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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월 Jun 16. 2023

교차 골목

목은 가늘고 탄력적이어야

인구가 늘면서 도시가 점점 커지게 됐다. 논밭이던 동네까지 무분별하게 건물이 들어서면서 난개발이 이뤄진다. 도시 공학적 측면을 고려한 설계도 아니고, 목적과 의도를 두고서 도로를 내고 건축물을 구성한 게 아니라, 눈치 빠른 시행사 측에서 손 닿는 대로 땅을 매입하고, 시공사는 대지에 맞춰 아파트를 지었다.


일단 지어놓으면 돈이 된다는 인식이 파다했다. 그래서 이 동네에 들어서면 아파트가 많아 보여도 단지를 이루고 있는 게 아니라 한 동짜리 아파트가 먼저 지어진 순서로 일차, 이차, 삼차 아파트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위치도 들쑥날쑥하게 지어졌다.


기존 터를 잡고 살던 사람들이 다니던 길이 그대로 도로가 되고, 이런저런 이유로 땅을 팔 수 없었던 사람들의 땅을 비껴 아파트 건물이 지어지기도 했으니, 도로길도 건물 따라 구불구불하다. 그래서 동네길들이 시원하게 직선의 쭉 뻗은 모양이 드물고 혼란스럽다.


뿐만 아니라 두서없이 지어진 건물들이 동일한 설계도면을 바탕으로 지어져 건축물 모양도 비슷하다. 길을 찾아 두리번 헤매다 한참을 돌아보면 분명 다른 길로 온 것 같은데 다시 주변 제자리 길이 된다. 우리 동네를 처음 오는 이들은 마치 미로를 걷는 느낌이라고 한다. 처음부터 계획된 도로가 아니라 사람이나 경운기가 다니던 농로가 그대로 포장도로가 된다. 


원주민들만 아는 지름길이 있었다. 이 샛길을 두고 이미 양측으로 아파트가 지어졌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이 쪽 길을 이용했다. 그런데 사람만 다니던 그 좁은 샛길에 포장이 깔리면서 차량 한 대 정도는 지날 수 있는 통로가 만들어졌다. 원래의 경로라면 큰길에서 유턴을 하여 로터리를 돌아야 통하는 과정이 이 길목을 통하면 쉽고 빠르게 건너갈 수 있다. 


문제는 거주민이 늘고, 이 좁길의 이용 차량이 급증하면서 자주 체증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좁길을 더 넓힐 수도 없다. 양측에 지어진 아파트가 서로 맞닿은 거리를 넓히지 않는 한. 그래도 그 지름길의 편리성을 두고 큰길로 가기 귀찮다. 아무리 주변 도로가 넓어지고 우회도로가 있어도 차량은 여전히 이 길목을 선호한다.


차츰 체증이 심해지고, 반사경을 통한 상대 차량의 유무를 확인하여 진입하고, 먼저 진입한 차량이 지날 때까지 반대쪽 차량이 기다리는 나름의 규칙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러나 출퇴근 시간대에 폭증하는 차량에서는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먼저 진입한 차량이 있어도 상대편에서 속도를 내어 절반 이상을 들어와 버티고, 그 뒤로 꼬리를 문 차량들이 이어지면, 먼저 진입한 차량도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다. 이런 일 들이 반복되자 먼저 진입하는 차량에서는 경적을 울리기도 하고 상향등을 번쩍거리기도 한다. 상대편에서 진입하지 말도록.


가끔은 서로 대치가 길어지고 뒤쪽으로 길게 꼬리를 이은 차량들로 정리가 되지 않으면, 뒤편에서의 운전자가 운전대를 놓고 걸어 나와 정리를 하기도 한다. 심하게는 욕설이 오가기도 하니 어떤 이는 그 샛길을 폐쇄하자는 말을 하기도 한다. 


한 번은 차량이 서로 대치하여 끝까지 양보 없이 마주 보고 있던 중에 맞닿은 한쪽에서 아예 시동을 끄고 차 키를 빼고 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 뒤로 길게 이어진 차량들을 둔 채로. 이쯤이면 민원이 들어갔음직 한데도 정도 시市의 행정적 변화는 없었다. 고작 도로 재포장 정도일까.


인체에서도 이런 목이 아주 중요하다. 물론 우리 몸에서 중요하지 않은 곳이 있으랴만, 손목, 발목, 경항부의 목이 모두 그렇다. 넓다가 좁아지는 목의 특성상 그 움직임이 날렵하고 탄력성이 있어야 제대로 작동한다. 유독 이런 목 주변에 혈자리가 많은 이유도 그 부드럽고 활동량이 많은 목은 그만큼 탈도 많이 날 수 있다. 


목의 움직임이 잘 안 될 때는 그 목을 살핌도 중요하지만, 그 목을 움직이게 끔 하는 부위에 대한 점검이 우선이다. 그 부위에 대한 해결로 목의 문제들이 해결되는 경우도 많다. 목의 문제를 목에서만 원인을 찾으면 잘 안 낫는 경우도 많다. 결과적으로 목이 안 좋아진 것이지, 실제 목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목에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쉬운 길을 돌아가는 경우다. 생각보다 목은 아주 예민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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