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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월 Jun 06. 2024

궁핍의 힘 2

그래도 형제인지라

동생들과의 만남은 몇 년이지만, 오빠와는 십여 년 전의 만남이 마지막이었다. 이제 위로 두 오빠는 돌아가시고, 엄마의 바로 위의 오빠도 이제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다. 지팡이에 절뚝 걸음으로 식당을 들어서는 오빠는 참 많이 늙었다. 


큰 외삼촌이 돌아가시고 나서도 잘 돌아가는 주유소의 지분은 두 외삼촌이 나눠 각자 다른 도시에서 살고 있었다. 이미 몇 백억 대의 재산을 모은 외삼촌은 더 많은 재산 축적을 위해 상가와 여관업 등의 부동산에도 투자를 할 정도가 되니, 자연히 돈이 돈을 버는 구조가 됐다. 


그렇게 경제적 여유로움이 생기면 으레 인간은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인 신분 상승을 통한 권력욕과 명예욕을 꿈꾼다. 구의원에 출마를 하기도 하고-주변의 권유에 마지못해 했노라 했지만 결과는 낙선되고, 자식들의 혼사에 적극 개입을 한다. 유명인사와의 혼담을 성사시키고, 전문직종에서 적당한 배필을 구해 짝을 지운다. 부의 대물림을 이어가려는 플랜을 짰다.


그러나 운으로 올라선 부의 뿌리는 취약했다. 막대한 자금을 대어 투자한 사위의 사업은 연이어 실패하고, 막내아들의 도박빚이 몇 천만 원을 넘어 몇 억을 넘어서는 등등의 일로 서서히 밑동에서 물이 새어나가더니, 결정적으로 외삼촌 두 형제간의 재산권 분쟁으로 민사소송이 10여 년 지속되면서 막대한 변호사 비용과 패소로 인해 재산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부자가 가난하게 되는 충격은 경제적 위축과 심리적 고통을 넘어 몸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외삼촌은 결국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그 후유증에 시달리게 된다.


실로 얼마만의 만남이던가. 다들 늙고 병든 모습도 모습이지만, 그렇게 위세 높게 고개를 치켜세우던 힘은 어디로 갔으며, 엄마를 밑으로 보던 동생들은 어찌 이리 고분 해졌을까. 밥은 내가 살 테니 맛난 것 마음껏 먹으러 가봅시다. 그렇게 다들 모여 고기와 밥과 술을 먹으면서도 너무 오랜만의 모임이어서 그런지 요즘 어떼요, 뭐 그렇지 뭐, 몸은 좀 어떤가, 다들 여기저기 아프지 않나, 요새 불경기가 심해서 등의 겉도는 얘기들만 오간다. 차를 마시러 가서도 누구 하나 선뜻 커피를 산다는 말이 없다. 이왕 이렇게 커피도 내가 사꾸마 라며 엄마는 빵과 커피도 샀는가 보다.  


묘한 분위기다. 잘 먹고 갑니다. 다음엔 내가 살게. 기약 없는 약속들이 오가고 헤어졌다. 고기를 먹어도 달지 않고, 술을 먹어도 취하지 않더라는 엄마의 말 흐림으로 외가댁의 외식은 외상값 갚듯 끝났다. 쥐구멍에도 볕 들 날 온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엄마는 분풀이하듯 값을 치렀나 보다. 또 언제 이렇게 보겠나 하는 말을 끝으로 엄마는 내게 전화를 끊는다. 인생 참 알 수 없다. 바뀔 것 같지 않고 영원할 것 같던 빈부귀천은 계절의 변화처럼 바람의 방향처럼 한순간 왔다 갔다 오락가락거리다 사라지는가 보다.


외롭고 쓸쓸하면 생각나고, 

생각이 간절해지면 연락하고, 

연락이 잦아져 마음이 닿으면 또 보겠지.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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