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가 서늘하게 밀리는 이불의 바깥쪽
우리는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들을 널어놓는다
양말의 짝을 맞추듯 포개어지는 말들과
짝이 없어 천장만 바라보는 홀수들이
침대 위에 널브러진다
단어는 천장을 응시한다
영사기가 돌고 돌아 돌고래가 헤엄을 친다
이 벽에서 저 벽으로
끝없이 달리고 끝없이 갇혀버린다
무한의 바다가 천장에서 왈칵 쏟아지면
우리는 그대로 꼬르륵꼬르륵 잠겨버렸다
비밀의 언어는 녹아 사라지고
목격자는 섬처럼 남겨진 단어들
기억은 끝없이 달리고 끝없이 갇혀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