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게 호흡을 머금고 몸을 물속에 가라앉힌다
발로 벽을 차면서 팔을 쭉 뻗어 물살을 가른다
온몸에서 물결이 느껴진다
물속 잠영은 부유하여 날고 있는 것 같다
저항을 최소화하려 몸을 좁혀 유선형이다
옆구리를 지나 다리로 물살이 스친다
물속에 쑹 뜬 채
물에 물을 타서 서로 섞는 물 타기가 아니라
물결을 타고 넘어 리듬을 타는 물타기요
물을 움켜쥐어 잡는 물 잡기가 아니라
물의 밀도를 손으로 짚고 몸을 미는 물잡기다
온몸이 물속에 있으면
움직이는 모든 동작이 물속이라
몸과 물의 경계가 없어진다
어디까지가 몸이고 물인지 모르겠다
멀리 물결의 파동이
내 몸에 고스란히 전해져 떠밀리기도 한다
물 전체가 나다
양수에 떠있는 태아가 모체와 한 몸이듯
1M만 내려가면
수영장 음악 소리는 들리지 않고
웅 하는 무거움만 들린다
잠영으로 수영장 바닥의 25M 표시 타일선을 넘으면
갑자기 몸이 경직되고 심장이 두근거린다
숨을 참고 있는데도 숨을 쉬지 않는데 숨이 가빠진다
긴장으로 잠영은 끝나고 일어선다
좀 더 멀리 잠영을 하고 싶다
이번엔 눈을 감고 잠영이다
바닥 표시선을 보지 않으면
경계에 덜 매일 듯해서
어느 정도 멀리 왔을까
꽤 멀리까지 온 것 같아 눈을 뜨는 순간
연신 25M 표시선이 눈앞에 있다
몸이 아는 거다
그 한계선은 외면이 어렵다
물의 공포가 한 번씩 밀려오면
20년 넘게 수영한 친구도 물이 무서워 몸이 경직된단다
최면을 걸고 나는 물고기다 외워도
숨 막힐듯한 죽음의 두려움은 힘들다
오늘도 잠영을 한다
더 멀리 가지 않아도 괜찮다
공중에 떠다니는 이 느낌이 좋다
바람 속의 먼지 같다
바람결 따라 흐르는 먼지
지구가 허공에 떠있음을 자주 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