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 흐르는 목소리, 동성이.
그해 우리 반 아이들 중에 목소리에서 꿀이 흐르던 학생이 있었는데 수업하다가 졸릴 때면 동성이가 한 곡조 뽑아서 노래해서 아이들을 깨워주곤 했다. 동성이는 야자시간에 가장 좀이 쑤셔서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아이였는데 교무실로 불러 얘기해보니 자기 꿈은 가수인데 어머니가 가수만 아니면 뭐든 된다고 격렬하게 반대하셨고 가수라는 직업을 몸서리치도록 싫어하신다 했다. 완강한 어머니 의지를 따라 자기 꿈을 접고 공부를 해보겠다고 맘먹었지만 그게 잘 안되는지 야자 시간 내내 유체 이탈한 모습으로 몸만 책상에 있지 마음은 허공을 맴돌고 있었다. 어머니와 약속을 잡고 교무실로 상담을 오시라 했다.
어머니께 동성이 야자시간의 모습을 간략히 말씀드리고 어머니 말씀을 들었다. 중학교 때부터 가수 하겠다고 노래 불러대는 아들을 말리고 입씨름하고 싸우기를 계속하면서 서로 얼마나 상처 많은 시간을 보냈는지 장장 말씀하시는데 어머니 완고하고 무서운 표정 내면에 숨어있는 슬픔이 보였다.
어머니가 많이 힘드셨겠네요.
그 한 마디에 갑자기 어머니의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펑펑 우시고는 동성이 뜻대로 가수를 시키면 밥벌이가 될지 걱정이라고 하셨다. 남편 지인 중에 월드컵 대회 개막식 총감독을 맡은 작곡가가 있는데 동성이와 한 번 만남을 주선해볼지 여쭤보겠다고, 요즘 실용음악이 인기가 많아서 유명한 가수가 되지 않더라도 실용음악 지도하는 쪽으로 일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씀드렸다.
그날로 동성이는 가수의 꿈을 허락받았고 어머니는 언제 그랬냐는 듯 매일 도라지즙, 계란을 먹이고 동성이 꿀성대에 온 정성을 기울이셨다. 동성이가 감사 인사를 하러 와서는
선생님, 뭐라고 하셨길래 엄마를 이기셨어요? 중학교 선생님들 전부 엄마한테 설득당하셨는데.
라고 물었다. 반 아이들도 중학교 때부터 워낙 유명한 어머니 반대를 알고 있었던 터라 뭐라고 설득했냐고 계속 물었다. 뭐 뾰족한 비법이 있었던 게 아니라서 “몰라도 돼.”라고 답했지만 어머니 마음의 상처를 알아준 것이 완강한 반대를 녹인 게 아닐까 하는 게 나의 추측이다.
-학생 이름은 가명을 사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