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프레드릭 Sep 24. 2021

남고의 꽃, 체육대회

남고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공’이다.

영어 배울 때는 흐릿했던 눈동자가 공만 보면 초롱초롱해져서 공을 들고 수업을 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한 적도 있었다. 수업 종이 울리기 직전 책상 아래서 실내화를 운동화로 휘리릭 갈아 신고 종이 치면 쌩-하고 공과 함께 운동장으로 튀어 나간다. 이런 남고에서 체육대회란 목숨을 건 일생일대의 승부다.


군대 줄다리기를 연상시키는 “영차! 영차!”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줄을 당기는 장면, 부상으로 발바닥이 덜렁덜렁해진 응급 상황에서 100미터 달리기를 하고 응급실을 가겠다고 우기는 장면, 무릎이 나가든 발목이 나가든 머리가 깨지든 전혀 상관하지 않고 온몸을 던지는 축구.


그래서 체육대회를 준비하는 체육시간은 그 어떤 과목 시간보다 중요하고 체육시간에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 학급 내 교우관계와 권력관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또 교실에서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에 체육시간마다 체육선생님께 미리 양해를 구하고 나가서 관전했다. 정정당당하게 열심히 뛰는 아이들 모습을 보면 프리미어리그, 올림픽 못지않게 재미있고 흐뭇했다. 체육 끝나고 들어왔을 때 시원하도록 미리 에어컨 틀어두고 자리마다 음료수와 초코파이 위에 메리골드 꽃을 꽂아서 놔두고 칠판에 응원의 글을 적어뒀다.


눈부신 청춘, 3-2반

스포츠는 인간이 몸으로 보여주는 예술이구나.

정정당당하게 온 힘을 다해 뛰는 너희 모습이 얼마나 눈부시던지.

모든 열정을 다해 무언가를 하는 모습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단다.

늠름하고 멋진 청춘, 2반 파이팅!

담임선생님(^-^)/

이전 08화 최고 단합우리 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