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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레드릭 Sep 24. 2021

갑작스러운 부친의 죽음

아이들의 형, 의젓한 호영이.

아랍인 같은 외모로 ‘아랍왕자’라고 불리던 호영이는 첫째 아들이라 그런지 듬직하고 철이 일찍 들어서 다른 아이들이 형처럼 따르는 아이였는데 어느 날, 교무실로 다급한 전화가 왔다. 호영이 아버지께서 현장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지셨는데 늦게 발견되어 응급실로 옮겼으나 숨을 거두셨다는 내용이었다. 상주 호영이는 장례식장으로 바로 조퇴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청천벽력과 같은 가장의 죽음으로 가정주부이신 어머님과 가장의 자리를 맡게 된 호영이가 어떻게 지낼지 마음이 몹시 심란했다. 게다가, 입시에 몰두해야 하는 고2인데 생활고를 겪게 되었으니… 몰래 쌀, 김치, 밑반찬, 국거리, 간식을 수시로 가져다 놓았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했던가… 어느 날, 몰래 가져다 놓고 돌아서 오는데 뒤에서 “선생님!”하고 어머니가 부르셔서 들키고 말았다. 이런 거 가져다 놓을 분은 선생님밖에 없다고 진작 아셨다고 하셨다. 어머니가 아시면 무안하실까 싶어 몰래 가져다 놓은 건데 이미 알고 계셨다니. 어차피 알게 되셨으니 그 후에는 맘 놓고 몰래 가져다 놓았다.


호영이가 나의 아들이랑 농구하고 놀아주더니 자신이 쓰던 농구공 가방 통째로 아들에게 선물해줬다. 아들이 농구클럽에 다니고 있었는데 농구공 가방이 없는 걸 눈치챘는지 자기 집에 이제 농구공은 필요가 없다면서 물려주었다.


-학생 이름은 가명을 사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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