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오패스 사용설명서_9화

곱창돼지 오영오-9화

by 주원

소시오패스 사용설명서를 집필하며 초등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들 단톡방에 링크를 올렸다. 다들 별다른 반응이 없어서 내심 서운했는데 애초에 독서와는 동떨어진 친구들이라 그러려니 했다. 단톡방 멤버 중 우이형이라는 키가 크고 똑똑한 친구가 있다. 어렸을 때부터 같이 노는 것 같으면서도 시간이 많이 뺏길 것 같은 게임 같은 유혹에는 빠지지 않는 참을성과 조심성이 강한 친구다. 도박도 위험한 투자도 싫어하던 우이형 같은 친구가 몇 년 전부터 비트코인을 사라고 노래를 부르고 다녀서 참 신기했는데 마침 오영오 1화를 연재하고 나서부터는 우이형이 몇몇 친구들에게 비트코인을 투자해서 손해 보면 100프로를 변제해 주고, 대신 이익을 보면 50프로를 나눠달라는 제안을 하고 다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우이형에게 내가 쓴 오영오에서 영감을 얻었냐고 물어보았는데 우이형은 아니라고 계속 발뺌하였다.


나는 사실 별로 사람들에게 궁금한 것을 질문하지 않는 편이다. 어차피 물어봐서 답변해도 답변을 의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우이형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4화의 톰브라운 삽화에 우이형의 이니셜 중 두자를 넣어두고 관찰했는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내가 보낸 시그널이 닿지 않았던 걸까...


내 예전 사수였던 현응표라는 사람이 있는데, 키가 크고 마르고 조심성이 강한 성향 등이 우이형과 많이 유사하다. 현응표 차장도 몇 년 전부터 비트코인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는데 내 주변 조심성 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사고 있는 걸 보면 정말 지금이 좋은 매수 타이밍일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주식만 하더라도 조심성이 많은 사람들이 투자한 종목은 손해보지 않을 확률이 높다. 현응표 차장은 조만간 비트코인 한 개가 몇십억의 가치가 될 수 있다고 얘기하기도 하고 지구가 멸망하고 화성으로 이주해야 할 때 비트코인이 우주선을 탈 수 있는 화폐라고 이야기해 준 것이 기억난다. 사실 둘은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같은 대학교 동문인데 교집합이 많는 사람들끼리 만든 모임에서 만난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현응표 차장도 우이형도 어디서 나처럼 웃자고 헛소리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나는 현응표 차장 말을 들으며, 지난 몇 년간 집이 없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가진 것을 기억하고 다시는 투자하지 않기로 한 비트코인을 분할로 매수하고 있다.

(와이프와 자식 우주선 비용까지 비트코인 3개 모으는 게 목표)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가서 사실 오영오의 사기 수법을 잘 활용하면 배울 점이 많다. 오영오와 김재석의 관계처럼 나도 회사 후배 중 친하게 지내는 이균찬이라는 친구에게 영오가 나한테 제안했던 것을 응용해 잃으면 변제, 따면 반반 조건을 내걸고 한 달 만에 각자 천만원 가까이 번 기억이 있다. 코로나 상승장이라서 쉽게 벌었는데 지금은 나에게서 독립한 균찬이가 주식으로 돈을 잃을 때마다 내심 미안하기만 하다. 주식으로 돈을 벌어도 십중팔구 언젠간 주식으로 다시 잃기 때문에 구독자 분들은 안전한 적금이나 채권을 통한 재테크를 추천드린다.


나중에 몇 가지 더 얘기하겠지만 오영오의 부자이미지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슈퍼카다. 오영오는 대여섯 대의 슈퍼카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사실 다 오영오의 차가 아니다. 오영오는 지인들 다섯명을 포섭해 각자 차를 한대씩 사고 일정기간 돌려가면서 타는 모임을 만들었다. 안 봐도 그 다섯명은 속이 비슷하게 어두컴컴한 사람들일 텐데, 모두 자신의 지인들에게 본인들이 슈퍼카 다섯대를 다 소유하고 있다고 하고 다닐 것이다.


사업과 개인적인 금전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신뢰다. 신뢰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백번 말로 떠드는 것보다는 재력을 과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더군다나 만날 때마다 자동차를 바꿔 타며 나타나면 카푸어라는 의심도 사라지게 된다. 요즘은 자동차번호와 차주의 이름을 적으면 실제 그 차의 소유주인지 확인해 주는 서비스가 있다. (차번호만 넣으면 소유주가 누군지 알려주진 않고 매치여부만 확인해 준다.)

금전적인 관계에 있거나, 곧 관계를 형성한 사람이 타고 다니는 차가 실제로 그 사람의 차인지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나 같은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나는 차를 이용해 누구한테 재력을 어필할 마음은 없지만 순수하게 자동차에 관심이 많다. 영오의 수법을 활용해서 친구와 갖고 싶은 차를 한대씩 사서 몇개월씩 바꿔타볼까도 생각했는데 그 짓거리도 결국 엔간히 부지런하지 못하면 못할 행동이기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다섯대씩 돌려가면서 시간을 분배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어떻게 부지런하면서 통통할 수가 있고 내 지인들은 조심성이 많으면서 가상화폐에 전재산을 투자할 수 있을까? 오영오와 관련된 일은 기쁨과 원통함의 눈물을 동시에 흘리게 해준다.


10화에 계속..



ps. 열혈 구독자님 주택 매입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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