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월 Mar 19. 2022

사람이 사람을

주인을 찾아주세요

도저히 차이를 모르겠다.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렇게 됐는지? 선을 넘어버린 이상, 남은 삶은 그 후유증에 시달려야 할 수도 있다. 가혹하고 안타깝다. 이전으로 돌이킬 수는 없지만,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빨리 회복으로 가야 한다. 몸이 이 상황에 익숙해지고 적응하기 전에.    


 한방병원 인턴. 입원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챠팅 하고, 소화 배변 수면 활동량 맥의 변화 등을 체크하고, 야간 콜 당직까지 정신없이 생활하던 무렵이었다. 시간이 나면 수면이 급했고, 책을 보거나 뭔가 정리를 하기엔 체력이 부족했다. 그렇게 인턴이 끝나가는 말턴 쯤에 당직에서 오프도 생기고 병원 생활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내 담당 질환군은 뇌졸중이 많았다. 즉 중풍환자였다. 발병의 과정을 추적하면서 많은 경우가 특별한 이유라고 할 게 없는 상황에서 증상이 나타나 응급실을 거치고 여기 한방병원까지 오게 됐다고 한다.     


 기저질환들의 관리 소홀로 인한 Attack이라고 하기엔 뭔가 부족한 결론 같았다. 발병 이전의 생활에 있어선 오히려 피로가 누적된 내 상황이 더 안 좋을 듯했다. 결과가 어찌 됐건 병나기 전의 상황이 나와 비교해서 도대체 뭐가 다른가를, 뭐를 잘못했는지 살펴봐도 특별한 잘못을 찾지 못했다. 오히려 지극히 일반적이었고 평범했다. 더구나 나 또한 이러한 병에 걸리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나? 그렇게 그들은 어찌하다 아픈 사람이 되어 환의를 입고 베드에 누워 환자가 되고, 흰 가운 입은 권위자들은 마치 신의 지위를 부여받은 듯이 되어, 환자 가족들의 불안과 간절함을 받아들인다. 입원이라는 통제된 상황에서 점차 안정을 찾는다.

    

많은 고민들이 있었다. 그중 두 가지 면에서 나는 답을 찾고 싶었다. 하나는 질병이 나타나기 전의 상황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기존 질환의 관리 소홀이거나 불규칙한 생활습관으로 인한 문제이거나 무리한 활동 및 감당하기 힘든 격한 감정의 변화에 휘둘린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은 뭘까? 어쩌면 삶을 대하는 방식이나 내향적이거나 외곬 등의 성격에서 찾아야 할지도 몰랐다. 앞으로의 숙제였다.    


다른 한 가지는 나 또한 본래 평범한 한 사람으로 살아오다가 국가시험을 통해 한의사라는 의료면허를 부여받았을 뿐이다 였다. 동의보감에서 해부학까지, 2천 년 전의 원전인 황제내경에서 최신 논문에 이르기까지 해야 할 공부는 많았지만, 그런 지식의 습득 말고,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생로병사의 한 과정을 단지 자격을 부여받았다는 이유로 개입하려 한다는 게 무리인 것 같았다. 잠시 병이 들어 몸이 불편한 누군가를 위해 의사로서의 역할과 함께  일상 회복을 위한 동반자로서 환자의 역할도 필요한 게 아닐까?  


이후 나의 의료 현장에서의 접근방식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구하는 과정이었다. 하나는 발병의 원인이 뭔지, 이런 증상이 나타나게 된 배경이 뭘까에 대한 고민이며, 다른 하나는 의료인으로의 해야 할 역할과 함께 환자의 생활 습관에 대해 어떻게 접근할까 였다.    


그래서 왜 아프게 됐을 것 같냐고, 원인이 무엇일 것 같으냐고 자주 묻게 된다. 그런데 가끔은 그걸 왜 환자인 본인에게 묻냐고 그냥 치료만 해달 라거나, 그건 의사의 몫이요 그걸 알기 위해 병원에 왔으니 의사가 알아내서 알려줘야 하지 않나 하는 태도다. 물론 의사의 역할도 있으나 결국 몸의 주인은 본인이다.


치료하는 과정에서도 치료 범위를 의사의 처치 외에 환자 자신이 해야 할 부분을 강조하기도 한다. 같이 도모해야 빠르고 좋은 결과를 낳는다. 즉 치료의 범주에 의료행위와 더불어 목적지를 향해 가는 길을 제시하고, 필요한 수단을 강구하여 같이 나아가는 게 더 바람직한 모습 같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러한 숙제 같은 일에 관심이 덜 해서 아쉽다.


태어나면서부터 의사는 없다. 똑같은 사람으로서 사람이 감히 사람을 치료한다라고 하기엔 태생적 한계가 있지않을까?

같은 질환에도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고, 치료에 있어서도 다양한 방법이 있다. 전문가의 말이라도 절대적일 수는 없고, 가운의 권위를 무시할 순 없지만, 그 또한 많은 선택지 중의 한 부분일 수 있다.


그렇게  자기 몸의 주인 찾기를 스스로 해야 한다.

멀리까지 보면, 멀리서 보면, 답은 하나만 있는 건 아니니.


작가의 이전글 간곳모름동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