보다 자주. 예를 들면, 혼자 카페에서 알차게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허전함이 밀려와요. 분명 좋은 시간을 보냈고 보람도 있지만, 집에 돌아와 있을 때면 어쩐지 쓸쓸한 기분을 느낍니다.



‘혼자 있는 게 괜찮다면서, 왜 외롭다고 생각하지?’



혼자 있는 게 편할 때도 많았어요. 계획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았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지내는 게 익숙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순간이 반복될수록, 문득 아무와도 연결되지 않았다는 기분이 들곤 했어요. 그럴 때면, 괜찮다고 생각했던 혼자만의 시간이 어쩐지 쓸쓸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면서, 제 안에서 또 다른 내가 말을 걸어요.



“너, 결국 누군가가 곁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잖아?”



그 말이 맞아요. 누군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끼지는 않지만, 한편으로는 누군가가 곁에 있었으면 하는 마음도 분명 존재했습니다. 꼭 이런 감정 뿐 아니라 이런 식의 여러 모순된 감정이 저를 헷갈리게 했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네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모르겠어.“라는 말을 들으며, 저 스스로도 많이 답답했습니다.



책을 읽다가 제 마음을 설명해 주는 문장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작가가 정신과 상담을 받는 장면에서, 의사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는 부분이 있어요.



“감정의 양 끝은 이어져 있기에, 의존 성향이 강할수록 의존하고 싶지 않아 하죠. 예를 들어 애인에게 의존할 땐 안정감을 느끼지만 불만이 쌓이고, 애인에게서 벗어나면 자율성을 획득하지만 불안감과 공허감이 쌓여요.”

–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이 문장을 읽고서야 비로소 제 감정이 이해되었습니다. 저는 타인을 의존하고 싶으면서도, 그 의존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어요. 그리고 그 이면에는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다’는 제 본심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나는 자립적인 사람이다’ 혹은 ‘나는 의존적인 사람이다’와 같이 저를 단정 짓고 싶었어요. 그렇게 하면 제 감정이 더 선명하게 정리될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제게 필요한 것은 다른 사람에 대한 의존이 아니라, 불완전한 나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일이었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중요한 건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조금씩 나아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불완전한 나를 받아들이고 성장해 나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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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