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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월 Nov 15. 2023

잠영

물속 부유

깊게 호흡을 머금고 몸을 물속에 가라앉힌

발로 벽을 차면서 팔을 쭉 뻗어 물살을 가른다

온몸에서 물결이 느껴진다

물속 잠영부유하여 날고 있는 것 같다


저항을 최소화하려 몸을 좁혀 유선형이다

옆구리를 지나 다리로 물살이 스친다

물속에 쑹 뜬 채


물에 물을 타서 서로 섞는 물 타기가 아니라

물결을 타고 넘어 리듬을 타는 물타기요

물을 움켜쥐어 잡는 물 잡기가 아니라

물의 밀도를 손으로 짚고 몸을 미는 물잡기다


온몸이 물속에 있으면

움직이는 모든 동작이 물속이라

몸과 물의 경계가 없어진다

어디까지가 몸이고 물인지 모르겠다


멀리 물결의 파동이 

내 몸에 고스란히 전해져 떠밀리기도 한다

물 전체가 나다

양수에 떠있는 태아가 모체와 한 몸이듯


1M만 내려가면

수영장 음악 소리는 들리지 않고

웅 하는 무거움만 들린다


잠영으로 수영장 바닥의 25M 표시 타일선을 넘으면

갑자기 몸이 경직되고 심장이 두근거린다

숨을 참고 있는데도 숨을 쉬지 않는데 숨이 가빠진다

긴장으로 잠영은 끝나고 일어선다


좀 더 멀리 잠영을 하고 싶다

이번엔 눈을 감고 잠영이다

바닥 표시선을 보지 않으면 

경계에 덜 매일 듯해서


어느 정도 멀리 왔을까 

꽤 멀리까지 온 것 같아 눈을 뜨는 순간

연신 25M 표시선이 눈앞에 있다

몸이 아는 거다

그 한계선은 외면이 어렵다


물의 공포가 한 번씩 밀려오면

20년 넘게 수영한 친구도 물이 무서워 몸이 경직된단다

최면을 걸고 나는 물고기다 외워도

숨 막힐듯한 죽음의 두려움은 힘들다


오늘도 잠영을 한다

더 멀리 가지 않아도 괜찮다

공중에 떠다니는 이 느낌이 좋다


바람 속의 먼지 같다

바람결 따라 흐르는 먼지


지구가 허공에 떠있음을 자주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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