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구슬처럼 해맑은 우리 반 반장 민석이.
IMF 때 아버지 실업으로 부모님 이혼 후 서울에서 이천으로 이사를 와서 물류센터에서 야간 근무하시는 아버지와 여동생을 위해 엄마 대신 아침 식사를 준비해놓고 정작 자신은 아침을 굶고 등교하는 제자가 있었다. 얼마나 해맑은 얼굴과 눈망울을 하고 있는지 크리스털처럼 투명하고 눈부신 빛을 온통 뿜어내는 아이였다. 교실 대청소날 얼룩덜룩 더러운 교실 벽을 닦아내느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게 꼭 골든 레트리버 같았던 민석이. 우리 집 아침 식사 준비할 때 반장 것도 따로 준비해서 조회 끝나고 매일 교무실에서 먹도록 했다. 아들과 요리할 때마다 수시로 요리 배달을 가서 아들과 함께 반장의 저녁 간식을 챙기고 어려움이 없는지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었다.
삼성 장학재단 멘토링
민석이의 안타까운 상황을 알고 삼성 장학재단 멘토링 프로그램 신청서를 지원했다. 전국에서 신청서를 받아서 심사 후 선정된 학생에게는 1년간 학업지원금이 매달 현금 형식으로 지도교사에게 지원되는 프로그램이었다. 민석이가 선정되어 1년간 학업, 인성, 꿈 지도를 하고 멘토링 사이트에 성장과정을 누가 기록하고 장학재단에서 매달 나오는 지원금 전체를 아버지께 드려 생활고를 해결하도록 도왔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미술 공부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어서 미대 진학을 희망했었기에 홍대에 아는 미술학원장에게 개인 상담을 받고 장학금 형식으로(무료로) 입시 실기 공부를 해주십사 부탁드려 등록한 후 매주 홍대까지 동행하여 실기 공부를 관찰하여 가능성과 잠재력을 모니터하고 학원장 선생님과 과정 내내 상의하였다. 안타깝게도 고2 때 시작한 미대 준비가 실기를 치르기에는 시간이 많이 부족해서 집안 경제사정을 고려하여 장학금을 받는 군산대 공대로 입학하였고 과대표로 활동하고 코엑스 산업디자인 페어에 출품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기 삶을 개척하여 공신력 있는 스타트업 회사에 취업해서 의욕적으로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
어머니의 자살
고등학교 졸업 후 크리스마스 며칠 전, 전화가 왔는데 어머니가 연탄가스 자살로 돌아가셨는데 아버지 대신 시신을 확인하고 수목장을 치러드렸다고 했다. 연탄가스로 돌아가셔서 얼굴이 새까맣게 변해있었다고 말하는데 민석이가 받았을 충격이 얼마나 클지 걱정이 됐다.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을 불러서 크리스마스 저녁을 함께 하면서 위로하고 정리할 시간을 가지고 어머니 시신 수습, 수목장을 치르는 과정과 느낌을 들어주면서 소주를 여러 병 같이 마셨다.
-학생 이름은 가명을 사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