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오패스 사용 설명서_3

곱창돼지 오영오-3화

by 주원

우리 아빠는 직장생활 내내 매주 3회씩 술을 마시고 하루 세 갑씩 흡연을 했다. 은퇴하고 나서 술을 마실 기회는 줄어들었지만 흡연의 강도는 계속돼 건강악화로 2011년 한차례 길에서 쓰러진 이력이 있다. 긴급한 대처가 끝난 후, 의사 선생님과 같이 면담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아빠가 워낙 타고나길 건강해서 지금부터라도 식단, 운동, 금연만 하면 100살까지 살 수 있다고 했다.


아빠는 그렇게 사느니 살고 싶은데로 살다가 빨리 죽겠다라고 선언한 후 평소와 똑같이 생활하다가 본인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면서 갑자기 계약기간이 끝난 건물의 세입자를 내쫓고 건물에서 대형견 두 마리를 키우는 기행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좀 크고 나서부터는 남양주에 있는 땅에 펜스를 치고 기르기 시작했는데,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고스란히 강아지들의 케어는 내 몫이 되었다.


회사를 출퇴근하며 남양주까지 다닐 수 없어서 집 근처 내곡동에 비닐하우스를 얻어 거기에서 강아지들을 키우기 시작했다. 가능하면 집에서 키우고 싶었지만 두 아이 다 30킬로가 넘는 대형견이고, 집에서 생활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 아파트에서 키울 수 없는 여건이었다. 어쨌든 나나 아이들에게 모두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제삼자한테 위탁하기엔 아이들이 안 좋은 대접을 받으며 살까 걱정돼 선택한 차선책이 도심의 비닐하우스였다.


비닐하우스 대여비, 사료값, 약값, 병원비 등 매달 돈도 많이 들고 몸도 힘들다고 재석이한테 푸념을 하곤 했는데, 재석이가 이주만에 전화해서 만나자고 한 장소가 강아지 비닐하우스였다.


어차피 매일 가는 곳이라 먼저 가서 강아지들과 놀고 있었는데 재석이가 바리깡을 들고 나타났다. 언젠가 한번 강아지 털 깎는 대만 돈을 키로수로 받아 백만 원 가까이 깨진다고 했더니 본인이 미용을 해주러 온 것이었다.


미안한 표정으로 바리깡을 들고 있는 재석이의 모습을 보니 "푸흡"하고 실소가 새어 나왔다. 우리는 굳이 영오나 이오스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고 강아지 털을 밀면서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헤어질 무렵 재석이가 나한테 영오형이 요즘 부모님한테 돈을 받지 못해 재정적으로 안 좋은 상황인데, 6월까지만 변제기한을 늦춰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그러면서 동시에 월 2%의 이자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6500만 원에 2%면 월 130만 원으로 투입한 금액 대비 엄청나게 좋은 조건이지만 앞서 말했듯이 나는 당시만 해도 영의 투자 실패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이 컸다. 동시에 찰나로 든 생각은, 이자를 하나도 받지 않으면 날 쉽게 생각해 변제기한을 지키지 않을 거 같았다.

최종적으로 6월까지 변제기한 늘리는 것은 괜찮지만 이자는 매월 1%만 주면 된다고 했다.


재석이는 본인이 가운데서 어렵게 쇼부 본 이자율이라 다 받아도 괜찮다고 했지만 나는 거부했고, 그마저도 6월에 원금을 받으면 그동안 받았던 다섯 달의 이자를 돌려줄 훈훈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 3월이 오자 미세먼지와 함께 재석이한테서 연락이 왔다.


(4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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