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검진으로 엑스레이 촬영을 한다
Chest P-A
뷰박스에 필름을 걸고
별무이상이라는 소견을 듣는다
검사상 이상 없음보다
더 놀랍고 신기한 건
빛이 나를 뚫고 사진으로 찍힌 거다
내 몸통이 빛에 통과될 수 있음이라
빛이 나를 투과하듯
물도 내 몸을 거쳐 상하로 빠져나가고
공기도 내 온몸에 가득 출입한다
안팎의 흐름 속 머무는 내가 있다
그런 내가 숨 쉬고 물 마시고 볕을 쬔다
흘러가고 스쳐가면서 흩어지듯
작용의 머묾에 나를 있게 하는
이건 어떤 우연의 힘인가
흐르는 물이 머무르는 상황은
웅덩이를 만난 때다
고인 물처럼 보여도 들고남이 있어 유지된다
출입은 지속되어 바뀌지만 호수는 고요하다
내 몸에 머물다 지나가는 모든 것이
순간의 나를 형성하듯 맴돌다 빠져나가
영원이 아닌 잠깐의 멈춤으로 모양 진다
생-멸-생-멸 무한 순환이 여기에 인연처럼 모였을 뿐
문 틈의 햇살에 먼지가 현란하다
아무 거리낌 없이 해 그림자는 방바닥에 길게 늘어진다
그 빛이 나를 통과하며 지나간다
다시 흩어져 먼지 되기 전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