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오패스 사용설명서_10화

곱창돼지 오영오_10화

by 주원

6월 곱창집을 오픈하고 매출이 그럭저럭 나쁘지 않게 나오고 있었다. 앞서 말했지만 곱창은 나에게 비선호 음식이라 몇 번 음식점을 지인들과 방문해 매출을 올려주었는데, 나는 갈 때마다 조금 먹어봐도 맛있는지 분간을 못했고 지인들도 맛에 대한 칭찬은 크게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한국에서 가장 맛있는 곱창 원재료를 수급해 온다는 것은 보나마나 거짓말이었을 것 같다. 난 영오한테 투입된 돈을 받아내는 게 목적이었어서 맛에는 크게 상관하지 않았기에 간혹 솔직한 친구들이 해주는 음식점의 비평은 크게 신경 쓰진 않았다. 그래도 맛이 있어야 매출이 오르고 매출이 크면 클수록 투자금 회수가 원활할 것 같기에 식당이 잘되길 바랬었다.


그러던 어느 날 뜬금없이 나혼자산다에서 화사가 곱창을 먹는 장면이 엄청나게 유명세를 탔다. 그때부터 곱창의 인기가 엄청나게 상승하기 시작해 급기야는 영오와 멍청이들 같이 하는 별 특징도 맛도 없는 곱창집도 줄을 서서 먹어야 하는 기현상이 발생했으며 매일매일 재고가 바닥이나 일찍 장사를 마감했다. 6월은 영오가 내게 한동안 가상화폐 채무로 억압받던 시절이었는데, 마치 동물병원에 맡겨둔 강아지가 시종일관 겁먹고 있었다가 가족 품에 다시 안겼을 때 그간의 설움을 풀듯 맹렬하게 짖는 치와와처럼 침을 튀며 음식점 창업에 대한 생색을 냈었다.



맹수인 척하는 치와와를 조련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적당히 두께감 있는 장갑을 끼고 만지면 물리더라도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 나는 때로는 다정하게 때로는 차갑게 영오를 품 안에 안고 다시는 나에게 사기를 칠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냄새나는 손톱을 자르는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성경에 그런 말씀이 있다. 유다가 예수님을 배신했을 때 기록된 말씀인데, 유다는 태어나지 않는 게 좋을 뻔했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 어떠한 비난과 욕설보다도 더 강력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소시오패스는 마치 배신자 유다와 같은 사람들이다. 소시오패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타인의 고통과 피해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특징이 있다. 모든 소시오패스가 사기를 치진 않지만 나쁜 마음으로 사기를 치는 자들은 소시오패스라고 볼 수 있다. 그들은 태어나지 않는 게 낫지 않았을까?


예상외로 화사발 곱창의 인기는 오랫동안 지속됐고, 나는 이게 동족을 학살해서 돈을 버는 돼지(영오)에게 벌을 내리라고 돼지들이 나에게 보태주는 응원이라고 생각했다. 7월 15일은 처음 음식점 정산일이었는데 나는 처음 정산을 받고 영오한테 내 지분을 다시 취득하라고 제안할 계획을 세웠다. 처음 약속된 정산일 일주일 전쯤인 7월 10일부터 약 5일간 강도를 높여 앞서 말했던 음식점 관련 모든 지출 계약서를 달라고 압박을 가했다. 영오의 얼굴은 도축된 당일날 제사상에 처음 올려진 싱싱한 돼지머리 같았는데, 나의 괴롭힘이 지속되면서 점점 상해서 곰팡이핀 푸른빛의 돼지머리 형상이 되어갔다.


첫 정산 금액은 300만 원이 조금 넘었다. 투자금의 4%가 한 달 만에 배당으로 들어왔으니 꽤 괜찮은 성적이지만 화사덕분에 본 일시적인 효과임으로 차츰 배당금이 떨어질 건 뻔한 수순이었다. 300만 원을 보내주며 엄청나게 생색을 부리는 영오에게 나는 예전부터 생각했던, 나의 지분을 다시 매입하라는 제안을 했다.


"형, 제가 아무리 말해도 곱창집에 들어간 투자비가 투명하게 공개가 안 되는 상황이니, 저는 앞으로 같이 안 하는 게 맞을 거 같아요."

“그 부분은 미안해. 나도 가운데서 힘든데,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마지막으로 말하는데, 형 친구들이랑 같이 자리를 마련해 주거나 제 지분을 형이 다시 인수해주세요.”

“그래, 그럼 그냥 내가 다시 인수할게. 나도 너무 힘들다. (너랑 같이 하는 거) 그만하고 싶다, 이제.”


내가 설계한 대로 상황이 흘러갔지만, 너무 쉽게 일이 풀리는 것 같아 오히려 괘씸한 감정이 올라왔다. 나는 곧 꺼질 것 같은 곱창의 인기를 영오는 영원히 갈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원래 누군가에게 무리한 부탁을 하는 성격이 아니다. 큰 손해를 감수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가급적 타인과의 거래에 있어 작은 손해는 기꺼이 감수하는 성향이다. 하지만 상대는 소시오패스 영오가 아닌가. 소시오패스를 괴롭히고 억압하는 것은 오히려 그들로 하여금 다른 피해자를 양산하는 것을 억제하는 일종의 자정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자리에서 영오에게 한 가지 조건을 더 걸었다.


“투자라는 건 본질적으로 리스크를 감수하는 게 전부인데, 저는 리스크는 리스크대로 감수하고 음식점은 성공했는데도 불구하고 형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불가피하게 제가 떠나는 거니까, 제가 초기 투자했던 금액의 30%를 더해서 지분을 매입해 주세요.”


나는 별 기대없이 투자금의 10%정도나 더 받아내려고 처음에 30%를 던져봤다. 영오가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할 것을 예상하고 조금씩 협상을 해서 중간지점인 15%보다 살짝 아래 수준으로 받아보려고 했다.


“그래, 알았어. 대신 지금 당장은 돈이 없으니 10월까지 줄게.”


이게 웬 떡인가. 영오가 한 번의 저항도 없이 30%를 바로 수락했다.(40% 부를걸!!) 아마도 두달간 진행한 나의 말려죽리기 압박 스킬이 잘 먹혔던 것 같다. 아마도 한 달의 수익이 계속될것만 같다고 생각했을 수 도 있다.


“저도 사정이 있어 10월까지는 못 기다리고요 형, (30%를 더한 금액이) 9100만 원이니까, 100만 원은 제하고 8월 초 4500만 원, 9월 말 4500만 원 보내주세요.”


사실 9월에 받건 12월에 받건 그 내년에 받건 크게 급할 건 없었지만, 소시오패스가 하는 부탁이 사소할지라도 무조건 거절하는 습관을 가져야 하기에 변제기한을 9월까지로 정해주었다.

영오는 나와는 대화를 오래하기 싫은 듯 더는 조르지 않으며 나의 마지막 제안마저 수락했다.


11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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