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움과 깨끗함
작아서 눈에 잘 띄지 않는 연둣빛 동박새
그 귀여움에 뭐라도 주고 싶은데
겨울이라 먹이도 드물 텐데
아직 동백이 피기 전인데
두세 마리 서성인다
가만 나뭇가지에 연신 부리를 훔치는 모습이
뭘 먹긴 먹었나 보다
바닥으로 내려왔다가 연신 쪼다 날아오른다
그놈들 뭘 그리 열심인가
지난밤 행인이 남긴 담벼락 흔적
가까이 다가가다 멈췄다
차마 확인할 기분이 아니다
그 일을 벌인 이의 어제저녁은 근사했으리라
먹을 때와 나올 때가 이렇게 다를까
한 입으로 들어갔다 그 입으로 나오는데
그는 사라지고 나는 외면한다
어떤 생명체엔 또 다른 성찬인가 보다
초등 5학년때의 어느 점심시간
반아이 중 한 명이 체했는지 교실에서 심하게 구토를 했다
아파서 그런지 놀래서 그런지 엎드려 울고
단짝 친구는 그를 어깨동무해서 화장실로 간다
남은 잔해물이 교실 바닥에 흥건하여
모두들 피하고 코를 움켜쥐고 달아날 때
어찌할지 난감해하는 아이들 사이로
그녀는 쓰레받기를 들고 토물을 담는다
한 덩어리의 끈적임이 나눠 담기지 않자
이내 다른 맨손으로 쓸어 담아
손을 받친 채 들고 쓰레기통으로 비운다
그 광경을 옆에서 본 나는 뒷정리가 끝나고
놀란 눈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좀 그렇지 않냐고 냄새나지 않냐고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게 말한다
씻으면 돼.
오탁과 청결의 분별심이
감정의 동요를 일으켜 휘둘린다
향기로운 음식의 들고남이 그리 다른가
인간은 번뇌의 오물에 의해 더럽혀져 있지만
더러움 그 자체는 아니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