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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월 Nov 06. 2023

배관 파이프

PVC 100mm 파이프 소동

또 발목을 삐었단다. 자주 발목을 삔다면 발목이 약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발목 관절에 국한된 취약성 여부를 떠나 좀 더 넓게 관찰해봐야 한다. 물론 한번 삔 발목이 다 낫지 않았으면, 회복하지 못한 발목 주변의 인대나 건이 약해져 있는 상태에서 다시 약간의 자극이나 충격에도 쉽게 재발하듯 발목을 삘 수 있다.  


대체로 삔 발목의 같은 부위를 다시 삐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데 쉽게 재발하고 반복하여 발목에 증상이 나타난다면, 발목  이외의 부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부학적 명칭(비복근이니 가자미근, 장비골근 등등)은 명칭이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불안정한 발목의 움직임들은 장딴지의 근육들과 밀접한 상관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아래다리의 근육들이 아킬레스 건이나 족저근의 기시부로 작용하여 발목과 발바닥까지 영향을 미친다. 물론 더 윗 단계의 근육인 골반의 둔근이나 대퇴부의 근육들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건 일단 장딴지의 근육들이 완화되고 나면 자연스레 불편해진다. 만약 그곳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면.


발목을 치료하면서 발목 주변의 근육이나 결합 조직들에 파스를 붙인다, 온열법을 쓴다, 손으로 푼다를 해봐도 그 나름의 한계가 있다. 담경락과 방광경락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 못지않게 스스로도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 한다. 의료기관에서의 치료 외에 자가 치료를 이른다. 그러나 막상 자가 치료는 힘들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증상이 덜해지면 잊기도 쉽다. 그래도 발목의 약한 상태를 보강하고 증상을 완화시키려면 어쩔 수 없이 장딴지에 뭉친 근육들이 부드러워지도록 해야 재발을 방지하고 치료도 수월하다.


장딴지를 푸는데 폼롤러를 써봤다. 소프트 아닌 하드 롤러를 써봐도 뭔가 아쉬웠다. 그래서 배관 파이프 중에 백관(100mm) PVC가 있어해 봤다. 처음엔 파이프 위에 다리를 올려놓기만 해도 아팠다. 단단하게 굳은 장딴지 근육이 다리의 무게로만으로도 아팠다. 그 통증을 참고 풀기 시작한다. 


장딴지 상하의 위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윽윽하는 신음이 날 정도로 눈물이 찔끔거릴 정도로 아프다. 참고 파이프 위에 올린 두 다리를 좌우로 흔들면, 묘하게 아프면서 시원하다. 그러고 걸으면 아픈데 걸음이 가볍다. 그 이완법을 일주일 가량 해보면 통증이 많이 가신다. 아프기만 하다가 계속해보면 아프면서 시원해진다. 그러다 더 시일이 지나 증상이 호전되면 시원하지도 않고 싱겁다. 싱거우면 거의 끝난 거다.


발목을 삐어 오는 이들에게 이 방법을 소개한다. 예의 그 과정들은 비슷하게 거친다. 방법을 이른다. 어떤 물건인지 궁금해하는 사람에게 배관 파이프라고 이른다. 철물점에 가면 팔 거라고, 80cm 정도면 된다고 이른다. 그러나 우리 동네에 있는 철물점에는 그 파이프가 없었나 보다.


게 중에는 너무 아프다고 포기하는 사람도 있고, 열심히 잘해서 다리가 많이 가벼워졌다는 사람도 있다. 그들이 철물점에 문의한 적이 많다 보니, 최근엔 아예 그 철물점에서 긴 배관 파이프를 적당한 길이로 잘라 비치를 해뒀다는 풍문이다. 


장딴지를 제2의 심장이라고 하는 말이 있다. 기립과 보행의 필수 근육이다. 굳이 심장이라는 말을 쓴 것은 하지 정맥혈 흐름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려는 의도였으리라. 정맥류도 그 정맥 흐름의 정체가 장딴지 주변 근육의 경직이나 무력에서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악화됐을 수 있다. 


막상 파이프만 구매해 놓고 사용하지 않으면 러닝머신 옷걸이가 된다. 꼭 그 파이프일 필요는 없다. 방법이야 어떤 것이든 근육이 부드러워지고 유연해지기 위한 조치다. 발목 치료는 중요하다. 발목의 통증으로 보행에 영향을 미치고 그걸 오래 방치하여 불균형이 누적되면 반대편 무릎이나 허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불편한 발목이라고 발목만 보면 부족하다. 그러다 발목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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